이선비, 성균관에 들어가다 - 옛날 공부법으로 본 우리 역사 처음읽는 역사동화 2
세계로 지음, 이우창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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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지금까지 세상은 너무나도 많이 변해왔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공부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보통 우리가 말하는 공부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은 어린이집 - 유아원이나 유치원 - 초등학교 - 중고등학교 - 대학교 - 대학원 등 다양한 단계를 거치면서 공부를 한다. 물론 어린시절에는 놀이와 공부가 병행되는 방법을 쓰지만 나이를 조금씩 먹어갈 수록 공부를 위주로 하게 된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이세로라는 선비를 따라 조선시대의 고등교육기관인 성균관의 생활과 옛사람들의 공부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성균관 입학에서 대과 합격까지

부산이 고향인 선비 이세로는 얼마전 성균관에 입학했다. 이곳은 소과에 합격한 사람들만이 입학할 수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수학한 후 대과를 보게 된다. 성균관 생활은 엄격하고 공부는 어렵다. 하지만 입학한 이상 소기의 목적을 이루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균관 생활을 하면서 세로는 맹윤호라는 유생과 친분을 쌓게 되고 둘은 친구가 된다.

세로와 윤호는 매우 다른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세로는 호기심도 많고 다양한 것에 관심을 두지만 윤호는 전형적인 모범생 타입이다. 그런 둘이 친한 친구가 된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운데 아마도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면서 자신에게 없는 장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어린시절부터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던 세로는 사고방식 역시 자유로운 편이다. 백성을 위하는 길은 백성들에게 유학의 가름침을 전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백성들을 직접 도울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성균관에서 일을 하는 노비들을 위해 편지를 대필해주거나 그들의 이야기들 들어주는 일도 곧잘 한다. 그런 반면 윤호는 어린시절부터 쭈욱 공부만 해온, 일상이 공부라는 타입인데, 윤호는 무척 똑똑하긴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좁다. 그런 윤호의 세상보는 눈을 넓혀주는 존재가 바로 세로인 것이다. 때로는 사고도 치고, 때로는 잘못도 저지르는 세로였지만 윤호라는 마음 잘 맞는 친구, 그리고 엄격하지만 세로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스승님 덕분에 무사히 대과에 합격한다.

선비 이세로가 나오는 부분은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성균관 유생들의 일상과 성균관에서 배우는 과목들, 성균관의 행사 등 성균관과 관련된 내용이 이야기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성균관 생활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장점이 있다.

옛 사람들의 공부법

세로가 등장하는 이야기 한꼭지가 끝나면 나오는 것이 옛 사람들의 공부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파트는 세로편과는 달리 약간은 딱딱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꼭지 한꼭지가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로 이야기의 정리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세로의 성균관 입학과 관련한 이야기 뒤에 나오는 꼭지는 성균관에서 배우는 학문에 관한 이야기이고, 세로가 다닌 향교와 윤호가 다닌 사부 학당 이야기가 나온 뒤에는 조선을 비롯해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학교와 학제에 관한 이야기가 따라온다.

이외에도 독서법, 공부법, 가정교육, 과거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도 나온다. 나도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옛사람들의 독서법이란 것에 큰 관심이 갔다. 이이, 이황, 이덕무, 김득신, 정약용 등 우리 조상님들의 실화를 통한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같은 책을 여러번 읽는 독서법은 요즘 사람들에겐 그리 익숙하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은 책의 홍수시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한 두번 정도 책을 읽기는 해도 수십번, 수백번을 넘어 수천번 수만번 읽는 책은 아예 없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하지만 무조건 많이 읽는 것만이 중요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많이 읽되 그 뜻을 헤아려 읽지 않는다면 다 소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옛사람들처럼 책을 읽을 수는 없으니 한 번을 읽더라도 그 내용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읽는 게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공부법에서는 암송이란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러고 보니 나도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동시같은 걸 곧잘 암송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그후에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일명 빽빽이 공부법을 사용했지만, 지금도 암송이란 것의 매력은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특히 요즘은 외국어 학습도 많이 하는 세상이라 외국어 학습을 할 때만이라도 암송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토론을 즐겨하는 것도 무척 도움이 된다.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지만 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주입식 교육이 주가 되지만 토론을 통한 사고의 확장은 큰 도움이 된다.

가정교육편을 보면 양반들의 하루 일과가 나오는데 정말 빡빡한 일과로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의 공부뿐 만이 아니라 자녀의 교육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요즘은 외부 교육기관에 아이들을 맡기다 보니 가정교육에 있어 문제점이 많은 세상이 되었다. 기본적인 수양은 가정에서 배우는 것에서 비롯되는데 이런 걸 생각하면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독서를 하는 데에도, 공부를 하는 데에도 좋은 요령과 방법이 따로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책을 읽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세로 역시 이에 대해 고민을 한다. 과연 자신은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는가 하는 고민이다. 우리도 늘 그런 고민을 한다. 왜 내가 힘들게 공부를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 중고교 시절엔 대학을 가기 위해서, 대학졸업 무렵엔 좋은 직장을 위해 공부를 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지금은 공부의 목적이란 것 자체가 상실되어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공부 자체가 좋아서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소수에 불과하다. 그저 대학 입학이나 좋은 직장, 승진만을 위해 하는 공부가 재미있을리 없다. 물론 요즘 세상에서는 이런 공부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런 공부는 돌아서면 잊어버린다고 할 정도로 무의미해지고 만다. 배움이 주는 기쁨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 과거 시험에만 얽매여 하는 공부, 의미도 모르고 외우기도 하는 공부, 이런 공부를 하면서는 배움의 기쁨을 느낄 수 없지. 배움이 곧 기쁨이 되고 삶이 되는 공부가 제대로 된 공부일 거야.' (89p)

세로의 말처럼 해야 하니까 하는 공부에서는 기쁨을 느낄 수 없다. 스스로 배우는 것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한 평생을 공부해도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없다. 우리는 공부란 것을 하기 전에 이것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힘겨운 공부 과정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고 나서

세로의 성균관 입학에서 성균관 생활, 그리고 대과 시험에 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게 진행되어 쑥쑥 읽혔고, 세로의 모습과 성균관 생활 모습, 그리고 당시 저잣거리 풍경 등에 대한 그림도 무척 재미있게 그려져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또한 각 이야기마다 따라오는 꼭지에서는 좀더 구체적인 설명과 그림이 첨부되어 있어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조선시대의 여성들의 배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물론 나 역시 성균관에는 남성들만이 입학할 수 있었고, 과거 시험 역시 양반인 남성들만이 응시할 수 있다는 건 잘 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들의 배움에 관한 이야기를 쏙 빼놓는 건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비록 여성들에 대한 교육이 미미했을지라도 양갓집 규슈의 경우나 궁녀들의 경우에는 어떤 교육이라도 받았을 것 같은데, 여성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어서 좀 아쉬웠다. 역사와 관련된 책은 대개 남성중심의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의 경우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동화 형식이지만 역시 좀 그러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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