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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ra 3 - 러쉬노벨 로맨스 154
Unit Vanilla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1월
평점 :
아득한 먼 옛날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각각 세셴, 아케토, 그리고 티티. 연인이었던 세셴과 아케토는 환생을 거듭하며 다시 만나게 되고 사랑하게 되지만 그들의 사랑은 늘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티티는 영원히 떠도는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 그들이 환생하는 땅을 찾아가 그들의 사랑을 이루어주려고 하지만 번번히 그들의 삶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번에 연인들이 환생한 곳은 황금의 땅, 잉카였다. 세셴은 미모의 왕족 키리야로, 아케토는 에스파니아인 통역사가 되어 다시 태어났다. 키리야에 있어 에스파니아와 에스파이아는 침략국이자 침략자에 불과하다. 그런 키리야가 리카르도에 대해 증오심을 품는 건 당연한 일. 리카르도는 키리야의 말상대를 하며 그를 돌봐 주게 되고 그의 긍지높은 고고함에 이끌리게 된다. 키리야는 처음에는 리카르도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에스파니아 말과 문화를 비롯해 종교에도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회유책이었으니...
에스파니아 입장에서는 정복이요 자신들은 정복자이겠지만, 반대로 잉카의 후예인 키리야에 있어 에스파니아는 자신의 나라를 침략한 무리에 불과하다. 파괴된 삶, 유린당하고 살해당하는 백성들을 보면서 키리야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에스파니아인들은 잉카인을 보면서 야만족이라 생각했겠지만, 잉카인들 입장에서는 황금에 눈 먼 이들이야말로 야만족이 아니었을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배려심 깊고 다정하며 자신의 문화를 인정하는 리카르도를 보면서 키리야는 마음이 무척 복잡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키리야는 긍지높은 잉카의 후예. 키리야가 선택할 길은 단 하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 생에서의 영원한 이별을 의미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또다시 오랜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이 다시 환생한 땅은 일본, 그리고 에도시대였다. 아케토의 환생은 가난한 사무라이 코노스케로, 세셴의 환생은 철가면을 쓴 채 갇혀 살아가는 이치로 태어났다. 이치는 사실 높은 분의 자제이지만 쌍둥이로 태어난 운명으로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해야했지만, 누마타라는 사무라이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치를 감금하고 몰래 키워왔다. 이치의 시중을 드는 것이 바로 코노스케의 일. 코노스케는 처음에 철가면을 쓴 짐승처럼 보이는 이치를 두려워하지만 말을 나누는 동안 이치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말을 가르쳐주고, 책을 읽히고, 금붕어도 사다 주고, 맛있는 것도 사먹이고. 동생을 돌보듯 이치를 돌보면서 코노스케는 새로운 행복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일이 누마타에게 알려지면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가족마저 모두 몰살당할 것은 뻔한 일이지만 날이 갈수록 이치에 대한 애정은 커져만 간다. 그것은 또다른 비극의 시작이란 말과 다름없었다.
이치는 비록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만 원래대로라면 죽었어야 할 몸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보통은 코노스케같이 가난한 신분의 사무라이가 감히 만날 수도 없는 상대이란 것이 이들의 비극을 만들어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누마타의 명령대로 밥이나 주는 등의 가벼운 돌보기만 했더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들은 환생하여 다시 태어나도 서로에게 자석처럼 이끌린다. 이 또한 이들의 운명이니...
아참, 이거 잊을 뻔 했다. 아케토의 환생인 코노스케에게 호루스의 가호가 돌아온 것이란 것. 웨쟈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신의 노여움이 조금은 사그러들었다는 증거일까.
에도 시대는 내가 참 좋아하는 시대이다. 에도시대에 대한 로망이 있달까. 물론 촌마게를 보면 솔직히 싫긴 하지만 그래도 무사들의 복장이나 마음가짐에 끌리고 만다. 하지만 이번 에도시대의 코노스케를 보면서 중간에 로망이 살짝 깨지기도 했다. 이치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쳐 준 건 좋은데, 굳이 그런 것까지 가르칠 필요가...(쿨럭) 산산히 부서진 로망이여~~~ 그것때문에 이치는 나중에 더욱더 고집쟁이 어리광쟁이가 되어 버렸고, 이것 때문에 코노스케가 결국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거 아닐까. 아, 몰라. 하여튼 에도 시대 이야기는 쬐끔 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