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기괴환상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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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全단편집 3권 기괴환상은 본격추리와는 달리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허공에 붕 뜬 이야기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기묘한 환상을 보여주는 듯 해도 결국 모든 이야기는 인간에서 출발해 인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게 란포의 매력이 아닐까.

이 책의 구성을 보면 총 22편의 작품이 3부로 나뉘어 실려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한 번에 읽지 않고 - 한 번에 읽으면 나중에 내용이 헷갈릴 수도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역시 아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 며칠에 걸쳐서 조금씩 읽었다.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몇 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일단 1부에 있는 작품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인간의자>이다. 란포의 다른 소설은 몰라도 <인간의자>는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듯... 이 작품은 이번에 다시 읽은 작품이지만 그 기발한 착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작품이다. 커다란 의자안에 숨어 들어간 남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소름이 쫙 끼치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두 번의 반전이 숨을 멈추게 만든다. 

<고구마 벌레>는 전쟁에서 돌아온 상이용사와 그의 아내의 이야기인데, 다른 사람들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면서 기괴하게 얼그러지는 부부의 이야기는 소름이 끼친다기 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사족을 다 잃고 벌레처럼 길 수 밖에 없는 남편을 보면서 가학적인 기쁨을 느껴가는 아내의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이 역시 컸다. 또한 비록 몸은 고구마벌레처럼 변해버렸지만 인간의 의지를 가지고 있던 남편이 선택한 길은 끝까지 인간으로 남아 있고 싶다는 의지의 방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오세이의 등장>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어둠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병에 걸린 남편, 바람을 피우는 아내. 그리고 아내가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아내가 선택한 결말. 남편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이런 짓을 저지르고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바로 악마가 아닐까.   

2부에서는 역시 <독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가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독풀. 당시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요즘 같으면... 병원에 가겠지. 아무 죄책감도 없이.

<공기 사나이>와 <악령>은 두 편 모두 미완성작이다. 하지만 그 결말에 전혀 위화감이 없다는 것도 또하나의 특징이다. 물론 뒷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나름대로 결말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악령>의 경우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아마도 그건 강령회라는 것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누가 그녀를 죽인 것일까.

3부에 수록된 작품들은 대부분이 인상적이라 할 정도로 마음에 쏙 든 작품들이었다. <방공호>의 경우 전쟁터 한복판에서 벌어진 기묘한 이야기에 관한 것인데 결말을 보면서 푸흡,하고 웃음이 나왔달까. 의외의 반전이 숨어 있는 작품이었고, 가장 좋았던 건 역시 <누름꽃과 여행하는 남자>였다. 기묘하지만 무척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메라 박사>의 경우 한 인간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얼마나 악의적이 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쌍생아>는 예전에 봤던 영화 쌍생아와 같은 내용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영화 역시 매우 기묘한 이야기였는데, 이 작품 역시 기묘하긴 마찬가지이다. 쌍둥이들은 대개 사이가 좋지만 여기에 나오는 쌍둥이의 경우 당시 시대 상황때문에 서로 극과 극의 길을 걷는다. 일본 역시 장남을 위주로 생각하는 풍조가 있어서 에도시대에는 쌍둥이 중 하나를 죽여버렸다고 한다. 물론 이 작품이 나온 건 다이쇼 시대이긴 하지만 이 당시 역시 장남을 우선으로 하는 그런 풍조가 있었기에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장남과 차남의 차이가 현격했다. 그런 상황때문에 쌍둥이 형을 죽여 버린 쌍둥이 아우. 난 이런 생각이 든다. 물론 형제끼리 죽이고 하는 건 끔찍한 일이지만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을 죽이면 자신을 죽이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결국 이런 죄책감이 결국 그를 막다른 길로 몰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춤추는 엄지동자>는 서커스단을 무대로 장애인에 대한 학대가 가져온 참극에 관한 이야기였고, <사람이 아닌 슬픔>은 기묘한 사랑이야기였는데, 일본인형이 등장한다. 사실 난 일본 인형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어떻게 보면 진짜 인간같아서 그렇달까. 특히 그 하얀 얼굴을 밤에 보게 된다면 그날 밤은 잠도 이루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거울지옥>은 거울에 집착하다 결국 미쳐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거울로 만들어진 구안에서 그는 무엇을 본 것일까. 거울을 양쪽에 두고 서로를 비추게 하면 끝도 없이 이미지가 반복된다. 호시 신이치로의 작품을 보면 그런 식으로 악마를 불러낼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남자는 혹시 불러내지 말아야 할 것 혹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던 게 아닐까.

마지막 작품인 <벌레>는 사람에 대한 집착이 너무 커지게 되면 어떤 참혹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가 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일종의 삼각관계에서 비롯된 어긋난 사랑과 욕망과 집착. 인간은 도대체 얼마나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인지...

혹자는 에도가와 란포의 기괴환상으로 대변되는 변격추리 작품을 더 높게 평가한다지만, 나는 본격추리이든 변격추리이든 다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모든 작품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본격이든 변격이든 란포만의 매력이 살아있단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란포의 매력은 역시 인간의 내부에 잠재된 어둠과 악의을 잘 끌어낸다는 것에 있다. 정형화된 인간상이 아닌 다양한 어둠을 품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랄까. 본격추리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악의라면 기괴환상은 기발한 착상이 인간의 악의와 어우려져 인간의 마음속 더욱더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어둠을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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