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쿠사마 사카에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쿠사마 사카에의 신간이 봇물 터진듯 쏟아져 나오고 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전 작품중 못읽었던 것을 위주로 보고 있다. 그중에서 고른 작품 중 하나인 『유혹』. 사실 난 이 작품을 보면 『유혹』이란 제목보다 '이로메'란 원서 제목이 더 익숙하다. 『유혹』보다는 이로메란 단어가 입에 착착 붙는달까. 참고로 이로메(イロメ)는 추파란 뜻. 푸힛.. 첫번째 단편 제목으로는 딱이군. 건 그렇고. 작품 이야기나 해볼까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은 선생님과 제자 사이. 뒤에 있는 녀석이 학생이다. 가방을 둘러멘 걸 보니 표시가 딱 난다. 일본 고등학생들은 저런 가방을 학교 가방으로 많이 쓰더라. 우리나라 애들은 참고서니 뭐니 해서 저런 가방 메면 한쪽으로 기울어질거야, 아마도. 뒤에서 선생님을 살짝 안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뭐랄까 보기 좋다. 나도 누가 뒤에서 저렇게 안아주는 거 좋아하거든..(윽, 또 개인적 취향이!) <유혹>은 너무 짧은 이야기인데 급전개라서 깜짝 놀랐다는. 내가 아는 쿠사마 사카에 스타일과는 좀 다른듯 하지만 나쁘진 않았다. 그래도 이들의 이야기가 좀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은 끝까지 남았지만.

<옥상위의 조난자>는 신입생과 교통사고로 인해 학교를 몇 년 쉬게 된 선배의 이야기이다. 입학식부터 지각을 한 녀석과 재학생은 오지 않아도 되는데 학교에 온 녀석, 참으로 조화로운(?) 커플이 아닐지. 그래도 생각해보면 스무살이나 되어서 고교에 다니면 어떤 기분일까 싶은 생각에 안타깝긴 하다. 그래도 두 조난자가 만났으니 학교에 있는 동안은 행복하지 않을까나.

<모순>과 <뜨겁고도 차가운>은 소꿉친구 동급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이다. 친구를 좋아하지만 고백조차 못하는 미츠히코를 보면 참 애틋했고, 나중에 미츠히코의 고백을 받고 당황스러워 하다가 결국 마음을 연 나오시를 보면 대견스럽기도. 사실 소꿉친구에게 고백을 받는 것도 어쩌면 어색한 일일지도 모르는데, 그게 이성이 아니라 동성이면 더욱 그러하겠지. 이 녀석이 언제부터 날 좋아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테니까. 어리광쟁이지만 의외로 어른스러운 미츠히코와 냉정해 보이지만 의외로 뜨거운 나오시의 이야기,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학원물은 별로 안좋아 하지만, 이건 좀 달랐달까.

<카오스>와 <선생님의 사진>은 선생님과 졸업생의 이야기이다. 재학중에 선생님께 고백을 했지만 좀더 키가 크고 어른이 되었을 때 다시 오라는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지켜 나타난 미부야. 귀여웠던 재학시절 모습과는 달리 너무나도 어른스럽게 나타난 미부야를 보고 동요하는 시라카와. 보통 선생님께 고백하면 저런 대답을 듣게 되지 않나. 그리고 보통 저런 대답을 들으면 잘 커서 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거절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나. 묘하게 순정적인 미부야와 자신의 과거를 미부야에 투영시켜 바라봤던 시라카와의 인연 이야기. 아, 이런 느낌 참 좋다. 뭐랄까, 쿠사마 사카에다워 라는 느낌이랄까.

근데 각각의 단편이 끝날때 나오는 4컷만화와 작가 코멘트. <옥상위의 조난자>와 <카오스>편에선 빵 터져버렸다. 역시 감각있는 작가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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