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틀리
알렉스 플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부터 동화같은 걸 읽어 보면 주인공이 죄다 미남미녀다. 난 그게 참 싫었다. 요즘이 외모지상주의 시대라고 하지만 옛날부터 존재해 온 동화책이나 여타의 책들을 보면 전부 잘생기고 멋지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 투성이이다. 신데렐라도 재투성이 아가씨이긴 하지만 잘 씻겨서 옷 잘 입히니 미모가 빛을 발했고, 백설공주는 타고난 미모덕에 계모 왕비에게 몇 번이나 죽임을 당할 고비를 넘기지만 왕자님을 만나 잘 살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 역시 미녀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 있다. 라푼젤 역시 마녀에 의해 높은 탑안에 감금되어 있지만 머릿결은 삼단같고 얼굴은 공주님 빰칠 정도. 인어공주도 아름답고, 엄지 공주는 깜찍하면서 예쁘고, 개구리 왕자에 나오는 공주님도 한 미모 하시고. 도대체 동화책엔 못생긴 사람은 다 악역이고 예쁘면 무조건 주인공이다.

아이들이 읽는 책인데 어린 시절부터 외모에 대한 집착을 하게 만들어주시는군, 좀 까칠하게 말하자면 어린 아이때부터 우린 이런 책을 읽으며 외모가 최고란 것을 배운다. 아름다우면 때론 고생을 하긴 해도 왕자님을 만나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니까. 물론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비극을 겪는 공주님도 나오지만 그외의 공주님은, 혹은 아름다운 아가씨는 왕자님을 만나거나 신분 급상승을 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난 미녀와 야수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미녀가 야수의 외모에 반해서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다면 개구리 왕자도 좋아하지 않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안좋아한다. 마법으로 개구리가 된 왕자가 공주님의 미모에 반했다는 게 그 하나, 그리고 제일 싫은 건 공주님은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는데 마법에서 풀린 왕자님의 사랑을 잔뜩 받았다는 것이지. 그래서 똑같이 마법에 걸린 왕자님이 등장하지만 개구리 왕자는 싫고 미녀와 야수는 좋아하는 것이다.

서론이 좀 길었다. 각설하고.
『비스틀리』는 현대판 미녀와 야수다. 잘나가는 앵커 아버지를 둔 덕에 멋진 외모를 갖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주위 사람들이 모두 떠받들어 주는 바람에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줄 아는 카일 킹스버리는 어느 못생긴 여자 아이를 곯려주기 위한 계획을 짰다가 오히려 자신이 덤터기를 쓰게 된다. 바로 야수로 변하는 마법에 걸린 것. 게다가 2년안에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하면 평생 야수로 살아가게 생겼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고, 도대체 왜 내가 이런 마법에 걸려 개고생을 해야하는지 몰라하던 카일은 브룩클린의 한 맨션에서 마그다 아줌마와 시각장애인 청년 윌과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의 잘못을 조금씩 깨달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그다 아줌마와 윌은 사랑에 빠질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외모가 너무나도 추악하기 때문에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란 절망으로 장미를 키우기 시작하는 카일은 매일 맨션에 틀어박혀 장미만을 가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이 자신의 딸을 거래조건으로 내세우는데, 그 딸이 바로 카일의 동급생 린다였다. 그렇게 린다와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지만...

대충 이정도만 말해도 이 작품의 내용이 미녀와 야수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다른 것은 시대적 배경이 현대라는 것과 카일이 야수로 변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장미를 심고 가꾸는 과정등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왕자님이 야수가 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없지만 여기에서는 왜 야수가 되었는지, 그리고 카일이 아드리언이란 야수로 살면서 어떤 변화과정을 겪어가는지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안그랬으면 전혀 메리트가 없었겠지?

외모만 번드르했던 카일이 진정한 인간미를 갖추게 되는 과정은 일종의 성장 소설이며, 린다의 사랑을 얻게 되는 과정은 로맨스이다. 그리고 마녀라든지 마법으로 야수가 되는 것은 판타지. 세가지 요소가 골고루 잘 배합되어 멋진 현대판 미녀와 야수가 탄생했다. 개인적으로 로맨스 소설이 취향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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