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 본격추리 2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에도가와 란포 全단편집 2 - 본격추리 2는 딱 7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1권에는 22편이나 실려 있던 것에 비해 편수가 확 줄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1권보다 2권의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1권의 경우 조금 납득하기 힘들다거나 조금 유치한 듯한 작품도 있었지만 2권에는 본격추리 작품의 정수만 모아 놓은 느낌이랄까. 그 정도로 수록된 모든 작품에 매력이 풀풀 넘쳤다. 아주 짧은 단편보단 이런 중편정도의 길이가 더 매력적이었다.

첫번째 작품인 <호반정 사건>은 엿보기를 좋아하는 한 남자가 목격한 끔찍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백이란 형식으로 서술되는 작품인데, 이는 이 남자 역시 이 사건에 깊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엿보기 거울로 사건 현장을 목격했지만, 그 사각의 트릭에 꼼짝없이 속아 넘어 간달까. 사람은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게 마련이다. 그것이 함정일거란 생각은 못하는 것이지. 근데, 난 이 작품의 결말부의 고백을 보면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외국에 나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아직 공개할 때가 되지 않았다는 화자의 말. 도대체가 왜? 자신의 이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텐데... (이게 일본인의 하나의 특성인가? 나라를 위해서라면 잠시 묻어 둬도 괜찮습니다?!)

<악귀>는 역시 트릭면에서 압권인 작품. 에도가와 란포는 여기에 사용한 트릭을 아서 코넌 도일의 작품에서 차용했다고 하는데, 그래로 역시 압권이다.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트릭이랄까. 당대에만 존재할 수 있는 트릭이지만 기발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얼굴없는 사체, 저주의 짚 인형 등이 등장하지만 오컬트적인 작품은 아니고, 이 작품 역시 사람이 저지른 일은 맞다. 하지만 악귀같은 사람이 저지른 일이긴 하지.

<지붕 속 산책자>는 예전에 읽었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뜨리는지에 대한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온갖 유희를 즐기다가 결국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고 마는 코우다라는 남자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범죄자가 되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케치 코고로의 탐정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

<그는 누구인가?>는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가 제일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을 보면 의외의 범인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남녀간의 삼각관계에서 비롯된 빗나간 애정이 불러온 사건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로 특히 여기에 등장하는 기묘한 탐정의 정체를 알고 놀라 자빠질 뻔 했다. 사건의 피해자가 그토록 씹었던 그 '인물'이 그였을 줄이야. 탐정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온갖 추리를 다 늘어 놓더니, 결국 큰 거 한방 먹었구나. 통쾌하다, 통쾌해.

<달과 장갑>은 범인과 공범이 사건을 조작 · 은폐하기 위해 만들어낸 트릭이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다. 인간이란 자신이 죄를 저지르면 마음이 불편해지게 마련이다. 아케치 코고로는 여기에 직접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과 공범에게 교묘하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방법으로 죄를 실토하게 한다. 1권에 나왔던 심리시험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인데, 그보다 더 매력적이다. 

<호리코시 수사1과장 귀하>는 범인이 오래전에 저지른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 위한 서간체 형식의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트릭이 기발한데, 요즘 같으면 이런 트릭은 절대 사용하지 못할 듯 싶다. 하지만 기발하단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지금보다 옛날 트릭이 더 기발하다면 기발하달까. 

<음울한 짐승>은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슴이 콩닥콩닥. 역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에도가와 란포 본인의 작품 제목을 약간 변형시켜 등장시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이 작품의 화자가 탐정소설 작가이기 때문일텐데,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극히 평범해 보이는 한 부부의 비밀과 그 사이에 끼어든 한 탐정소설가. 어디부터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지 결국 명료하지 않다는 점에서 끝까지 수수께끼를 남기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의외의 범인이 많이 등장한다. 또한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마음에 담긴 추악함과 어둠이 그들을 어떤 식으로 잠식해 나가는가를 관찰하는 것도 무척 흥미로웠다. 또한 아케치 코고로의 활약 역시 1권의 작품보다 더 탐정다웠달까. 직접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등장하지 않고 심리적인 압박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 등 아케치 코고로의 다양한 면면을 보게 된 것도 무척 좋았다. 에도가와 란포 全단편집중 남은 것은 3권인 괴기환상 편인데,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들이 수록된 책이라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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