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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코드
나츠메 이사쿠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1월
평점 :
나츠메 이사쿠의 작품은 오랜만인듯.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반짝반짝 다이얼이었으니.. 그동안 잊고 살았나 보다. BL만화 검색하다가 눈에 띄었으니. 허허참. 개인적으로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 작가였는데, 너무 많은 작가들이 작품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게다가 한동안 BL에 좀 질렸던 것도 있었으니 당연한 건가. 하여튼간에, 간만에 나츠메 이사쿠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나니 기분 업! 업!
표지를 보고 헉, 저 남자 내 스타일인데... 라는 외침이. 정말 모에롭습니다. (푸핫) 근데근데, 이건 한때의 이미지일뿐이었어? 틀림없이 저런 메가네 타입이라면 츤데레나 귀축이나 뭐 이런 캐릭을 상상했는데, 의외로 데레데레이더이다. 그것도 한숨 푹푹 나올 정도의 데레데레랄까. 솔직히 말해서 한텐입고 고타츠 안에 엎어져서 얼굴에 다다미 자국을 내놓은 걸 보고, 헐~~~ 했다. 이게 아키라가 처음 만났을 때 봤던 그 날쌔고 용감하며 쿨하게 생긴 그 남자란 말야?!
보통 때는 널부러져서 방바닥과 하루종일 친구하자는 남자이지만, 실제로 이 남자 오오도이는 야쿠자의 아들이다. 본인 말로는 야쿠자가 싫어서 이러고 사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요? 길거리에서 봉변당하고 있는 아저씨를 구해준 모습에 반해서(?) 당신을 주워온 아키라의 심정도 좀 생각하셔야지, 오오도이씨. 양복을 입을 때와 평상복을 입고 지낼 때의 격차가 이렇게 커서야. 남자들 연애 초기에는 무지 신경쓰고 나오다가 어느 정도 사귀기 시작하며 겉모습 별로 신경 안쓰고 여자친구 앞에 떠억 나타나는 거랑 비슷하잖아, 이건. 에휴. 뭐, 그래도 아키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을 주워준 것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모든 일을 쓱쓱 해결해 주는 오오도이를 보면 멋지긴 하다. 하지만 평소 이미지가 너무 구려. (흑)
『슈거코드』는 디자이너 겸 아파트 관리인인 아키라가 길에서 한 남자를 주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처음엔 엄청 멋졌던 남자가 평소에는 소탈하기(?) 그지 없는 모습으로 지내다가 아키라에게 무슨 일만 생기면 바람같이 나타나 구해준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이야기는 그보다 좀더 복잡하다. 오오도이는 아키라에게 얹혀 살면서도 때로 오오도이 파, 즉 자기 집안 일도 해결해야 하는 등 여러모로 바쁜 사람이랄까. 물론 아주 가끔이지만.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난 아무일도 안하는 남자는 너무 싫다. 가끔 힘든 일을 해결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일은 해야하지 않나. 야쿠자 일이 싫으면 다른 일을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난 오오도이 마코토보다 그의 동생 코지가 더 멋있더이다. 코지가 처음 등장해 선글라스를 벗는 순간, 올레! 하고 외쳤다오. 우와아앗, 진짜 잘 생겼다. 게다가 성격도 화끈하고 남자답다. 물론 야쿠자이긴 하지만. (만화니까 납득할 수 있다) 또한 자신과 핏줄이 이어지지 않은 형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장면에서는 새삼 반해버렸다. (꺄~~)
표지부터 핑크핑크, 제목도 슈거가 들어가서 엄청 달달하긴 하지만, 선을 넘지는 않아서 오글오글하지는 않다. 이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참 힘든데 작가는 그 선을 잘 지켜서 웃기면서도 달달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게다가 오오도이의 애정표현이, 아흑, 넘 좋아. 고런 애정표현을 하는 남자는 나도 참 좋다. 역시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에서 무지 걸리지만 개를 좋아한다는 것에서 조금 용서를... (개인의 취향)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살인미소를 가진 남자이지만 평소에는 구리구리, 애정표현도 달달해서 부러울 정도지만 때로는 너무 서툴러서 그 갭이 귀여운 남자 오오도이와 사람 좋기로 말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순진무구 귀염댕이 아키라의 러브♥러브, 즐겁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