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 뉴 루비코믹스 1042
토지츠키 하지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조금은 묵직한 느낌을 주는 제목에 표지그림도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했는데 읽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 올레! (요즘 올레! 남발이로군요) 근데 정말 괜찮은 작품이라서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작화는 뭐랄까, 소년만화 풍이지만 감성이 아주 풍부한 작품들이었다. 아, 단편집입니다. 이런이런.. (笑)

좋아한다는 게 뭘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기도하는 말>은 순수한 한 청년과 섹스중독자 남자 사이의 이야기인데, 사실은 나도 좋아한다는 말의 의미를 정의하라는 말을 들으면 말끝을 흐려버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좋아한다는 건 상대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하는 타네와 자신은 좋아한다는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켄지. 내가 좋아하는 한 작가는 이해는 오해의 전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말도 공감이 간다. 하지만 상대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마음, 그것이 전해졌으면 하는 진심이 바로 좋아한다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간절한 기도의 말처럼.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인 나나쿠보와 하치야는 <나나하치>란 별명으로 불렸다. 나나쿠보에게 있어 하치야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늘 함께 하고픈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하치는 나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후 숨어 버렸다. 몇 년 후 동창회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아, 이런 느낌 참 좋다. 사실 동성에게 고백받고 금세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껄렁껄렁해 보이는 나나의 마음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까를 가만히 생각하면 이 관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눈 오는 산길의 오두막>에서는 제일 웃겼던 에피소드였다. 제자를 짝사랑하던 한 선생님이 눈오는 날 산에 올랐다가 산장에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선생님 입장에선 처절한 고백이었겠지만, 난 웃겨 죽는 줄 알았다. 묘지의 키타로 같은 머리형하며...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애같은 면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며 봤던 작품. 

<슈거 프리>는 사랑이 시작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끈적하지도 애절하지도 않은 슈거 프리 커피처럼 담백함이 좋았던 작품. 

표제작인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정말이지,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중간중간 유머코드에 웃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말 찡한 작품이었달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은 유키오가 자신의 친구가 살아가는 모습을 평생 지켜보는 설정인데, 이미 죽은 사람인지라 자신을 잊어달라고 기도하는 유키오와 평생 유키오를 마음에 담은 채 살아가는 신고를 보면서 울컥울컥했다. 정말.

마지막 작품인 <사이언스 오브 고스트의 로망>은 미묘한 시간축의 겹침으로 인한 인연의 시작을 담고 있는데, 이 또한 꽤나 독특한 작품. 

여섯편의 단편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지만 역시 제일 마음에 든 건 표제작인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였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정말이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건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감성이 풍부한 작품들인데, 야마시타 토모코의 초기 작품을 보는 느낌도 들었달까. (요즘 이분은 순정쪽으로 돌아섰는지 예전 느낌이 별로 안나서..) 또 한가지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캐릭터가 힙합 캐릭터란 거. (여성이나 꼬맹이도 마찬가지) 그래서 혹시 남성 작가인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아직 확인이 안되고 있음.

이 작가. 진짜 마음에 든다. 다른 작품도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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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야마시타 토모코님 초기 작품의 느낌입니까?!
위에서 쭉쭉 리뷰 읽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설렜는데 야마시타 토모코님의 이름까지!
방금 장바구니 비우고 왔는데 스즈야님 서재 들렀다가 비울 걸 그랬어요 ㅠ ㅠ
그런데 힙합 캐릭터라니.. 이거참 ㅋㅋ

스즈야 2011-04-11 01:23   좋아요 0 | URL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꼈습니다. 다른 분은 콘노 케이코의 초기작같다고도 하지만요.. ^^ 이거 개인적으로 강추하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작화가 소년만화풍이긴 하지만.. 뭐 스토리가 받쳐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