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는가 2 - 코믹 라르고 Comic Largo
히다카 쇼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삼십대 중반의 광고기획사 직원 사쿠라이 카즈아키는 어느 날 퇴근길에 한 남자와 부딪힌다. 그는 미대생으로 이름은 미나가와 요우이치, 불손하고 무뚝뚝하며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없는 듯한 청년이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이들의 만남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우는 사쿠라이에게만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뭐 관심이라고 해도 불퉁하게 몇 마디 하는 게 고작이지만, 요우와 함께 살고 있는 사촌들인 쇼타와 타케는 요우의 그런 변화도 반가운 모양이다.

사실 요우는 그 나이또래 답지 않게 애늙은이 같다. 감정 표현도 거의 없고 말도 없으며 세상과는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컸던 탓인지, 요우는 아버지의 그늘, 어쩌면 아버지의 망령을 등에 업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지인이었던 카시와기나 하숙집 일을 돌봐주는 요시토미 역시 자신들이 요우의 세상을 너무 좁게 만들어 버린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다.

사쿠라이는 요우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져만 간다. 그리고 그는 그런 자신에 대해 혼란스럽기만 하다. 왜 아니겠는가. 서른 중반이 넘도록 노말로 살아왔던 그가 자신보다 약 스무살은 어린 남자에게 끌리게 되었으니.『꽃은 피는가』2권은 요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기 시작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사쿠라이와 스스로는 전혀 자각하고 있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을 통해 사쿠라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차츰 깨닫게 되는 요우의 심리 변화가 매우 흥미롭게 진행된다. 그리고 사쿠라이와 요우를 따스하게 바라봐 주는 쇼타나 타케, 그리고 주변 어른들의 모습도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준다.

이 작품은 진행이 좀 느린 편인데, 이게 오히려 사쿠라이와 요우라는 캐릭터의 성격에 딱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메말랐던 마음, 주변에 담을 쌓고 살았던 나날들이 그리 쉽게 무너지겠는가. 또한 사쿠라이 역시 울컥 하는 성격은 있지만 몹시도 조심스러운 사람이라서 요우에게 다가가는 것을 많이 망설인다는 게 티가 난다. 마음가는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역시 요우가 아직 모든 면에 미숙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고 해도 될 요우니까. 그래도 때때로 보이는 요우의 어린애같은 모습 - 정확히 말하면 그 나이또래의 모습 - 에 미소가 지어지긴 해도 역시 요우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몹시 조심스럽게 대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음... 몹시도 소심한 사쿠라이와 요우 사이에 불청객이 하나 끼어들었다. 후지모토라는 청년으로 요우와 같은 과의 학생인데, 이 녀석은 방해꾼까지는 되지는 못할 운명인듯. 그도 그럴 것이 후지모토가 요우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으면, 요우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사쿠라이나 요우나 자신의 마음속에서 한발짝도 더 앞으로 나가지 못했을 거니까. 허파에 바람이 약간 든 녀석이긴 해도 내가 보기엔 사쿠라이와 요우를 이어주는 끈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뭐 내 바람이기도 하지만...

약간의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은 메마른 땅에 봄비가 내리는 정도이다.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랄까. 하지만 보슬비는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속까지 적신다. 두 사람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작가 후기를 보니 3권에서는 좀더 진전이 있을 거라는 데, 그렇다면 3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겠군요, 작가님. 이런 페이스의 작품도 느낌이 좋아서 괜찮지만, 1년에 한 권 씩이란 말에 좌절을 좀... 그래도 어쩌랴, 그렇게 된다니 그냥 기다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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