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받는 자
혼마 아키라 지음, 이주희 옮김 / 인디고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오오, 이 책 표지 느무느무느무 멋지다. 모노크롬이라... 원래 화려한 것 보다는 이렇게 흑백이나 단색조로 그려진 그런 그림을 좋아하는데, 표지를 보고 확 반해버렸다. 게다가 인물 구도도 멋지잖아. 혼마 아키라의 작품 중 표지가 제일 멋진 듯. 그렇다면 내용은 어떠려나~~

『심판받는 자』는 표지에 등장하는 커플을 포함해 총 세 커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심판받는 자>의 토도 타츠키와 스기우라 쿄의 이야기부터. 현재 정치인으로 활약하는 타츠키와 현직 검사인 쿄는 어린 시절 시설에서 함께 자란 친구로 깊은 우정을 나눠왔다. 하지만 어느날 쿄의 어머니가 나타나 쿄를 데리고 가게 되고, 혼자 남겨진 타츠키는 쿄를 원망했다. 타츠키는 그후 어느 거물 정치가의 양자로 들어가게 되고 그의 뒤를 이어 정치가가 되었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쿄에 집착하는 타츠키. 그리고 그런 타츠키를 두려워하는 쿄. 사실 쿄의 감정을 보면 타츠키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망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 만나야 하니까 다시 만났던 게 아닐까, 두 사람은. 어린 시절 함께 자라왔던 시설로 돌아가 그 시절의 악몽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두 사람에겐 이젠 거리낄 게 없다. 여동생도 용서해 줬잖아.

한편 타츠키를 짝사랑하던 비서 카스가는 타츠키에 대한 집착이 심해져 결국 그를 칼로 찔러 큰 상처를 입힌다. 교도소 수감 뒤 그를 맡은 검사 시노다는 카스가를 매일 찾아간다. 카스가는 그의 심중이 의심스러우면서도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그가 싫지만은 않다. 거물 정치가의 비서답게 고위층의 비리를 꿰고 있는 카스가에 대한 두려움일까, 그를 노리는 마수가 카스가에게 뻗어온다. 시노다는 카스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데...

사실 타츠키 X 쿄 커플보다 난 시노다 X 카스가 커플이 더 좋았다. 딱히 로맨틱한 장면이나 그런 건 없었지만 오히려 이쪽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으니까. 특히 중년의 시노다가 테루테루보즈처럼 생긴 인형으로 카스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행복해지고 싶다고 솔직히 말해 봐"라는 시노다의 말. 이 말은 정말 마법의 주문이 되었다. 카스가, 너도 이젠 행복해질 수 있단다.

마지막 이야기는 의사들의 이야기이다. 미모의 천재외과의사 스자키와 나사가 반쯤 풀린 듯한 마츠다의 이야기인데, 여기에서의 스자키 역시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런 스자키를 이용하는 나쁜 놈 하나 등장해 주시고. 많이 볼 수 있는 설정이긴 한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딱히 끌리는 요소는 없었지 아마. 머리를 묶은 남자가 등장하는데도 왜 안끌렸을까. 그도 그럴게 마츠다 자체가 내 타입이 아니라서 그랬는지도. (푸핫)

심판받는 자를 보면 그림이 무척 옛날 그림같다. 원래 혼마 아키라의 작화가 고전적이긴 하지만 이건 더하다고 할까. 섬세한 면이 좀 떨어지는 점은 있는데, 그것도 뭐 나쁘지는 않더이다. 풋풋하고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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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표지 예쁘네요! 저도 이런 스타일 좋아합니다!
이야기야 많이 새로울 건 없지만, 테루테루보즈 인형으로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꼭 보고 싶은걸요. 사실 저도 뚜렷한 장면 없이 서로 묘하게 떠보는 듯한 그런 이야기를 더 좋아해서:)
도대체 묘하게 떠보는 건 어떤 건지 참 말로 하기 힘드네요 ㅎㅎ
혼마 아키라님 작품 오랜만인 것 같아요. 작화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오랜만입니다 .

스즈야 2011-04-11 01:25   좋아요 0 | URL
그쵸... 표지가 가장 멋진 작품인듯 싶어요. 내용은 초창기 작품이라 좀 올드합니다. 뭐 원래 이 작가의 스토리가 올드한 면이 많긴 합니다만...

ㅎㅎ 테루테루보즈 인형을 가지고 이야기를 거는 검사, 중년이십니다. 푸힛.. 근데 은근 잘 어울리신다능... 꽤 멋진 캐릭이었어요.

2011-04-1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보기로 봤는데, 우와아아아아~ 이런 겁니다. 바로 장바구니를 클릭해버렸어요 ㅎㅎ

스즈야 2011-04-11 01:25   좋아요 0 | URL
ㅎㅎ 결국 지르셨군요. 혼마 아키라의 작품은 기본이 잘 다져져 있어 후회안하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