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쿠사마 사카에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아주 신난다. 그도 그럴 것이 쿠사마 사카에의 작품들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니까. 그도 그럴 것이 쿠사마 사카에는 양이나 그림으로 승부하는 작가가 아니라 스토리로 승부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예전 작품의 경향이랄까 그런 게 많이 보인다. 얼마 전에 읽은『지하철의 개』는 따스한 느낌이 많은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은 뭐랄까, 차가우면서 뜨거운, 그런 느낌이다. 아마도 캐릭터들의 성격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진짜 마음에 든다. 근데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서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단 말이지...

러시아어를 전공하는 히로세 키요타카는 친구에게 빌린 책 사이에 끼어있던 연애편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친구에게 돌려주기 위해 매일 터널에서 기다린다. 그곳에서 만난 한 성냥팔이. 그의 이름은 하나시로 세이지로로 밤에는 성냥팔이로 위장하고 남자들을 만나지만 낮에는 작은 출판사의 어엿한 사장이다. 히로세와 하나시로의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그들은 차곡차곡 인연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고교시절 한 통의 연애편지로 인해 삶이 뭉개져버렸던 하나시로는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히로세는 그걸 가능하게 해줄수 있을까. 이들의 연애편지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

한편 히로세가 가진 편지를 쓴 아리하라 미네오는 편지를 되찾으러 예전에 살던 하숙집으로 되돌아 갔다가 하나시로의 회사에서 일하는 사와 진이치로와 만나게 된다. 그 편지의 상대가 히로세란 것을 알고 있는 사와는 그걸 빌미로 아리하라의 발목을 붙잡는다. 처음부터 꼬여버린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 아리하라는 히로세를, 사와는 하나시로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고백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연애편지란 것을 매개로 만남과 엇갈림을 반복하는 남자들. 이들이 새로 써가는 연애편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까.

이 작품은 캐릭터들이 무척 매력적이다. 히로세 키요타카는 어떻게 보면 부잣집 도련님에 순진하게 성장해 왔지만 어느날 우연히 만난 하나시로에게 푹 빠지게 되고, 하나시로는 고교시절의 아픈 상처를 안고 사랑이란 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살아가다 히로세를 만나면서 사랑에 눈뜨게 된다. 어떻게 보면 여전히 순수한 사람이란 느낌이 든달까.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라든지, 히로세가 가지고 있는 편지를 몰래 훔쳐본다든지, 그러면서도 히로세의 마음에 불안해 한다든지. 굉장히 귀여운 커플이다.

그런 반면, 사와와 아리하라는 좀 어둡고 음습한 면면이 보인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방식은 조금 삐뚤어져있다. 아직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두 사람. 이 두사람은 이 인연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무척 궁금하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커플이 되어 마음을 나누기 시작하면 더 뜨거워진다니까. 아, 2권이 얼른 보고 싶다.

음.. 이 작품의 배경은 아무래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 제국고등학교라든지 전쟁후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잘 모르겠지만, 우에노 공원에서 남창을 살 수 있었지만 단속이 있었다는 이야기나, 히로세가 입고 있는 가쿠란에 망또라든지, 평상시에도 젊은이들이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게 어색하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라 대충 그렇게 짐작을... 아마도 쇼와 시대가 아닐까 하는 정도. 확실한 게 안나오니 더 궁금해졌잖아! 

에, 그리고 겉표지를 벗겨봤다가 헉, 했다가 푸핫!
뭐랄까. 나중엔 어찌나 웃었던지.... 작가님 센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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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 쿠사마 사카에님 작품이네요. 이건 처음 보는 건데!
인물들이 무척이나 매력적이게 느껴져요. 얼른 책을 통해서 만나고 싶네요.
게다가 2권도 나올 예정이라니! 개인적으로 장편 좋아해서, 더 기대가 되네요.

스즈야 2011-04-11 01:27   좋아요 0 | URL
최근에 쿠사마 사카에의 작품이 마구 쏟아져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1人입니다.. ㅎㅎ 이거 강추합니다. 종전직후 쇼와시대 이야기거든요. 으... 가쿠란과 망또... 모에스러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