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자 귀신아! 2 퇴마록 -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임인스 지음 / 보리별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귀안(鬼眼)을 가지고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귀신을 보아 온 봉팔이. 유난히 귀신들의 시달림을 많이 받았던 봉팔이는 귀안을 없애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퇴마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런 봉팔을 도와주는 건 입시생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죽은 혜림이란 소녀이다.

첫번째 에피소드인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중2병이란 것을 다루고 있다. 중 2병이란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증상으로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하고 고독하다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 2명이 꼭 청소년들에게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고독은 어느 연령대에나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이는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열다섯살 소녀이다. 하지만 새집으로 이사한 후 자연이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고 그후 이상한 것까지 보는 경험을 한다. 혼자 있는 것이 너무나도 무섭지만 자연의 엄마는 가장이기 때문에 자연이와 함께 있어줄 수 없다. 그렇게 2년. 자연이는 너무나도 변해버렸다.

고독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특히 누군가 자신곁에 꼭 있어줬으면 하는 시간에 혼자 있게 된다면 그 고독의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 만약 자연이의 엄마가 그때 자연이 곁에 있었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상 누군가가 자신의 곁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고독한 순간을 겪게 되지만 단순히 누군가가 옆에 없다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건 마음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자연이에게 자살한 령이 빙의된 것은 마음에 빈틈이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작 중학생인 자연이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너무 냉정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것은 스스로 떼어내야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네티즌이다>는 일명 악플러들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이다. 연예인 홈피에 악플을 달고, 그녀가 자살한 후에도 조금의 뉘우침도 없이 여전히 악플을 달던 네티즌들이 하나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환생을 포기한 그녀의 령이 복수를 시작한 것이다.

악플이란 문제는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모니터 뒤에 숨어서 닉네임으로 다른 사람을 마구 짓밟는 사람들. 나 역시 그들이 왜 그런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나와 별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악플을 다는 것일까. 자신의 삶에 불만을 느끼고 사회에 불만을 느끼지만 표출할 곳이 달리 없어서?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너무 비겁한 것 아닐까.

나 역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몇몇 악플때문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 적이 있다. 내 대처방법은 단순했다. 그래서 어쩌라구요? 바락바락 대들면서 싸워 봤자 그런 악플을 쓴 사람이 반성할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난 그냥 무시하거나 후승인으로 덧글을 달 수 있게 작은 조치를 해두었다. 하지만 이런 건 정말 가장 초보적인 방법일 뿐이다. 악플이 근절되지 않는 한에서는. 저승사자의 말처럼 언젠가 그런 일들이 그들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날이 오게 될까. 그럴때 그 사람의 얼굴에 어떤 표정이 떠오를까.

<고양이가 우는 날>는 길고양이를 키우는 소설가의 이야기이다. 써내는 소설은 인정을 받지도 못하고 애인은 그의 곁을 떠난다. 그후 어미 잃은 길고양이를 발견한 소설가는 길고양이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그속에서 소재를 얻어 멋진 소설을 써내고 잠시 행복한 시간이 이어진듯 보이지만, 변심했던 애인이 돌아와 그를 마지막까지 기만한다. 그녀의 손에 죽임을 당한 고양이는 묘령(猫靈)이 되어 소설가를 지키고자 하는데...

때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의 심성이 동물만큼이나 고우면 좋을텐데라는. 내가 동물을 좋아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긴 하지만, 동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태어나는 것 같다. 사람은 쉽게 배신하고 쉽게 돌아서지만, 정을 준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 죽어서도 그 소설가를 지키고자 했던 고양이 운명이. 이런 이야기는 역시 가슴이 아프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엔젤>은 수호천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3년이나 짝사랑한 그녀지만 고백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죽은 남자는 수호천사가 되어 그녀의 곁을 맴돈다. 정말 좋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지켜주기 위한 그의 사연을 보면서 그녀와 예전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랑'이란 뭘까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싸우자 귀신아 2편은 1편과 달리 네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1편이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의 안타까운 모습과 죽음을 그리고 있다면, 2편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고나 할까. 인간이 외로움을 느끼는 건 단순히 인간이 나약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하지만 외로움이 깊어지면 독이 된다. 그 독은 상대방과의 균형 잡힌 관계를 깨뜨리기도 하고, 자신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 그리고 자신의 중심의 균형을 잃지 않는 노력을 평생해 가면서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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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이 재밌다고 한번 보라고 그랬는데, 생각보다 가벼운 내용은 아니었군요.
조만간에 한번 봐야 겠습니다.

스즈야 2011-04-11 01:29   좋아요 0 | URL
가벼운 내용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