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대들에게

안녕하신가.
4월의 신록처럼 눈부신 푸르름을 자랑해야 할 나이지만 웬지 김장 배추처럼 소금에 푹 절여지고, 너무 익어 쪼글쪼글해진 파짠지처럼 기운없는 20대를 보내고 있는 그대들을 보면 나도 참 안타깝다네. 도대체 이 시대의 20대들은 왜 이런 절망과 고통의 한가운데 내쳐지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등록금 인상때문에 휴학을 하거나 자퇴를 하는 그대들을 보면서, 좀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밤잠 설치고 노력하는 그대들을 보면서 난 나의 20대를 생각해 봤다네.


난 94학번이라네. 그대들과는 10여년 이상 차이가 나는 학번이지. 벌써 서른 중반이고. 나도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그대들처럼 눈부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네. 쪼글쪼글 찌들어버린 수험생 생활만 끝나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을 줄 알았지. 하지만 그런 건 오래가지 않았다네. 집을 벗어나 처음 맛본 자유에 어쩔 줄 몰라 했었지. 오히려 자유가 더 나를 구속하던 시기였어. 그래서 그런지 쉽게 이런저런 것에 휩쓸리게 되더군.

내가 대학에 다니던 당시에는 학생운동 역시 활발하긴 했지만 거의 끝물이었다네. 그래도 열심히 학생운동을 했지. 하지만 그건 지금과는 좀 다른 상황에서 일어난 학생운동이었어. 정부와 학교 재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시기였지. 그래도 운동하던 선배들은 졸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직장도 잘 잡고 그래서 우리도 그럴 줄 알았지. 1997년, 지금 생각해도 고개가 휘휘 저어질 IMF사태가 올 때까진 말야.

94학번은 일명 저주받은 학번으로 불렸다네. 입학시험이 수능으로 바뀌면서 우린 수능 첫세대로서 실험실의 쥐신세가 되었어. 그전까지는 학력고사였거든. 그렇게 입학을 하고 적당히 용돈벌이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회란 곳에 대해 배우기도 하던 시기를 지나 졸업할 때가 되니 IMF사태. 하루에 100여개 회사가 도산을 하는 등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지. 졸업을 앞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네. 내가 학교에 다닐 땐 빠르면 3학년에 취업준비를 했고, 토익 시험 점수 외엔 별다른 스펙이란 것도 없었거든. 사실 스펙이란 말도 없었지. 그런 우리가 막상 얼어붙은 취업시장에 내동댕이쳐졌을 때, 그 기분을 짐작할 수 있겠나.

하지만 사회는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어. 왜냐면, 자기 코가 석자였거든. 내가 회사에서 잘릴 판인데 갓 대학을 나온 사회초년병들에게까지 관심을 베풀 어른은 없었어. 그래도 나름대로 어렵게 어렵게 취업을 하고 그 나름대로의 삶을 꾸려온 우리 학번들은 결혼을 하고 집을 살 시기가 되자 집값 폭등으로 인해 은행빚을 진 사람도 나오고, 집 있는 가난뱅이가 된 사람도 속출했지. 재테크라고 해봐야 부동산밖에 몰랐던 세대들에게 있어 집값 폭등과 은행금리 인상 등은 요즘 말로 하우스푸어를 양산했지.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내 또래, 즉 90년대 중반학번들이라네. 

참 구질구질하다, 그지. 물론 내 또래들이 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니야. 개중에는 분명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 멋진 집, 멋진 차등을 소유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다들 힘겨운 시간들을 겪어 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라네. 나의 경우 그 당시 직장을 구하기 보다는 학생 신분으로 눌러 있는 방법을 택했다네. 요즘 그런 학생도 많지? 휴학을 통해 스펙을 쌓거나 그런 이유로. 나 역시 막막해서 그랬어. 그래서 편입을 하고 공부를 했지. 그후에 택한 직업는 대학때 전공과는 정말 상관없는 직업이었어. 나름대로 일을 해왔지만, 몸이 아파서 그만 두었고 지금은 반자발 백수로 살고 있다네. 결혼? 안했지. 돈도 없고. 그렇다고 죽고 싶거나 그럴 정도로 좌절하고 절망하며 사는 건 아니라네. 

다시금 목표가 생겼거든. 물론 요즘의 그대들처럼 이런저런 스펙도 없고 흔한 어학연수 한 번 못다녀왔지만...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겼거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몰라. 하지만 희망은 놓고 싶지 않다네. 이런 내가 그대들과의 경쟁을 한다면 확실히 불리하겠지만 그래도 나에겐 남은 삶의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다네. 난도쌤의 말에 24살정도 된 그대들의 나이라면 인생의 시계에서 채 아침 8시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 있었지. 난 30대 중반이니까 정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려나? 그래도 아직 아침에 속한다네. 그러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나보다 더욱더 가능성 많은 그대들이 포기하고 좌절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네. 

요즘 시대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만 해도 프리터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거든. 정규직장 대신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들말야. 게다가 파견사원도 많은 게 일본이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많지.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대우는 유난하지. 일자리는 줄고 실업자 수는 점점 늘고, 이런 상황에서 내게 자리가 돌아 올까 걱정하는 건 당연해. 그것이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겠지.

하지만, 내가 20대 때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요즘 20대들에 대해 많은 걱정과 격려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야. 내가 말했듯이 내가 졸업할 무렵엔 다들 자기 코가 석자인 지경이었던지라 우리는 완전히 잊혀지고 버려진 세대가 되었거든. 이런 말을 하면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70년대에 20대를 보낸 사람은 유신세대,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사람들은 386세대, 그리고 지금 그대들은 88만원 세대라 불리지. 90년대에 20대를 보낸 우리들은 무엇이라 불릴까. 우린 그저 잊혀진 세대야. 그땐 20대였고, 지금은 그저 30대이지.   

20대는 당연히 불안한 나이라고 생각해. 그건 시대를 초월해 공통된 점이겠지. 그리고 각 시대마다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존재했겠지. 나도 그랬으니. 모습은 달라도 다 힘든 때를 보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일종의 성장통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물론 내 입장에서도 이런 성장통을 겪지 않고 살아왔으면 더 좋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어. 하지만 그런 성장통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시대를 그대들은 살고 있어. 그대들 중에는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하고 나가겠다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대부분은 무섭고 힘들고 노력에 비해 성과는 적은 것에 좌절하고 분노하겠지.

그래도 생각해 보게. 그대들을 걱정하고 격려하는 따스한 마음과 손길이 이곳저곳에 있다는 것을. 또한 그대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이는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분도 많다는 것을. 찬바람 쌩쌩부는 허허벌판에 혼자 서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바람을 함께 맞아주고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20대는 20대란 이유로 아름답다고 생각해. 비록 고통스러운 성장통을 거쳐야 하는 시간일지라도. 난 지금 누군가가 다시 20대로 돌아가라고 하면 그렇게 할거야. 그러고 싶을 만큼 20대는 아름다운 나이라네. 당장 눈앞의 일에 힘겨워하고 좌절하지 말기를. 지금 당장의 목표에만 급급해 주변에 무관심해지지 않기를 바라네. 앞으로의 시간은 그대들의 시간이라네. 그것만은 잊지 말게나. 힘내시게, 아름다운 그대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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