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무덤
마자린 팽조 지음, 함유선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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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껄끄러운 소재를 다룬 소설을 읽는다는 건, 그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알고 싶다는 생각보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났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말초적인 호기심이 앞서서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뉴스를 시청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아살해사건은 요즘은 그다지 드물게 들리는 뉴스는 아니지만, 서래마을 영야살해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충격을 받은 사람이 꽤 많았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피로 이어진 자식을 제 손으로 죽이고 냉장고에 보관한 부모들의 엽기적인 행각에? 아니면 프랑스 사람인 주제에 우리나라에 와서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갔기 때문에? 어떤 이유가 되었든 사람들은 사건의 엽기성 자체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한 보도 역시 사람들의 호기심 충족에 걸맞을 정도로의 보도만 했으니. 아니 호기심에 불을 붙이는 보도였다고 해야 하나?

나 역시 이 소설을 접하면서 약간의 호기심이란 불충한 의도가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 그런 생각을 했던 독자들의 콧대를 가볍게 눌러주고 싶었을까. 이 소설은 영아살해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건을 저지른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충실하게 전해줄 뿐이다. 그녀의 어린시절, 연애와 결혼, 두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로서 살아가던 시간들 등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서간체 형식이라 그런지 지나치게 주관적인 이야기로 진행된다. 이게 내 진심이예요, 이게 내가 그런 일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예요. 믿어주세요. 뭐 이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기분이 굉장히 나빠진다. 이 사건에 있어 철저히 자신을 타자화하고 있단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나'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자기모멸감을 숨기지 않는 자기비하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타인들의 탓이다. 어머니의 탓이요, 남편의 탓이다.

그러한 점은 당신의 집, 당신의 가족 등 당신의 무엇무엇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 것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나와는 관계없다는 태도랄까. 이는 또다른 면에서 볼 때 그러한 것들은 모두 당신의 것이지만, 내가 혼자 낳아 살해한 후 유기한 한 아이만은 나만의 것이란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란 생각도 든다. 도대체 이 여자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일까. 이런 것도 사랑이란 것일까. 세상에는 많은 사랑의 형태가 존재하고 그중에는 분명 왜곡된 사랑의 형태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난 이런 건 정말 용서하지 못하겠다. 자기만족을 위해 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여자가 사랑이란 말을 입에 담는 것조차 난 용납하지 못하겠다. 
 
어머니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고, 남편은 자신에게 일종의 공포를 심어준 존재이다. 그러함에도 그들을 벗어나지 못한다. 두 사람에 대한 생각은 애증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인형을 고문하고 죽이고 매장했었다. 이는 어머니에 대한 애증때문인 것일까, 아니면 자신에 대한 애증때문인 것일까. 난 어머니에 대한 애증이 이런 결과로 나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여자는 자신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원래 자기비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누구보다 강한 자기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하고 냉장고에 유기한 것은 무엇때문일까. 

작가는 그런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 여자의 말이 거짓투성이처럼만 느껴진다. 진심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은 할머니의 죽음 이후 자신에게 악마적인 면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그런 부분에 자신의 행위를 떠넘기는 것 아닌가 하는 불쾌한 기분도 든다.

이 책을 통해 그런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내 경우를 말하라면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 여자는 내게 있어 세상의 다른 살인자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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