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 상식의 탄생과 수난사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미스터리 소설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토머스 페인이 실존 인물인줄도 몰랐고, 게다가 책 제목에 사건이란 말이 떡 하니 박혀 있으니 당연히 그런 쪽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인문 교양 서적이다. 호오라, 그렇군. 그래도 제목이 흥미로우니까 한 번 읽어 볼까. 하고 읽게 된 것이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이다. 어째 보면 참 불량한 동기로 읽게 된 셈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토머스 페인이 쓴 책을 읽어 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셈이다. (본인의 독서에 있어서)

토머스 페인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사람으로 칭해지는 인물로 미국 독립운동 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립혁명에 사상적 기초를 마련한 <상식>과 <인권>이라는 책을 쓴 작가로 위대한 개혁가, 민주주의의 씨앗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후대에 재평가된 것으로 살아 생전에는 급진적인 개혁가이자, 반역자로 몰려 말년에는 가난과 병으로 쓸쓸하게 죽어갔다.

이 책은 토머스 페인이 사망한 집에서 출발하여 그의 유골이 옮겨진 경로를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따라서 토머스 페인의 살아 생전의 행적이 곳곳에서 언급이 되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의 사상을 잇는 후세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페인의 사상을 잇는 자들은 페인과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주된 사상에 반하는 인물들이었다. 그 시대의 이상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이었다고 할까. 1800년대 초반에서 1900년대 중반까지의 사회, 정치, 경제 등 당시 사회 상황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금 지극히 당연시 하는 인권, 평등, 평화, 이성주의가 그 시대에는 얼마나 급진적이며 이상주의적이었나를 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같은 권리를 가진다는 말은 현대 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대사회가 이상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 건 아니다. 현대 사회 역시 나름대로의 계층이 존재하며,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처우를 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부의 분배 문제 역시 상위 1%가 독점하고 있는 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들이 활동하던 시대는 신분계급이 여전히 존재했고, 흑인 노예들은 당연히 인간이 아닌 존재였고, 여성들은 남자에게 종속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부를 독점하는 것은 일부 계층에 국한되는 것이 당연했고, 권력 역시 부를 독점한 계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하기에 이들이 주장했던 왕정 폐지와 공화국 수립, 노예제 폐지, 여성의 권리 보장, 부의 공정한 분배, 평화주의 등은 당시 사회권력층에 있어서는 커다란 위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현대사회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물론 시대의 흐름이 예전의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서서히 분해시켰겠지만, 누군가가 선지자가 되어 점을 찍고, 그 점을 후세들이 연결하는 일이 없었더라면 훨씬 더디게 이런 것들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정형화된 인간 사회와 제도가 바뀌는 것은 쉽게 이행되는 일이 아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탄압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배척을 당하기도 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일 것이다.

이 책은 토머스 페인의 사상적 계보를 잇는 사람들의 활동에 관한 책으로 당대에 활약했던 다양한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어려운 이야기만이 나열되어 있다거나, 딱딱한 이야기로만 구성되어 있는 건 아니다. 토머스 페인의 유골의 행적을 따라 영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매우 흥미롭다. 저자가 이 책을 서술하는 말투 역시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조금은 시니컬한 말투도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알아 듣기 쉽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이런 것은 인문학 책에서는 보기 힘든 말투라서 마치 저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당시 시대 상황이나 널리 퍼져 있던 사상이나 학문, 연구 등에 대한 이야기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고, 때로는 소설적 서술 방식을 차용하여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옛날 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토머스 페인의 유골은 이리저리 옮겨지면서 분실되고 겨우 뇌의 한조각만이 돌아올 수 있었지만, 그가 세상에 전하려고 했던 사상은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그들이 살던 시대에 비해 분명 달라진 점이 많지만 여전히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며, 평화가 쉽게 깨어지고, 곳곳에 차별이 남아 있는 등 인권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 토머스 페인과 그를 잇는 사람들이 바라던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우리 역시 그들의 사상을 이어받아 우리 앞의 미래를 개척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영원히 이어질 투쟁이 될 것이다. 완벽한 이상적 사회란 존재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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