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비치는 언덕길 : 바닷마을 다이어리 3 바닷마을 다이어리 3
요시다 아키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카마쿠라를 배경으로 한 네자매의 일상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담아낸 바닷마을 다이어리 시리즈 제 3편.

스즈가 카마쿠라로 온지 벌써 1년. 아버지의 기일이 다가왔다. 스즈와 세자매는 야마오카로 재를 지내러 가게 된다. 그곳에서 들은 충격적인 소식은 아버지의 부인이었던 요코가 벌써 재혼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에 스즈는 화가 나지만, 엄마를 따라가지 않고 그곳에 남아 있던 카즈키가 안쓰러워진다. 세자매에게 있어서 비록 나쁜 아버지긴 했지만, 스즈와는 예쁜 추억을 많이 남겼던 아버지. 매미소리, 카지와 개구리 소리, 그리고 반딧불이의 반짝임은 스즈와 세자매에게 조금씩 다른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두번째 에피소드인 <누군가와 함께 본 불꽃놀이>는 스즈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유야와 말이 잘 통하는 스즈는 유야의 다정함과 배려심에 마음이 끌린다. 어쩌면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스즈는 축구부원중 유야와 말이 가장 잘 통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유야는 벌써 여자 친구가 있는 모양이다. 스즈의 첫사랑은 비록 고백조차 해보지 못하고 끝났지만 언젠가 스즈도 멋진 사람과 함께 불꽃놀이를 함께 볼 날이 오겠지?

스즈의 둘째 언니 요시노는 요즘 새로운 계장때문에 골치가 다 아프다. 불꽃놀이도 못보러 가고, 그 좋아하는 시음회도 못가고. 직장 옥상에서 불꽃을 보며 지난 추억을 떠올리는 요시노. 표현은 하고 있지 않아도 역시 토모아키와 헤어진 상처는 남아 있는 듯 하다. 요시노는 계장이랑 잘 어울릴 듯 한데...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서로 알 수 있겠지.

<햇살이 비치는 언덕길>은 수술후 재활 치료를 받고 축구부 생활을 다시 시작하게된 유야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야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빠질 수 없는 이야기라니까.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힘겨운 나날을 잘 극복해 가고 있는 아이니까. 오른발을 주로 쓰는 선수였지만 오른발을 수술로 절단한 후 왼발을 쓰려고 노력하는 유야. 그러나 사람들은 잘 몰랐다. 오직 후타만이 유야의 노력을 꿰뚫어 보고 있었달까. 우리는 가끔 재능을 잃어버린 사람을 안타까워만 하지, 그 사람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곤 한다. 후타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있었다. 이 녀석, 크면 아주 좋은 남자가 될 거란 생각이...

이 에피소드에서 인상적인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커튼을 싫어하는 스즈의 이야기였는데, 요코도 오지 않는 병실에서 죽어가는 아버지를 지키며 혼자 앉아 있어야 했던 스즈의 모습이 못내 가여웠다. 중환자이다 보니 다른 환자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커튼을 계속 쳐놨고, 그것이 스즈의 시간을 멈추게 했었다. 하지만, 카마쿠라로 이사온 후 스즈의 시간은 느리게 나마 다시 흘러 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멈춰버린 시계>는 큰 언니 사치의 이야기이다. 사치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은 아내와 별거중인 소아과 의사. 그 사람의 아내는 병을 앓고 있어 쉽게 이혼을 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사치에게 있어서는 많이 힘들었겠지. 이 사랑을 계속해도 될까, 라고 생각할 만큼. 그러던 중 이 소아과 의사는 미국으로 떠날 결심을 하고, 결국 사치는 이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 행복한 순간도 많았겠지만, 역으로 힘겨운 시간도 많았을 사치. 그녀에게 다시금 사랑이 찾아오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나눌 누군가를 만나기를 바라 본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3편은 막내 스즈의 첫사랑과 실연, 큰언니 사치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나오지만 새로운 인연을 암시하는 부분이 존재해서 그렇게 쓸쓸하지만은 않았다. 물론 요시노 역시 상처를 모두 극복한 건 아니지만 요시노에게도 새로운 인연이 나타날 듯 보이니까. 이런 말을 하면 네자매가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사람의 인생이란 건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 아니던가. 그 과정이 때론 너무나도 힘겨워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람은 사랑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게 남녀간의 사랑이든, 가족의 유대이든, 친구와의 우정이든. 그 모습은 각기 다를지라도 말이다.

일단 정발된 건 3권까지다. 이 작품이 일본에서 계속 연재가 되고 있는지 이것으로 끝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완결이란 말이 없으니 후속편을 기대해도 되려나. 스즈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보고 싶고, 큰 언니 사치가 결혼하는 모습도 보고 싶고, 카마쿠라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더 듣고 싶은데.  뒷 이야기가 꼭 나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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