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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의 아폴론 2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1960년대의 일본, 재즈를 매개로 하는 고교생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 그 두번째.
요코스카에서 큐슈로 이사온 니시미 카오루는 아버지의 전근때문에 수도 없이 전학을 다닌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지만 다른 학교 생활에는 잘 적응하지 못한다. 신경질적인 면이 있달까. 이런 카오루가 같은 반의 센타로와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가게 된다. 센타로는 싸움 잘 하는 학교짱이지만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진 소년으로 재즈 드럼을 좋아해 소꿉친구인 리츠코네 가게 지하실에 있는 연습실에서 드럼 연습을 하고 있다. 카오루는 원래 클래식을 좋아했고 클래식 피아노를 치고 있었지만 우연히 보게 된 재즈 연습 장면을 보고 가슴이 뛰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범생과 문제아, 클래식과 재즈라는 어떻게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재즈란 것을 통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1권의 내용이라면, 2권의 내용은 카오루와 센타로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름방학때 해변에서 예쁜 소녀를 구해준 것이 계기가 되어 알게 된 유리카에게 한눈에 반하게 된 센타로. 카오루는 센타로의 마음을 눈치채고 센타로와 유리카를 엮어주려 한다. 왜냐하면 카오루는 센타로를 좋아하는 리츠코를 좋아하니까. 카오루 생각에는 센타로와 유리카가 사귀게 되면 자신도 리츠코와 사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나 보다.
아이쿠야. 세상에 그게 말이나 될 법한 일인지. 사랑만큼, 사람의 마음만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또 있더냐. 하지만 카오루가 고교 1학년이란 걸 생각해 보면 왠지 납득이 간다. 이런 불순한(?) 마음을 가진 카오루는 넷이서 하는 더블 데이트를 제안한다. 그러나 더블 데이트를 하던 중, 카오루는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이 리츠코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지켜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주었다는 것은 카오루를 많이 힘들게 하고, 이런 마음때문에 카오루는 센타로를 불편하게 대하고 결국 둘은 싸우고 만다. 하지만 이들에겐 재즈란 것이 있다. 비록 지금은 다퉜을지라도 이들은 재즈 연주를 통해 마음을 풀어간다. 재즈는 이들의 우정을 싹트게 했을 뿐더러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가 되어 가는 것이다.
『언덕길의 아폴론』2권은 센타로와 카오루의 우정 이야기에 이들의 짝사랑 이야기가 더해졌다. 센타로가 유리카를 좋아하는 것도 짝사랑, 카오루가 리츠코를 좋아하는 것도 짝사랑, 리츠코가 센타로를 좋아하는 것도 짝사랑. 근데, 이거 어쩌나. 센타로가 좋아하는 유리카는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는 준에게 관심이 있는 듯, 그리고 준도 유리카가 마음에 드는 듯 한데 말이다. 하긴 사랑이란 게 그리 쉬운 게 아니지.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소년, 소녀여! 그대들은 아직 고교 1학년이잖아. 힘내라구!
이번엔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재즈와 관련된 이야기가 좀 적긴 했지만, 적은 분량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센타로와 카오루가 화해하는 장면도 그렇고, 크리스마스에 바에서 연주회를 갖는 모습에서도 그렇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림인데도 이들의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쩌면 이렇게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건지. 소리도 없고 색깔도 없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귀울이면 이들이 연주하는 재즈 선율이 들려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음.. 그리고 2권에는 짧은 단편하나가 더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든 작품인데 오래전 헤어진 연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결국 잊는 것보다 추억을 간직하기로 한 하루코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짠해졌다. 이 단편을 읽으니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언젠가 꼭 읽어봐야지~~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68~18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