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3 - 세상을 울린 칠레 광부 33인의 위대한 희망
조나단 프랭클린 지음, 이원경 옮김, 유영만 해설 / 월드김영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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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뉴스에서 파키스탄 광산 폭발로 인한 사망자 수가 45명으로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나라 역시 예전에는 광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있을 때는 광산 사고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광산 사고가 아니더라도 진폐증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 사람이 많았다. 이처럼 광산에서 일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광산업은 다른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가난한 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천연자원 채굴같은 1차 산업은 아무래도 기술은 부족하지만 노동력은 풍부한 나라에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매몰된 광산 역시 칠레에서 위험하기로 악명 높은 광산 중의 하나였다.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후미진 구석에 위치한 산호세 광산은 난개발로 인해 광산의 구조가 마치 개미굴처럼 되어 있었다. 좀더 많은 구리를 채굴하기 위해 안전을 무시하고 굴을 파들어 갔기 때문이다.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잃는 사람도 속출하는 광산이지만 다른 광산에서 일하는 것에 비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유로 광부들은 이곳에서 묵묵히 일을 해왔다.

2010년 8월 5일,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산이 무너져 내렸고 안에서 작업하던 광부 서른세명이 매몰되었다. 다행히 이들 중에는 큰 부상자가 없었지만, 무너져 내린 암석이 70만톤이나 되는 너무나도 거대한 것이라 안에 있는 장비로는 도저히 이것을 처리할 수 없었다. 사고의 충격과 매몰되었다는 고립감은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광산 내부에 있는 대피소에는 먹을 것이 거의 없었고, 깨끗한 물도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의 특기를 살려 그곳에서 생존해 나갈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적은 음식, 덥고 습한 공기, 딱딱하고 축축한 바닥. 보통 사람들이라면 며칠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지만 이들 광부들은 서로 분열하는 대신 공생과 공존의 방법을 모색했다. 물론 그룹이 나뉘어지긴 했어도 '함께 살아서 나간다'라는 것만은 모두 동의하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극단적인 순간에 처해지면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분열로 인해 서로를 죽게 만들 수도 있고, 절망의 늪에 빠져 스스로를 죽음에 이르도록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살아나가서 가족을 다시 만난다는 희망을 절대로 버리지 않았다. 그것이 이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으리라.

이 책은 기자인 조나단 프랭클린이 칠레 산호세 광산 구조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과 매몰된 광부들과의 인터뷰를 종합해 쓴 책이다. 보통 이런 비극적인 사건에서 생존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드라마틱한 감동을 주기 위해 객관적인 입장을 취한 논픽션이란 느낌보다 극적인 요소를 첨가한 픽션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객관성을 많이 유지한 책이었다. 드라마틱한 역사적인 인간승리라는 부분만 강조했다면 오히려 이 책의 감동이 반감되었겠지만,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한 덕분에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더 많았다. 구성적인 면을 보자면 광부들의 이야기와 구조팀 및 광부들의 가족등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이는 광산 안팎의 상황을 교차시켜 보여줌으로써 마치 그 구조상황을 직접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광부들의 가족은 구조현장에서 숙식하며 이들 광부들이 구조되는 날까지 함께 있었는데, 특히 이들의 편지가 광부들에게 많은 힘을 주었다.  

광부들의 이야기에서 특히 내가 주목한 부분은 그들의 심리적 변화가 여러 단게로 나뉘어진다는 것이었다. 매몰되었을때 느꼈던 공포와 절망을 딛고 공존공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단계, 광산밖 구조팀의 노력으로 그들의 생존을 알리고 가족과 연락이 닿아서 기쁨과 감사와 환희가 넘치던 단계, 그리고 그후에 음식과 다른 많은 것을 공급받으면서 구조팀이나 정부에 대해 불만을 품기 시작하고 광부들의 룰이 무너져 내리던 단계 등으로 진행된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했던 부분은 절망의 밑바닥에서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발견했을 때의 감사함과 기쁨은 사라지고 광산내부에서의 나름대로의 편안한 생활로 인해 이들의 결속이 약해질 때였다. 일단 희망이 보이고 죽음이란 것이 저멀리 물러나자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불만과 불평이 쏟아져 나온다니. 물론 이들은 그토록 힘든 시간을 넘겨 생존해 왔으니 그런 불평과 불만을 토로해도 될 권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을 보니 이들은 철인이 아니라 역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달까. 

이들의 귀환은 단순한 기적이 아니었다. 지하 700m에 매몰된 후 69일 만에 매몰된 광부 전원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중에서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었다. 총 서른세명의 광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룰을 만들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그것을 실행했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이 이들이 만든 가장 큰 기적이다.

하지만 난 아직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이들의 사고와 구조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척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들은 평생 이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갈 것이 분명하니까. 이들은 분명 우리들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기적의 생존자들로 기억될 것이지만,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일지, 얼마나 오래 갈 것인지 우리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다. 그저 부디 앞으로는 평안한 생을 보내기를, 매몰된 광산 속에서 그토록 염원했던 사랑하는 가족과의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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