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파 6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여름 태풍으로 카페 알파가 부서진 후, 알파는 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알파가 알고 있는 세계는 알파가 살고 있는 곳 뿐. 알파가 알고 지내는 사람은 알파가 사는 곳 가까이 있는 사람들 뿐이지만 그 속에서 지내는 동안 알파의 세상은 조금씩 넓어졌고, 알파는 그것을 좀더 확장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파는 느긋한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풍경과 마주하고, 기분 좋은 체험을 거듭한다. 이번에 알파는 공항에 도착해 또다른 로봇을 만난다. 그는 로봇 중에서는 꽤나 드문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나이. 알파와 나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같이 하늘을 난다. 그때 알파와 나이는 기묘한 체험을 한다. 마치 알파가 새처럼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은. 알파는 알파형 로봇 중에서도 특수한 로봇인걸까. 또다시 알파에 대한 수수께끼가 하나 더 쌓였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나이와의 만남은 또다른 인연을 맺어준다. 물론 알파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나이이 친구 중 모모코란 사람은 나이의 사진을 자주 받아 보는데 그것을 전달해 주는 것은 바로 코코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 또 이어진다. 왠지 이런 걸 보면 스너프킨이 한 이야기인 세상 모든 사람은 우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나이와 모모코의 우정, 모모코와 코코네의 우정이 알파와 모모코까지 연결시켰으니까. 이런 장면을 보면 가슴이 따스해져 온다, 왠지. 이런 게 또 카페알파의 매력이지.

이렇게 알파는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추억을 쌓는다. 알파의 도보 여행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가로등 모양의 나무가 빛나는 장면이었다. 이미 사람들은 길을 잊었어도 길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사는 것 같아도, 그 반대로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사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알파는 때로는 군옥수수 판매를 하는 등 한곳에 오래 머무르기도 하지만, 금세 떠나기도 한다. 예전에는 길이었던 곳이 점점 높아지는 바닷물때문에 사라져 가는 모습도 보고, 자연발생적인 화재가 발생해 주변 풍경이 바뀌어 가는 모습도 바라본다. 알파의 여행은 느긋하지만, 그 느긋함 속에도 풍경은 알게 모르게 바뀌어 간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아도 뒤를 돌아보면 언제 이만큼이나 왔나 싶은 생각이 들때가 많으니까. 

알파는 약 1년간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다. 단 1년인데 타카히로는 알파보다 키가 한뼘만큼이나 더 컸고, 주유소 할아버지는 다리를 다쳤다 나았고, 코코네는 네번이나 들렀었다. 알파가 없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알파가 알지 못한 많은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사는 세상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렇게 보자면 우리는 그 많은 것들의 대부분을 모른채 살아가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런 빈 공간은 우리가 살면서 만들어 가는 추억으로 채워진다. 그 추억은 과거의 일부가 되어 차곡차곡 우리 마음에 쌓이고 있다. 알파 역시 지난 일들을 추억으로 떠올리며 다가올 시간을 살아가겠지.

『카페알파』6권은 알파의 여행과 그녀가 쌓은 추억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이 살던 세상을 벗어나 좀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풍경을 지나쳐오는 알파의 이야기는 느릿하게 진행되는 것 같으면서도 순식간에 지나는 시간을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처럼 사랑스러움과 아쉬움을 동반하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는 진료소 선생님께 듣는 초기 로봇들의 이야기와 선생님의 성을 따른 코우미이시 알파란 존재의 이야기가 나올 듯 한데, 혹시 비행기를 타고 있는 알파 실장과 관련된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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