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고 무비스토리북
고어 버빈스키.존 로건 외 지음, 위문숙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랭고』영화 예고를 보면서 무척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원래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다, 조니 뎁이 랭고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아직 개봉전이라 영화가 궁금하던 참에 무비스토리북이 나온 것을 보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주인공 랭고는 카멜레온으로 사람에게 사육되고 있었다. 유리 사육장 안에 갇혀 늘 혼자였던 랭고는 스스로 연극을 만들어 공연하지만 그것을 봐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늘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날 랭고의 사육장이 실린 자동차가 무언가와 충돌하면서 랭고는 차창밖으로 떨어지게 된다. 랭고가 정신을 차렸을 무렵 차는 이미 멀리 사라진 뒤였고, 랭고는 자신이 사막 한가운데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늘 사람의 보살핌을 받아왔던 랭고가 야생의 세계와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랭고의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랭고는 물을 찾아 흙먼지 마을이란 곳으로 가려고 하지만 독수리의 공격을 받거나 하는 등의 시련을 겪게 된다. 우여곡절끝에 흙먼지 마을에 도착한 랭고는 그곳에 있는 바에서 허풍을 떨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랭고의 용기를 높이 사 그를 보안관으로 임명한다. 랭고는 보안관 임무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을까?

랭고의 세상은 유리 사육장에서 야생의 세계란 곳으로 갑자기 엄청나게 넓어졌다. 유리 사육장안은 안락했을지는 몰라도 자유는 없었다. 랭고는 처음 맛본 자유의 공기에 취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신이 엄청나게 대단한 카멜레온인 것처럼 허풍을 떤다. 그렇게 보안관 생활을 시작한 랭고는 몰래 도망가거나 하지 않는다. 비록 처음엔 허풍으로 시작했어도 용기있게 그 일을 수행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이런 랭고의 용기는 때론 엉뚱한 상황을 초래하긴 하지만 랭고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간다.

랭고가 보안관으로 일하게 된 흙먼지 마을은 말그대로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건조한 사막 마을이다. 사막 마을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물이 공급되어 왔기에 마을이 유지되었지만, 갑자기 마을의 물이 사라져 버리는 등 물부족 현상이 심해진다. 랭고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물을 훔쳐간 프레리독 일당을 혼내주러 간다. 그러나 프레리 독들은 물을 훔친게 아니라 물이 들어 있는 물병을 사막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즉 범인은 따로 있는 것이다. 도대체 범인이 누굴까, 하고 추적을 해나가던 중 랭고 일행은 시장인 거북이 악당 도마뱀 빌과 함께 골프를 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본 랭고 일행은 시장이 범인이란 확신을 하게 된다.

사막은 물이 거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사막에 사는 동물들은 적은 물을 가지고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지만 아예 물이 없다면 생존은 보장받을 수 없다. 흙먼지 마을 역시 마찬가지로 물이 없다면 마을이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은 골프를 친다니. 사실 사막에 골프장이 있다면 그곳의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물을 끌어 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모하비 사막에 골프장이 있는데 다른 곳은 모두 모래로 덮여 있지만 그곳만은 푸른색을 띈다. 고작 골프를 치겠다고 다른 동물을 목숨을 위협하는 시장은 사막에 골프장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즐기는 일부 부자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닮아 있다. 또한 골프장의 잔디를 파릇파릇하게 유지하게 만들기 위해 뿌려대는 농약은 지하수에 스며들어 2차 오염을 발생시킨다. 안그래도 살기 척박한 환경을 더욱 척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랭고는 전에는 적이었던 프레리 독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아르마딜로에게 사막의 지혜를 배우는 등 마을을 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만약 랭고가 허풍쟁이로만 살았더라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랭고의 이야기는 용기와 책임감, 도전정신과 협동심 등 아이들이 배워야 할 덕목들을 카멜레온 랭고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의 문제 중 하나인 물부족이란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사막에 위치한 골프장 이야기나 사막 위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이야기를 슬쩍 끼워 넣어 이것들이 물이 부족한 곳의 물을 더욱 부족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곁들이고 있다. 권선징악, 평범하고 별 볼일 없던 자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는 진부하게 흘러갈 수도 있지만, 사막에 사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물부족에 관한 이야기를 잘 결합시켜 재미있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이 책의 또다른 재미는 역시 다양한 동물 캐릭터란 것에 있다. 위의 그림은 실제 애니메니션에 등장하는 장면이 아니라 등장동물 캐릭터 스케치이다.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므로 이 동물들이 어떤 동물인지, 또한 어떤 습성을 가지고 사는 동물인지에 대해 공부해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실제 애니메이션 삽입 장면의 경우 색상도 선명하고, 비늘 하나 털 하나가 살아 있는 듯한 생동감을 주며, 동물 캐릭터 중에 좀 특이한 태릭터가 등장할 때는 스타워즈를 보는 기분이 들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희화한 모습이긴 해도 각 동물이 가지는 특징까지 무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유아용 책이라서 그런지 이야기 전개가 너무 빠르고, 때로는 앞뒤 이야기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줄거리 파악으로는 좋겠지만, 랭고 이야기의 진정한 맛은 많이 못느낄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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