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책이야!
레인 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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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참 좋겠다~~ 어른이 되어가지고 애들을 질투하는 건 모양이 좀 빠지는 일이긴 하지만 부러운 건 부러운 거다. 나 어린 시절엔 놀이라고 해봤자 동네에 나가서 나무타고, 바위타고, 겨울이면 집에서 만든 썰매를 타거나 비료포대에 짚을 넣고 눈썰매를 타곤 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요즘은 집집마다 비디오가 다 있으니 어린이용으로 나온 교육용 비디오 시청도 할 수 있지, 집에서 게임도 할 수 있지, 컴퓨터도 있으니 언제든 컴퓨터로 이런 저런 걸 할 수 있지... 정말 세어도 세어도 끝이 없겠다. 나 어린 시절엔 집에 티비가 있긴 해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별로 없었지, 비디오도 없었지, 컴퓨터는 두 말 하면 잔소리. 게임을 하려고 하면 오락실에 몰래 가거나 문방구 앞에 놓인 소형 게임기 정도만 가지고 놀 수 있었다. 그 뿐이랴, 나 어린 시절엔 책도 귀해서 겉표지가 나달나달해지고 속지가 덜렁덜렁할 정도로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었지만, 요즘에는 애들이 있는 집이면 전집이 넘쳐난다. 와, 사실 난 그게 제일 부러웠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자주 아파 입원도 몇 번 하곤 했던 나는 밖에서 놀 수 없을 땐 책을 읽었다. 똑같은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도 읽어서 집에 있는 책 중에는 멀쩡한 책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어린 시절 - 초등학교 때까지 - 의 일이고 중학생 이후에는 책을 읽어도 그정도로 열정적으로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계속 책을 읽지만 한 두번 보고 책꽂이에 주르륵 꽂아놓는 게 전부다. 그래도 요즘 사람들 치고는 독서량이 좀더 많다는 게 내게 있어 단 하나의 자부심이긴 하지만...

요즘은 책을 읽는 사람보다 안 읽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 나오는 동키처럼 다른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꾸미기도 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것을 통해 정보도 교환하고, 손으로 직접 쓴 편지 대신 이메일로 안부를 전하고, 와이파이를 통해 어디에서나 신문이나 방송을 접하는 등 책보다는 기계와 친한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휴대전화로도 인터넷이 가능하고, 게임도 가능하다 보니 요즘 아이들을 보면 손에서 휴대전화가 떨어질 시간이 없다. 수시로 문자 넣고, 게임하고, 인터넷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콕 박혀서 나오지를 않는다. 또한 텔레비전 역시 책을 멀리하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수동적인 행위이다. 그냥 틀어 놓고 보기만 하면 되니까. 이렇게 편리한 세상이다 보니 책 보다는 좀더 자극적인 매체를 원하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당나귀 동키는 전형적인 현대인이다. 컴퓨터가 곁에 없으면 불안해 하고, 컴퓨터로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숭이 몽키는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을 즐긴다. 동키가 책으로 스크롤, 블로그, 트위터, 메일 보내기, 와이파이가 되냐고 묻지만 몽키는 그런 것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대답대신 "이건 책이야"라는 대답을 할 뿐이다. 그리고 책이 얼마나 좋은지 어떤 점에서 유익한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책을 동키에게 보여줄 뿐이다.

사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누가 강요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귀에 딱지가 않도록 "책 좀 읽어라, 책 좀 읽어라"해도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들이 책의 중요성이나 유용성을 몰라서 그런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에게는 책을 읽고 싶은 동기가 없는 것이다. 동키는 몽키와의 대화를 통해 책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보인다. 자연스러운 관심, 그리고 독서의 실행.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요즘 아이들에게 있어서나 어른들에게 있어서나 세상은 신기하고 놀라운 것으로 가득하다. 그런 세상에서 책에만 관심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매체 안에 독서란 것을 집어 넣는 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지만 페이스북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이메일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하면서 매일 매일을 살아간다. 그 시간들 중에 책 읽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하고 있다. 물론 내 방법이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지만, 현대 사회의 기술발달과 여러 매체의 발달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것들을 조화롭게 융화시키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음. 또 한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자책 이야기이다. 요즘 전자책이 부쩍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다가 가격이 싼 편이라 자꾸만 전자책에 시선이 가고 있다. 하지만 안구건조증 등이 있는 나로서는 전자책을 택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종이책을 더 선호한다. 종이책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좋다고나 할까. 책 표지의 아름다움, 새책에서 나는 종이 냄새, 잉크 냄새, 그리고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의 기분 좋은 바스락거림. 종이책 애호가인 나이지만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그 형태만 다를 뿐, 책을 읽는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고, 어떤 식으로든 책을 읽는 것은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어느 하나만을 고집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전자책을 읽는 게 더 좋고 편하다는 사람이나, 종이책이 더 좋다고 하는 사람이나 책이란 것을 좋아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걸 우선에 두고 생각할 때이다. 물론 내 입장에선 전자책 가격이 저렴해서 배아플 때도 많지만, 이런 아름다운 그림책의 경우 전자책으로 본다면 그 아름다움이 감해질 듯 해서 그럴 땐 또 배가 안아프다. 종이책도 책, 전자책도 책. 컨텐츠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역시 종이책만이 가진 장점은 전자책이 결코 따라오지 못할 걸~~비록 기술의 발달로 전자책이란 것까지 등장해 종이책에게 위협을 가하지만, 종이책을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책을 고집할 것이다.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샌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결국 이 책이 하고 싶은 이야기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란 것이다. 책의 매력을 알고 있는 사람은,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은 반드시 외치게 되어 있다. 그래, 책이야! 맞아 맞아, 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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