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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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오,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을 22편이나 만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총 세권으로 나온 이 시리즈가 모두 단편집이지만, 특히 1권 본격 추리 1은 단편 중에서도 특히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빠른 전개가 주는 스릴과 묘미를 맛볼 수 있었다. 전에 란포의 책을 두 권 읽었었는데, 하나는 장편소설인 『외딴섬 악마』였고, 또 하나는 단편소설집인『음울한 짐승』이었다.『음울한 짐승』의 경우 본격 추리소설과 변격 추리소설 두 가지가 모두 실려 있어 즐겁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적은 수의 작품만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건 본격 추리로만 22편이니, 횡재한 느낌이랄까.  

이 단편 소설 중에는 란포가 창조한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가 등장하는 작품도 있고, 암호가 등장하는 작품, 1인 다역이 되어 저지르는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바꾸기 등 다양한 트릭을 사용한 작품이 등장한다.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가 나오는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역시 <심리시험>이다. 수사관을 속이려는 범죄자와 그 범죄자의 수를 모두 꿰뚫어보는 명탐정의 대걸이랄까, 다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또 읽어도 재미있었다. 그건 <D언덕의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 밀실처럼 보이는 장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상을 아케치 코고로가 파헤치는 이야기로 에도가와 란포 역시 이 작품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흉기>란 작품은 아케치 코고로가 쉰을 넘어선 나이로 나와 깜짝 놀랐달까. 책의 주인공은 나이도 안먹는 줄 알았는데, 아케치 코고로는 착실하게 나이를 먹고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의 트릭은 앞에 나온 <화승총>을 떠올리게 한다. 

<무서운 착오>의 경우에 '무서운'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내용은 무섭다기 보다는 너무나도 안타까웠달까. 남편의 실수에 실소가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어져 버렸다. 이런 착각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으로는 <입맞춤>과 <모노그램>,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작품들은 결말부를 읽으면서 웃음이 슬며시 나와버렸다. 사람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를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는 암호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암호를 남자 혼자 밖에 모른다는 것. 거참. 암호를 소재로 한 작품 중에 많이 안타까웠던 것은 역시 <일기장>이었다. 만약 두 사람이 상대방이 자신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암호를 해독했더라면 이들의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마지막 작품인 <석류>는 몹시도 인상적이었는데, 참혹한 사건 속에 감춰진 비밀이랄까. 한 탐정이 범죄 수사를 도우면서 기록한 수기 중 한 사건에 대해서 한 남자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이 남자가 탐정에게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수법에 감탄한 작품이었다. 물론 사건의 진실도 놀라웠지만, 심리적인 것을 이용해 이야기를 하도록 만드는 게 더 재미있었달까. 역시 란포야, 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이다.

여기에 실린 작품 중에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나 돈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도 많다. 이런 작품은 요즘이나 그때나 가족 관계에 별반 다른 게 없었나 싶은 생각을 들게 해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구성면에서는 각각의 단편들은 작품속에 등장하는 화자의 말투의 변화나 이야기 전개 방식에 다양성을 두고 있는 점이 무척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각 작품의 스토리 전개 방식을 달리함으로써 지루함을 덜어 준다고 할까. 작품의 소재나 트릭면에서는 물론 현대 작품과 비교해서 볼 때 조금 올드한 맛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이 작품들이 씌어진 시기를 생각해 본다면, 이 작품을 읽었던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충격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극소수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금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있었기에 요즘같은 복잡한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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