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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벤 5 : 홋카이도편 2 - 철도 도시락 여행기 ㅣ 에키벤 5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2월
평점 :
착한 아내의 응원 덕분에 에키벤 전국일주에 나서게 된 나카하라 다이스케는 큐슈, 시코쿠 · 츄고쿠, 간사이 지방을 지나 일본 최복단의 섬 홋카이도에 도착했다. 홋카이도 편은 총 3개로 나뉘어지는데, 홋카이도 여행은 하코네를 시작으로 태평양을 끼고 있는 동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여행하고 있다.
지난번 홋카이도 여행에서는 아내 유우코와 만나 특급 열차도 타는 등 사치를 부렸지만, 이번에는 나나와 동행이다. (나나는 큐슈편에서 나온 여성기자) 이번 여행의 특이점은 대자연과 함께 하는 에키벤 여행이랄까. 홋카이도는 면적이 넓기도 하지만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 많아 에키벤뿐 만 아니라 풍경을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졌다.
일단 다이스케와 나나의 여행 일정을 따라 가면서 본 눈에 띄는 관광명소랄까, 자연경관을 이야기해 볼까. 니캇푸역은 미나모토노 요시츠네가 지은 한간관이란 곳과 가깝다. 한간관에서 바라보는 절경과 맛있는 에키벤, 환상의 조화였달까. 그러나 난 에리모 곶이 더 좋았다. 비록 초속 10m 이상의 바람이 연간 290일 정도 불어오거나 안개가 연간 108일 정도 끼는 곳이긴 하지만 탁 트인 경치가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운이 좋은 경우에는 바다표범을 볼 수 있기도 한 곳이다. (안타깝게도 나나와 다이스케는 바다표범을 보지는 못했다) 에리모곶에 있는 바람의 관은 망원경으로 경치를 구경하거나 에키벤을 먹으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에리모곶에서 히로오역으로 가는 길에는 '황금도로'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도로가 있는데, 진짜 황금이 묻힌 땅이 아니라 워낙 지형이 좋지 않아 황금을 들이붓듯 해서 건설된 도로란 뜻.
앗케시역을 지나 네무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염수호인 앗케시 호가 나온다. 이곳에는 굴껍데기가 쌓인 산호섬이 60여개, 식물군락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또한 베칸베우시 습원은 선로 이외에는 인공물이 전혀 없는 곳이다. 즉, 기차가 다니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다. 네무로역에서 내리면 일본의 최동단인 노삿프곶으로 갈 수 있다. 이곳에서 보이는 키이가라 섬은 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이 러시아에 주권을 빼앗긴 곳이다. 나나의 경우 러시아에 섬을 빼앗긴 것으로 분하다고 하지만, 한국인인 나로서는 너희는 우리나라 전체를 식민지로 삼았거든, 이라고 말하고 싶었달까. 쳇.
쿠시로 역에서는 JR 홋카이도 노롯코를 탈 수 있다. 봄과 여름에는 쿠시로 습원 노롯코, 가을에는 쿠시로 온천 단풍 노롯코, 겨울에는 오호츠크 유빙 노롯코로 이름을 바꿔 다는 관광노선이다. 이들이 탄 것은 쿠시로 습원 노롯코. 쿠시로 습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면적만 26.861헥타르. 엄청난 넓이의 습지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특별 천연기념물인 두루미까지 볼 수 있다. (우리는 일광에서 많이 봤지) 특히 카야누마역은 일본 유일의 두루미가 오는 역으로 이곳 지역농가의 보살핌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티비에서 두루미가 오는 마을에 관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혹시 여기였나? 이외에도 북방 여우라든지 홋카이도 사슴도 가끔 눈에 띈다고. 역시 대자연이 살아있는 홋카이도, 라는 느낌이랄까.
하야코시미즈 역에서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로 DMV(미니버스로 듀얼모드 비히클)라는 것인데 이는 철로, 도로 양용이다. 수륙양용 자동차는 봤지만 도로, 철로 양용은 처음. 완전 신기하다.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다고.
아바시리에서는 유빙을 볼 수 있었다. 열차로는 유빙 토롯코호란 관광노선이 있으며, 1월에서 4월까지는 관광 쇄빙선 [오로라]호가 항해한다고. 이들이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특급을 한 번 타는 데 그 이름은 유빙특급 [오호츠크의 바람], 하이덱커 차량이다. 일본인들은 정말 열차 이름까지도 감각적이란 말야. 이런 건 참 부럽다.
하지만, 일본 역시 열차 손님들이 많이 줄어 들어 폐선 되는 노선이 점점 늘어간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폐선된 건 히로오, 코후쿠, 치호쿠 고원철도, 고향 은하선, 시베츠 선 등이다. 일단 폐선되면 다시는 살아나지 않는 철도. 요즘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다시 열차를 타자는 운동이 생기도 있다지만,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고속도로 내는 재미에 - 사실은 건설사 배불리기 - 고속도로만 자꾸 늘고 있다. 고속도로의 문제점과 열차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다이스케 아저씨 화이팅! (사실 이것 말고는 다이스케 아저씨의 매력은 0점)
에키벤 여행이니 에키벤에 대해서도 알아 봐야겠지? 일단 제일 처음 나온 연어초밥. 나도 연어초밥을 엄청 좋아하는데, 역시 연어초밥은 기름기가 자르르르 도는 고소한 맛이 일품. 나나가 먹은 연어초밥은 은대구초밥과 함께 들어 있는데, 이 초밥의 특징은 자투리 고기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덧붙여진 살이 보인다. 음식은 절대로 낭비하면 안된다는 에키벤 상점의 철학이 엿보인다.우리나라는 반듯반듯한 초밥만 나오는데 혹시 다른 부위는 다 버린거야?
토키치 수확 도시락은 토키치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한 도시락이다. 그래서 수확이란 말이 붙었구나. 호오. 또한 따끈따끈 돼지고기 덮밥의 경우 보온재가 들어서 따끈한 도시락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특징. 김이 슈욱하고 빠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도시락은 차가운 것이 많은데, 가끔 이런 따끈한 도시락을 보면 더 군침이 돈다니까.
앗케시역에서 파는 에키벤은 굴을 재료로 한 도시락. 앗케시란 말은 아이누어 앗케시이에서 따온 것인데 이는 굴이 있는 곳을 뜻하는 말이다. 쿠시로 역의 소라게 초밥은 게의 다릿살이 세개나!? 혹시 우리나라로 치면 대게급일까나? 밥 위를 완전히 덮는 사이즈의 게다리살에 찢어서 넣은 게 속살까지, 다양한 게맛을 즐기는 게 포인트. 이 소라게 초밥의 경우 에키벤 대회에 나갈 때 마다 베스트 10위안에 드는 인기 초밥으로 2006년에만 매출액이 3,000만엔을 넘었다고. 와우, 엄청나다. 쿠시로역의 정어리 쌈초밥도 엄청 맛있을 것 같아서 침이 꼴깍. 역시 홋카이도는 신선한 해산물이 많으니 해산물로 만든 도시락이 주종을 이룬다.
아바시리역의 오호츠크 호화 도시락은 덮밥 4종류가 한세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연어덮밥, 가리비덮밥, 연어알덮밥, 게덮밥이 바로 그것이다. 한번에 네가지 덮밥을 맛보다니, 아이디어 참 좋은 듯. 나도 덮밥종류를 좋아하는데, 자꾸만 눈이 그리로 간다~~~ 참, 미니버스인 DMV를 타는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도시락도 있는데 그건 3종으로 구성된 도시락이었다. 일명 에키벤 'DMV 트랩박스'라고 하며 돈까스덮밥, 해산물덮밥, 소고기덮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품식으로 덮밥만 한 게 없지. 암만.
키타미역의 가리비 덮밥과 북쪽의 사계절은 미소시루가 딸려 있다는 게 특징. 아무래도 추운 곳이니 만큼 따끈한 국물이 있어야 제격이지. 가리비덮밥은 가리비조림이 아니라 가리비까스가 들어가 있는 게 특징이고, 북쪽의 사계절은 정말 사계절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 조리한 도시락이다. 반찬 가짓수가 무척이나 많달까. 반찬이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을 듯.
홋카이도 2편의 에키벤은 대부분 해산물을 이용한 도시락이었지만, 토키치 산 소고기를 이용한 에키벤이나 오비히로, 마슈에서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도시락도 있었다. 뭐, 오야코돈도 팔긴 하두만, 홋카이도까지 가서 굳이 오야코돈을 먹을 필요는.... (푸핫) 그래도 역시 제일 눈이 가는 건 연어가 들어간 도시락과 게가 들어간 도시락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굴이나 가리비같은 패류는 별로 안좋아한다) 멋진 풍경과 살아있는 자연을 보면서 즐기는 에키벤 여행. 이것은 역시 홋카이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사치가 아닐까 싶다.
홋카이도 여행은 다음편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에키벤이 기다릴지, 또 어떤 멋진 풍경이 기다릴지 완전 기대!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에키벤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