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빵 2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일본 토호쿠 지방 이와테현의 한 베드타운. 그곳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만화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토리노 난코. 그녀가 들려주는 자연과 더불어 가는 삶과 귀여운 들새들의 따스한 이야기 제 2편.

새라는 뜻의 토리와 빵을 합쳐 만든 신조어(?) 토리빵은 새들의 모이용으로 준비한 빵을 의미한다. 빵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빵의 겉부분을 모은 것으로 집에 있는 모이터나 호수에서 새들에게 먹이로 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겨울 분량이 가장 긴 편인데, 그도 그럴 것이 토호쿠 지방은 겨울이 아주 길기 때문이고, 들새들을 잘 관찰할 수 있는 것 역시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이기 때문이다. 가을같은 때는 먹이가 풍부해서 민가까지 잘 안내려온다고. 산에 먹을 것 천지인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민가에 내려올 필요는 없단 뜻일지도.

가을편은 그래서 새들 이야기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를테면 작가의 아버지께서 산에 가서 버섯을 해오신다거나 하는 그런 것. 그런 이야기 중에는 귀신호두, 산밤 등 가을에 산에서 수확할 수 있는 열매에 관한 에피소드도 있다. 뭐랄까, 자연이 가깝지 않으면 절대로 맛보지 못할 맛들에 관한 이야기랄까. 나도 시골에 가거나 산에 가면 산나물이나 산열매를 주어오곤 하는데, 그런 거랑 비슷한 것이겠지?

그리고 가을에는 겨울에 찾아올 새들을 위해 먹이터 정비를 미리 해둔다고. 민가 주변에 사는 새들이 일단 많이 와야 들새들도 안심하고 찾아온다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지역주민에게 평이 좋아야 관광객도 찾아오는 이치란다. 즉 지역주민은 참새같은 새들, 관광객은 들새들?


토호쿠 지방은 겨울이 빨리 오고 봄이 늦게 온다. 이렇게 시베리아 한랭기단이 찾아오면서 이곳의 겨울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그림을 보고 빵~ 터졌다. 코샤크 댄스를 추면서 우글우글 몰려오는 한랭기단. 작가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笑)

겨울편에서는 일단 카마씨 이야기 먼저. 카마씨는 누구냐. 사마귀 여사되시겠다. 작가는 수컷 사마귀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을 낳는 걸 보고 암컷인줄 알았다고. 하여튼 이 카마씨와 약 1달간을 함께 보냈다고. 사실 사마귀라고 하면 나도 고개를 휘휘 젓는 곤충이긴 하다. 솔직히 생김자체가 비호감이잖아! 그래도 작은 사마귀는 귀엽다고 생각한다. 다 큰 사마귀를 집에 데리고 와 먹이를 챙겨먹이며 보살피는 작가는 좀 독특한 면이 있구나 싶지만, 새를 좋아하고 고양이나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사마귀도 좋아할 수 있으니까 하고 납득을 해버리고 있다. (난 정말 납득을 잘 하는지도)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카마씨와의 추억을 간직하게 된 작가. 카마씨의 아기들은 잘 부화해서 잘 살아갔겠지?

1권에서의 표지모델은 건방진 눈을 하고 있는 녹색딱따구리 폰짱. 2권 표지 모델은 개똥지빠귀 츠구밍이다. 가난뱅이 습성이 몸에 배어 있고 날기보다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츠구밍은 봄이 되면 시베리아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난 겨울부터 계속 그곳에 머무르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외의 새들로는 역시 정월초부터 나타난 녹색딱따구리 폰짱, 직박구리 히요짱 등 다양한 들새들이 등장한다. 그래도 제일 귀여운 건 역시 보송보송한 털의 오목눈이. 앞발과 귀만 달아주면 영락없는 햄스터라나? 또한, 오색딱따구리 펜짱, 오종종 가지에 매달린 참새들 하며, 물까치 하며, 호수에 있는 백조와 오리들까지, 다양한 새들이 등장 갖가지 에피소드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작가의 어린시절 겨울 보내기 에피소드도 무척 재미있었다. 쌀봉투를 이용한 눈썰매 복장 제작(?)이라든지, 연못에서 스케이트 타기 등.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린 시절엔 겨울이 전혀 춥지 않았다. 물론 춥긴 추워도 놀때는 추운 줄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뒷산에 올라가 비료포대 타고 눈썰매 타기는, 지금 생각해도 짜릿짜릿. 역시 어린 시절엔 이런 추억이 하나둘 쯤 있어야 좋지~~


봄(3월)이 되었건만 여전히 눈이 펑펑 쏟아지는 아침, 새들은 모이터 주변에서 바쁘게 아침 식사중이시다. 정규멤버 전원집합 조찬회 개최 중!? 왼쪽 밑이 개똥지빠귀 츠구밍, 오른쪽 밑은 참새, 그위엔 물까지, 모이접시 옆에는 직박구리 히요짱, 나무에 매달린 건 녹색딱딱구리 폰짱이다. 모이터가 한 세군데 쯤 된다고 하지만 보기 편하게 이렇게 그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모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지붕도 있더이다. 하지만 이것도 보기 쉽게 생략해서 그렸다고. 이렇듯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는 새를 보면 나도 부지런해져야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역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딱인듯.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들새들의 이야기 등의 깨알같은 에피소드는 웃음을 빵빵 터뜨리게 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게도 하며, 때로는 계절의 변화를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자연의 변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되돌아 보게 하기도 한다. 또한 독자들이 보낸 사연들 역시 웃음이 터지게 하는 것도 있고 때로는 가슴 찡하게 만드는 사연도 있었다. 특히 로드킬 당한 직박구리 동료를 길가로 밀어내려는 직박구리를 보았다는 사연은 정말 코끝이 찡했다고나 할까.

우리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들새, 그리고 도시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은 몇 번을 읽어도 즐겁기만 하다. 3권도 기대기대!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63p,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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