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 - 강제 징용자들의 눈물 보름달문고 37
문영숙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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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와 관련해서 위안부들의 이야기는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나 드라마같은 것을 통해 일본의 태평양 전쟁에 동원된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간간히 접했지만 그들외에 탄광이나 공장, 제철소등으로 끌려간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접해 보지 못했다. 태평양전쟁의 발발 이후 일제는 군수물자를 대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식량으로 이용되는 쌀을 비롯해 가죽의 필요로 인해 개와 같은 동물들, 무기를 만들기 위한 금속이란 금속은 죄다 쓸어 모아 갔고, 그도 모자라 군수품을 제작하는 등의 인원보충을 위해 젊은이들도 많이 끌려갔다.『검은 바다』는 그중에서도 조세이 탄광에서 석탄을 캐기 위해 끌려간 강제징용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재와 천석은 올해 열다섯 살이 되었다. 봄바람은 간지럽고 진달래는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봄을 만끽할 여유라곤 없다. 일본이 전쟁을 시작하면서 군인들에게 먹일 쌀을 조선에서 모조리 쓸어 간지라 원래 봄에도 쌀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식량이 넉넉했던 강재네 마을에도 쌀이라곤 거의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달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나물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근근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강재는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는다. 창씨개명을 하지 않아 일본 선생에게 두들겨 맞은 후 멍한 상태로 지내는 형이 일본으로 끌려가게 생긴 것이다. 강재네 집에서는 형이 장남이니 강재보고 대신 일본으로 가라고 한다. 형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만 2년만 다녀오면 면서기를 시켜준다는 소리에 강재는 일본으로 갈 결심을 한다.

강재와 천석이를 비롯한 젊은 사람들은 짐짝처럼 취급되었고, 처음 타는 배안에서도 갇혀 있어야만 했다. 끼니를 때울 음식이라고는 콩깻묵이 대부분인 주먹밥. 하지만 기술을 배워 고향으로 돌아올 때는 면서기가 될 꿈에 조금만 참자고 결심하지만 어린 강재와 천석이에겐 처음부터 너무 가혹한 일밖에 없었다.

강재와 천석은 우베시 바닷가에 있는 조세이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일을 하게 된다. 조세이 탄광은 바닷속에 탄광이 있는 곳으로 환경은 너무나도 열악했다. 어린 나이의 강재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힘든 일이지만 강재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 2인 1조가 되어 석탄을 캐고 나르고, 하루하루가 너무 고되기만 하다.

몇 달이 지난 후 강재와 천석은 이 탄광 수용소를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강재와 천석은 탈출을 감행하지만 불어난 비와 콜레라에서 막 회복된 강재의 체력으로는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결국 이 강에서 강재는 천석이와 헤어지게 되고, 일본인들에게 끌려가 매를 맞는다. 탈출은 곧 죽음. 그러나 물자가 부족한 탓에 한명의 인부라도 더 살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 강재는 겨우 목숨을 건진다. 같이 도망갔던 천석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렇게 또 고된 탄광 노동을 하던 어느 날. 무리하게 석탄을 캐내던 막장이 결국 무너지고 만다. 무너질 때 막장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180여명. 그중 대부분이 조선인이었다.

혼란을 틈타 탈출에 성공한 강재는 천석이와 만나기로 한 제철소로 가지만, 그곳에 이미 천석이는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강재에게 호의적인 일본인이 나타나 그가 운영하는 철공소로 가게 된 강재는 천석이 나가사키의 조선소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동생인 연지 역시 방적공장에 강제 징용되어 갔고, 그후 소식이 끊겼다는 것도.

나가사키 조선소에 간 강재는 여전히 천석을 만나지 못한다. 그와중에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강재는 요행히 폭격을 피해 살아 남는다. 하지만 그곳은 지옥이었다. 도대체 전쟁은 누굴 위한 것일까.

귀선증을 얻기 위해 시체치우는 일까지 하면서 돈을 모으던 강재는 드디어 천석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천석은 너무나도 변해있었다. 천석 역시 원폭 피해자로 한 손은 타서 오그라들고 정신적 충격까지 받은 상태였다.

천석을 데리고 가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을 한 강재는 드디어 조선으로 돌아갈 배를 타게 된다. 저 멀리 보이는 오륙도. 드디어 조선이다. 일본에 건너간지 2년. 그동안 너무나도 힘들고 절망적인 일을 겪었지만 이들은 드디어 꿈에도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아동동화를 통해 아픈 역사를 읽는 것은 역사책을 읽는 것보다 더 아프고 더 실감났다. 또한 그림 역시 판화같은 그림이라 그런지 더욱 눈에 쏙쏙 들어왔다.『검은 바다』는 강재와 천석이라는 두 소년을 주인공으로 조세이 탄광에 끌려간 강제징용자들의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외에도 창씨개명, 일본인보다 더 지독한 친일파 조선인들, 제철소나 조선소, 방적공장으로 끌려간 강제징용자들, 일본이 조선의 맥을 끊기 위해 설치한 말뚝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이야기까지 나온다. 타국에 끌려가 노예처럼 일하다가 희생된 조선인들의 이야기와 전쟁이야기를 동시에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다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으며, 태평양 전쟁에 동원되어 남양군도, 팔라우, 사이판에서 총알받이로 죽어간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 또한 연지처럼 방적공장에 취직시켜준다고 해놓고 위안부로 끌려갔을 조선 여인은 얼마나 많을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또한 전쟁에서 패한 후 증거인멸차원에서 학살당한채 버려진 조선인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막연히 그 숫자가 많을 뿐이라고만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이 이야기가 때때로 방송에 나오거나 신문에 이런 소식이 실릴 때만 우리는 관심을 가진다. 같은 동포인데도,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조세이 탄광 수몰로 희생된 조선인들은 여전히 그 바닷속에 잠들어 있다. 이렇게 타국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조선인의 수는 너무나도 많지만, 우리 정부는 친일파의 적산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일본의 사과도 제대로 못받아 내고 있다. 아픈 역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고통받았던 사람들은 우리와 똑같은 피가 흐르는 내 동포란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 책표지, 책 본문 中(9p, 42p, 73p, 139p, 168~169p, 193p, 218~219p, 238p, 247p, 58~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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