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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안질려 1
유메지 코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만화가하면 연상되는 동물은, 단연코 고양이이다. 동물 만화 중에 고양이 만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이지만, 대부분의 고양이 만화는 작가가 직접 기르고 있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화가들이 고양이를 많이 기르는 이유는 뭘까. 고양이는 보통 한살 정도가 되어 성묘가 되면 놀랄만큼 조용하고 차분해진다. 그래서 늘 집에서 일을 하고 밤샘 작업이나 마감일에 미친듯이 몰아서 일하는 만화가들에게는 늘 발랄한 개들보다는 차분한 고양이가 있는 쪽이 더 낫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고양이들도 있긴 하지만... 우리 고양이 중 티거는 아홉살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아기 고양이처럼 굴고, 우리 보리처럼 사람이 안보는 곳에 가서 저지래를 하는 고양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개보다 사고도 덜치고, 야옹하고 울어도 개가 짖는 소리보다는 소리가 작으니 작업하는데도 신경이 덜 쓰이고, 매일매일 산책을 시켜야 하는 개에 비해 고양이는 산책을 시키지 않아서 될지도 모르니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아니면 어쩌지?) 말이 좀 길어지긴 했지만, 동물 만화 중에서도 유난히 고양이 만화가 많다는 걸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각설하고. 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표지에 두리뭉실하게 생긴 녀석은 로즈라는 수컷 고양이로 작가가 길에서 업어온 아이이다. 원래는 키울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 이미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있었기때문 -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으로 데리고 오게 된 것이다. 뭐, 그런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테지. 인연의 무서운 점이라면 무서운 점일수도 있고. (쿨럭)
처음에는 오래 키울 생각이 없어 - 다른데로 입양보낼 생각이었음 - 장장 석달 동안 이름도 붙여 주지 않았지만 결국 로즈란 이름을 붙여주고 같이 살게 되었단다. 수컷과 로즈란 이름은 잘 안어울리는 것 같긴 하지만, 중성화 수술을 했으니 나름 어울리는 것 같기도. (혼자 열심히 납득 중) 로즈는 알레르기 체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수많은 건사료와 습식사료(통조림)을 바꿔 먹이고 그것마저 안되니 직접 고양이 밥을 만들기도 하고 부스럼이 많이 생길 때는 앞다리를 보호하는 보호대를 만들어 입히거나 엘리자베스 칼라도 직접 제작해서 씌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참으로 로즈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직접 펫샵에 가서 입양한 반려동물이 병에 걸리면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버리는 사람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길에서 맺어진 인연으로 처음에는 기를 생각도 없었지만, 돌봐 줘야 할 때는 확실히 돌봐 주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 진정 로즈의 반려인이 될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양이는 안질려』1권 역시 다른 고양이 만화와 마찬가지로 깨알같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로즈와의 첫만남에서 시작해 로즈와의 일상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건 역시 앵무새 모모와 고양이 로즈와의 동거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지인의 부탁으로 몇 달 동안 앵무새를 돌봐 주게 된 작가. 보통 고양이라면 새를 사냥감으로 인식할테지만, 로즈는 처음에 새를 공격하면 안된다는 교육을 받은 후로는 모모와 애매모호하게 사이좋게 지낸다. 앵무새도 꽤 간이 큰 게 아닌가 싶기도. 이상한 새와 이상한 고양이? (→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리고 뒷마당에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가 남긴 선물 이야기, 로즈의 벌레 사냥 이야기, 새로 입양한 중고양이 스우쉬와 로즈의 만남에서 절친이 되기까지의 과정 등 로즈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애교쟁이지만 궁극의 마마캣이자, 새와도 사이좋게 지내고 새로 온 고양이에게 꼼짝도 못하는 로즈의 공사다망한 나날들.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