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걸 고스트 걸 1
토냐 헐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워너비(wannabe)란 말이 있다. 이 단어는 마돈나 워너비에서 유래하는데, 이는 1980년대 마돈나를 동경하던 10대, 20대 여성들이 마돈나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녀의 외모, 사상까지 따라하게 된 현상을 의미한다. 요즘은 마돈나 워너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워너비 족이 존재하는데, 그중에는 연예인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고, 또래 집단의 우상을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이 작품『고스트 걸』의 주인공인 샬롯 어셔는 또래 집단에 속한 여학생을 닮고 싶어하는 소녀이다. 콕 집어서 이야기하자면 그녀의 외모를 닮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샬롯은 왜 또래 집단의 여학생을 닮고 싶었던 것일까. 샬롯은 지극히 평범한 여학생으로 학교에서는 거의 존재감이 없는 편이다. 그런 샬롯이 좋아하는 건 학교에서 가장 인기남인 데이먼으로 학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학생인 페튤라의 남자친구이다. 여름방학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샬럿은 데이먼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가득차 학교에 등교하지만, 이게 웬일, 곰돌이 젤리를 먹다 그것이 목에 걸려 사망하고 만다.

참으로 허망한 사인이다. 이렇게 죽은 샬럿은 유령이 되어 유령학교에 다니면서 갖가지 해프닝을 일으킨다. 샬럿이 다니는 학교는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함께 있으며 다른 유령 학생들 역시 산 자들을 곁에서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샬럿은 유령이 된 기회를 이용해 데이먼을 스토킹하기 시작하고, 페튤라에게 빙의하려다 실패를 거듭한 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페튤라의 동생 스칼렛의 도움을 받아 스칼렛의 몸에 빙의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죽은 데다가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고백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죽은 게 원통한 샬럿은 죽은 후에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하긴, 미련을 전혀 남기지 않고 죽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면 샬럿의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 비록 유령이 되었지만 좋아하는 남학생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빙의를 통해 그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래도 죽은 자와 산 자들의 세상은 너무나도 다르다. 하지만 샬럿은 자신의 마음에만 치중하다 보니 곧잘 그 선을 넘어 버리게 되고, 유령 학생들이 지내는 공간에 가해지는 위협에도 모른척 방관하기만 한다. 

이 소설은 겉으로 보기엔 이팔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나 인기인이 되고 싶어하는 요즘 아이들의 심리를 그려낸 소설같지만 실제로는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 주는 소설이다. 샬럿이 페튤라처럼 되고 싶어 한다거나, 스칼렛에게 빙의해서 데이먼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하는 것은 모두 겉모습에 국한된 이야기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샬럿은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으며 자신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외모에 대한 집착과 인기인이 되고 싶은 욕망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어찌 보면 죽어서야 깨닫게 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러한 미련과 욕망을 버리기 위해 산 자들 가까이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무척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샬럿은 나중에는 오히려 그것을 즐겼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다른 유령학생들은 모두 무거운 짐을 하나씩 가슴에 품고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상태로 부유한다. 이 미련과 집착, 그리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내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풀어줌으로써 이들은 드디어 가벼운 마음으로 이승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샬럿은 어떻게 보면 살아 있을 때나 죽었을 때나 똑같이 유령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은 후에야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드디어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다. 물론 이런 것은 판타지적 요소가 다분하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따라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느냐 보다는 어떻게 살아 왔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10대를 겨냥한 소설답게 낙관적인 면이 두드러지긴 하지만 10대들의 문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는 어른인 내가 읽어도 꽤나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소중한 것에 대한 가치는 항상 너무 늦게 깨닫게 되지만 그래도 깨닫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 가장 좋은 것은 후회하기 전에 깨닫는 것이겠지만... 샬럿이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난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당신은 지금도 기회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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