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텔레비전의 소멸 - 미디어 시장의 빅뱅은 시작됐다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이연 옮김 / 아카넷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사사키 도시나오는『전자책의 충격』이란 책으로 한국에 먼저 알려졌다. 난 이 책을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책소개 프로그램에서 이 책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토론을 보면서 난 그래도 아날로그인 종이책이 좋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전자책의 등장은 분명히 획기적인 일이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날로그적인 행위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에 수천권의 책이 들어가든 말든 어차피 읽을 수 있는 건 한 번에 한 권 뿐이니까. 그리고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새 책에서 나는 고유한 냄새도 좋아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또 나의 경우 안구건조증도 있고 컴퓨터같은 것을 오래 들여다 보면 눈이 아픈 사람이라 전자책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그때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지만, 또다시 이 저자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난 혼자 살아서 신문은 받아 보지 않는다. 부모님 댁은 예전에는 신문을 두 종류 구독했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구독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집도 이런데 다른 집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신문을 받아보는 집이 많았지만 지금은 신문을 받아 보는 집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드는게 재활용 쓰레기장에 나가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신문이 수북하게 쌓여있던 풍경을 더이상 볼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사람들은 더이상 종이로 된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신문은 중년층이상이 주로 구독했지만 이제는 중년층도 인터넷으로 신문을 읽게 되었다. 그렇다면 젊은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젊은이들은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뉴스를 본다. 또한 지하철에서 배포하는 무가지를 읽는 사람도 많이 늘었기에 굳이 돈을 주고 신문을 사서 읽지 않는다. 신문을 보면 보수나 진보냐의 경향이 있어 논평이나 기사의 방향이 좀 다르긴 하지만 결국 대부분 비슷한 기사를 담고 있다. 또한 자신이 궁금하지 않은 기사는 보지 않고 넘겨버리기 때문에 돈을 주고 신문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낭비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인터넷에서는 신문기사 보기가 무료이다. 이러할진대 누가 굳이 돈을 주고 신문을 구독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만들겠는가. 

이러한 이유로 인해 신문구독자수 감소 - 신문발행부수 감소 - 광고수입감소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 신문은 점점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시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신문을 읽는다. 

이런 변화에 대해 신문사측은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전자신문의 발행과 유료화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미국의 거대 신문사인 <뉴욕타임즈>역시 그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또한 여전히 신문사는 자신들이 "우리야말로 정보를 취급하는 사제이며 세계의 소리를 일반 백성에게 전달하는 예언자이다." (117p) 라는 전근대적인 고루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기사를 배치하고 편집하는 편집권을 가지고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종이신문에서는 이것이 통용되었겠지만,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기사만을 취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이런 편집권의 월권이 통용되지 않는다. 또한 요즘은 기능적인 것을 추구하는 시대이고, 자신이 원하는 기사만을 빠르게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필요한 기사가 가득한 신문을 굳이 구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은 그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는 커녕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런 총체적 난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간낭비이다. 이용자가 요구하고 있는 정보를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98p)

신문이라는 미디어는 소비자를 '지역'이라는 대충의 분류로밖에 타깃하고 있지 않다. 인쇄물인 신문을 전국적인 판매망을 통해 배부한다는 낡은 네트워크에 얽매여 그 이상의 세세한 타깃팅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13p)

물론 인터넷 신문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저의 클릭수가 광고수입을 결정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기사제목이나 검증되지 않은 기사, 몇마디 단어만 바꾸어 게재하는 기사들이 차고 넘치게 된다. 그러하기에 정작 중요한 기사는 사장될 수도 있다. 인터넷에 유포되는 정보중의 90%는 별로 믿을 것이 못된다고 생각하는 나의 경우 인터넷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는 별로 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저를 낚기 위한 제목이다라는 것이 뻔히 보이는 기사는 클릭하지도 않는다. 이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티비로 뉴스를 시청하게 된다. 티비로 뉴스를 보는 경우 난 지상파보다는 케이블 쪽의 뉴스 전문 채널등을 주로 시청하고 있다. 지상파의 경우 뉴스를 보려면 일정한 시간에 맞춰 뉴스를 시청해야 하는데 하루에 1~2시간도 티비를 보지 않는 나의 경우 시간을 맞춰 봐야 하는 것도 귀찮기 때문이다.

요즘 지상파 방송을 보면 어이가 없다. 문화예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 예능프로그램이며 드라마도 막장드라마에만 치중한다. 이는 시청률과 관계있고, 나아가 광고수익과 관계있는 일이기 때문에 광고수입이 줄어드는 요즘 지상파는 이런 것으로 살아 남으려 안간힘을 쓰는데 참 안쓰럽다. 특히 시대에 맞지 않은 소재를 끌어다 만드는 드라마나 막장드라마, 인기배우와 비주얼에만 집중한 드라마가 차고 넘치는 걸 보면 지상파도 돈벌려고 안간힘을 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긴 요즘은 티비도 인터넷으로 보는 세상이니 지상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시청률을 확보해야 하겠지, 라는 생각도 들지만, 점점 질이 낮아지고 수준이 떨어지는 지상파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을까.    

어차피 일본의 텔레비전 시청률은 가구별 시청률로, 그 가구에서 누가누가 보고 있는지까지는 모른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것은 고양이뿐이다." 라는 것이 시청률의 실정이다. (24p)

위 문장을 읽으면서 난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집이랑 똑같네, 랄까. 조금 다른 점이라면 우리에서는 텔레비전 앞에 개가 앉아 있다는 것일까. 솔직히 요즘 세상에서 텔레비전을 적극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몸을 움직이기 힘든 노인들층의 경우 다른 걸 할 수 없어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것이며, 나의 경우 외출을 할 때 우리 개가 사람소리를 듣고 안심할 수 있도록 텔레비전을 틀어놓는다. 이런 걸 보고 시청률이 높다, 아니다를 결정할 수 있을까. 그러니 결국 지상파가 시청률에만 매달려서는 결국 스스로를 파먹고 말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대응책은 없는 것일까. 예전에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수직통합 사업자였다. 즉 과거에는 신문사나 방송국이 콘텐츠 제공 - 컨테이너(신문과 텔레비전) - 컨베이어(판매점과 전파)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면 지금은 수평분산, 즉 콘텐츠 제공자와 컨테이너, 컨베이어를 담당하는 곳이 각각 달라졌다는 것이다. 콘텐츠 제공과 플랫폼 영역을 모두 가지고 있던 신문과 방송이 이젠 인터넷에 플랫폼을 빼앗긴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신문과 방송이 플랫폼을 다시 탈환하기란 어렵다.   

선택은 플랫폼이 되든지 아니면 깨끗이 콘텐츠 제공자로 남든지 두 가지 길뿐이다. (217p)

신문과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이런 막강한 플랫폼을 인터넷에 빼앗겼다는 것이 분할 것이다. 이는 막대한 광고수입이란 것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인터넷 사업자를 배척하고 그들에게 소송을 거는 것만으로 더이상 신문과 지상파 방송은 존재할 수 없다. 대세는 인터넷으로 옮겨가 버렸으니. 이제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것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일지도 모른다.

신문과 방송이 완전히 멸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역과 영향력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인터넷 시스템을 자신의 적이라 규정하고 배척하는 한 신문과 방송에 있어서는 자멸이란 결론밖에 남지 않는다.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신문사와 지상파 방송국 역시 이젠 달라져야 할 것이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시스템으로 돌아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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