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바케 3 - 고양이 할멈 샤바케 3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부터 유난히 몸이 약해 늘 자리보전하는 나가사키야의 젊은 도련님과 도련님을 수호하는 요괴들이 만들어가는 신기한 이야기, 제 3탄『고양이 할멈』.

어라, 너무나도 몸이 약해 아침, 점심, 저녁으로 다른 병을 앓다 죽을 정도인 도련님이 한그릇 더를 외칠 정도로 밥을 잘 먹는다. 그러고 보니 중고로 구입한 헌 장롱 속에서 금화가 발견되는 등 요즘 나가사키야는 복신이 들어왔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들어온 것은 빈상의 긴지란 남자. 이 남자는 원래 오무라야란 가게에서 고용살이를 하던 사람인데 그 집 부부가 죽고 가게가 기울어지면서 나가사키야로 오게되었다. 오무라야에서는 이치타로의 이복형인 마츠노스케를 데릴사위로 들이고자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결혼상대인 첫째딸이 덜컥 죽어버리는 사건이!? 이치타로는 야나리와 다른 요괴들에게 사건을 조사하도록 한다. 그 결과 밝혀진 진실은...

어째서, 어째서 죽이면 안되는 겁니까? 그렇게 하는 게 저한테는 이득이 되니까…… 상관없지 않습니까, 상관없잖아요. (51p)

사람의 욕심이 지나치면 다른 사람의 목숨이 귀한줄도 모르게 되는 걸까. 자신이 죽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범인이 등장하는 <차행주 달걀>. 이런 걸 보면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가 아닌가 싶은 생각만 든다.

어린 여자아이가 대로에서 미아로 발견된다. 이 소녀는 어려서 그런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요괴를 볼 줄 안다. 하긴 도련님도 요괴만 볼 줄 알지, 다른 능력은 없지만. 어쨌거나 이 아이는 왜 미아가 된 것일까. 주변을 조사해 봐도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집은 없는데, 알고 보니 꽤 먼 곳에서 아이가 왔던 것이다.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면 자신이 죽는다는 말을 하는데...

<꽃비녀>는 병에 걸렸지만 여우에 씌었다는 소문때문에 괴로운 한 집안의 이야기이다. 에도시절에는 정신질환같은 것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무지했을터이니, 사람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면 여우같은 요괴에 씌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샤뱌케 3권의 제목이 <고양이 할멈>이라고 해서 고양이를 많이 키우는 할머니의 이야기거나 할머니로 변하는 고양이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둘 다 땡! 네코마타 이야기이다. 고양이가 오래 살면 꼬리가 갈라지면서 고양이 요괴가 된다고 하는데 바로 그것이 네코마타이다. 이 이야기에는 네코마타가 등장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이야기랄까. 그것도 부처님을 모시는 승려가 저지르는 죄에 대한 이야기이다.

2권에서는 하쿠타쿠 니키치의 과거지사가 나왔다면 3권에서는 이누가미 사스케의 과거지사이다. 사스케가 처음으로 인간과 만나 그의 가게에서 일했을 때의 일화로 터무니없는 욕심이 얼마나 큰 화를 부르는지, 그런 욕심을 부리는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돈이란 것은 열심히 일해서 버는 것이지 노력없이 얻는 돈은 반드시 대가가 있게 마련이다. <고향>은 욕심앞에서 자신의 가족마저 팔아넘기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작품인 <방울이요 방울>은 도련님의 '나 이제부터 비뚤어질테다' 선언으로 시작한다. 에도에서도 손에 꼽을 크기의 가게인 나가사키야의 도련님은 어린 시절부터 모든 사람들과 요괴들의 보호를 받으며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왔다. 어려운 것, 힘든 것 모르고 자라서 방탕하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도련님은 반듯하게 자라났다. 그런 도련님이 방탕해질테다, 라고 선언한 이유는?

도련님도 보면 참 안됐다. 이제 열여덟살, 에도 시대에는 보통 이 나이에 결혼을 한다. 그러나 몸이 너무 약해 결혼은 커녕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도련님. 게다가 친구 에이키치의 동생 오하루는 이치타로를 마음에 두고 있는데... 오하루에게 들어온 혼담의 상대에 대해 직접 조사에 나섰다가 큰 일에 휘말린 도련님. 도련님은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할까.

3권에는 도련님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두 번 정도 나온다. 물론 실제 결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말은 도련님이 결혼적령기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하지만 몸도 약하고 누굴 만나 연애도 한 번 해보지 못한 도련님이 나이가 찼다고 결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스스로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했던 것처럼 자신의 모든 걸 걸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과연 우리의 허약한 도련님은 그런 사랑을 해 볼 수 있을까. 힘내세요, 도련님!

세상에는 수상쩍고 괴이쩍은 일이 참 많다. 하지만 알고 보면 모두 이치에 닿는 일들이다. 물론 가끔 요괴나 귀신이 수작을 부리는 일도 있겠지만.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도 마찬가지이다. 여우가 씌었느니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일종의 병이었고, 네코마타가 등장한다 해도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저지른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죄를 많이 짓고 사는 존재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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