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찬가 - 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조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뉴스를 보기 겁난다.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은 죄다 울적하거나 분통터지거나 하는 것 밖에 없다. 멸종위기종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 사업 낙동강 사업장에서 폐사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경제를 살리고 환경을 살린다고 하더니 대형건설회사만 배불리고 하청업자나 그밑에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혜택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환경문제도 다 고려한 것이라더니 결국 이런 꼴이다.

구제역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슬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하려는지 미국산 쇠고기를 찬양하는 광고가 슬며시 등장한다. 깨끗하고 저렴하고 맛있는 미국산 쇠고기란다. 2008년 국민들이 촛불시위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해 왔건만 구제역을 틈타 미국산 쇠고기를 찬양하는 걸 보니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다. 우리 축산농가들의 아픔은 헤아리고나 있는 걸까.

시기상으로 좀더 앞선 이야기지만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이 벌어진 후 우리 정부는 서해안에서 미국과 연합군사훈련을 했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국민들 세금이겠지. 게다가 연합훈련을 한다는 건 자주국방을 포기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인 소리다. 게다가 한때는 전쟁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도대체 지금 이 시대에 전쟁이라니.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죽읍시다, 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참으로 요지경이로소이다. 도대체 MB정권은 우리에게 또 어떤 것을 보여줄지 기대(?)마저 될 지경이다. 경제만을 살리겠다는 공약에 넘어간 사람들은 지금의 MB정권을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참 궁금하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는 MB정권의 정책을 보면 한 50년전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정치를 하는 것 같다. 상위 1%만 배불리는 정책, 인권이고 나발이고 다 무시되는 정책, 조변석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바뀌는 말들.

『보노보 찬가』는 MB정부가 들어선 후 1년 반 동안 바라본 MB정부의 정책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 대한민국이 걸어 가야 할 길, 그리고 이러한 사회 변화에 대한 대안을 내놓고 있는 책이다. 겨우 1년 반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제기한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2011년 현재 더 많은 문제가 그 위에 더 쌓여 지금은 한숨만 나올 지경이다. 일일이 지적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다.

문제는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대한 대안은 있는 것일까. 저자는 보수정권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진보정당에 대한 비판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진보진영은 그 힘이 미약한 편이다. 물론 연속하여 정권 교체를 이뤄내기도 했지만, 결국 진보진영에 대한 실망으로 국민들은 다시 보수정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이라며 민주당 내에서는 축제분위기였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난 씁쓸할 뿐이다. MB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이 진보진영의 손을 들어주긴 했지만 진보진영 자체 내에서 개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다음 선거에서는 또 그 판세가 뒤집힐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난 그 결과를 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압승하면 뭘 해. 잘해야 그후로 유지가 되지" 

90년대 중반 대학교를 다닌 나는 운동권 학생들을 보며 실망감에 사로잡힌 적이 많다. 80년대에는 NL이니 PD니 하며 갈려진 학생운동이 90년대에는 자주총학이니 21세기총학이니 하며 또 갈렸다. 물론 운동권이 아닌 비권은 백색이나 어용총학이란 딱지가 붙었지만. 같은 것을 꿈꾸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하여 분열하는 학생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하는 진보진영이나 정치를 하는 진보정당이나 분열하고 서로 대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스스로가 너무 똑똑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똑똑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런 걸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분열이 어리석어 보이기만 한다. 물론 나의 경우 지금도 진보진영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번번이 실망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그러한 진보진영의 문제점을 꼬집는 한편, 진보진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제 동지에서 등을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보수가 부패로 망하든 말든, 진보는 이제 분열로 망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거대한 정글,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의 사회가 된 대한민국. 도대체 지금이 5공인지, 유신정권인지 헷갈릴 정도로 국민의 의견을 묵살하는 상황,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부자들의 배만 불리고 노동자들을 벼랑끝으로 몰고가는 상황, 사교육의 폐단을 없애겠다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교육정책, 남용되는 형법권, 무시되는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식으로 맞서야 할까.

요즘의 사회운동은 옛날처럼 사회운동에 가담한 사람들만이 모여 오른팔을 흔들며 투쟁을 외치는 시대와 거리가 멀다. 촛불집회처럼 축제같은 집회와 시위는 정부를 잠시 쫄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빌미로 집시법을 강화하는 등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마저 차단하고 있다. G20정상회의 전에 일본의 사회운동가인 마쓰모토 하지메의 입국이 금지되었다. 마쓰모토 하지메의 사회운동의 방향이 우리나라 사회운동에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서 그랬다는 것으로 난 이해된다.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시간을 몇십년 전으로 돌리고 있고, 여러 정책들은 한쪽으로 기울어져만 있다.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 걸음이란 말도 있듯이 모든 것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바뀌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레 포기하기엔 우리의 삶이 너무나도 팍팍해져 버렸다.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 민주주의란 말이 무색해져 버린 오늘. 우리는 어떤 것을 지향하고 어떤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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