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5
모리미 도미히코 원작, 고토네 란마루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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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짝사랑 중인 흑발의 아가씨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는 선배의 겨울은 춥기만 하다. 벌써 반년째 해자만 메우는 신세. 아직 아가씨의 마음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선배는 축제의 한껏 들뜬 분위기에서 해방되자마자 밀려있는 리포트의 산에 깔릴 지경이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해야할 것은 많고, 클럽은 대청소로 폐쇄. 아가씨를 만날 길이 모두 막혀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선배는 결국 상사병을 가장한 심각한 감기에 쓰러지고 만다.

교토를 강타한 감기로 아가씨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은 줄줄이 감기로 이부자리신세. 아가씨는 자신의 선배가 감기에 쓰러진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 병문안 다니기에 바쁘다. 문득문득 선배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아가씨의 성격상 먼저 찾아갈 성격도 아니고,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 병문안에 눈코뜰 새 없을 지경이다. 지독한 감기와 낙담의 늪에서 헤매던 선배는 히구치씨처럼 텐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가씨는 병문안 중. 그러다가 이 지독한 감기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되고 교토를 구하기 위해 이백씨가 사는 다다스 숲으로 향한다. 감기에 기가 막히게 잘 듣는다는 윤폐로를 맛본 이백씨의 감기는 어느새 이백씨와 교토에 안녕을 고하고 사라진다. 감기의 끝을 알리는 이백씨의 마지막 기침에 아가씨는 하늘로 날아 오르고, 그곳에서 텐구 변신 중인 선배와 만난다. 모든 것이 꿈이라 생각하는 선배는 아가씨에게 고백 직격탄을 날리는데!?

드디어 5권, 반년 내내 해자만 메우고 있던 선배와 사랑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달아 가는 후배의 이야기는 드디어 결실을 맺는다. 이 모든 과정이 - 선배에게는 혹독하기만 했던 - 모두 이 둘의 인연을 만들기 위함이었던가. 이런 일을 겪음으로써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이 확실하니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의 교훈이 팍팍 실감난다.

5권에서는 선배의 따스한 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데, 망상만 즐기는 줄 알았더니, 아가씨에게 푹 빠져 다른 건 눈에도 안들어오는 사람인줄 알았더니,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 사람은 정말 마음이 따스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었달까. 길에서 만난 고양이 - 실제로는 이나리 사당에 사는 여우 - 에게 툴툴거리면서도 해줄 거 다해주는 모습, 열이 난다고 자신의 넥타이를 목에 매주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흐뭇했었다. 보는 나도 이러니 아가씨 역시 그렇겠지? 아, 그러고 보니 아가씨는 여우의 목에 있는 넥타이를 보자마자 선배의 것이란 걸 알았다. 호오라, 아가씨도 스스로는 잘 몰랐지만 선배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

비록 수많은 길을 돌아왔지만 그걸 포기하지 않은 덕에 인연이 이어졌다. 카페에서 두 사람이 첫데이트를 위해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어찌나 흐뭇하던지. 추운 겨울날이지만 그곳에서만은 봄기운이 물씬 풍겨났달까. 특히 아가씨의 선배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 문장이 참 좋았다.

선배를 봤을 때 햇볕을 쬐고 있는 것 같은, 배에 고양이를 안고 있는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70~171p)

교토의 겨울은 너무나도 춥지만, 두 사람이 있는 곳은 따스함이 흘러 넘칠 것 같다.
하지만 잊으면 안돼. 사랑은 시작도 어렵지만 지켜나가는 건 더 어렵다는 걸.
이제 시작이란 걸...
겨울에 피운 사랑꽃, 내년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또다시 찾아올 겨울에도 절대 지지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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