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빵 1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구입할 때는 표지 그림을 자세히 보지 않아 잘 몰랐는데, 책을 받고 표지를 보는 순간 웃음이 빵. 표지에 그려진 나무와 새의 그림은 마치 파스텔화처럼 부드러운 느낌이었지만, 새의 눈이 완전 건방져. 푸하핫... 어떻게 보면 불만이 그득한 눈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못마땅한 것 같기도 하고, 첫만남부터 웃음이 터지더니, 작품을 읽는 내내 이 유쾌한 기분이 계속되었다.

토리빵의 배경이 되는 것은 토호쿠 지방의 이와테현에 있는 한 베드타운. 이곳에서 살고 있는 작가가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그려낸 만화가 바로 이 작품이다. 그러고 보면 토리빵이란 제목이 궁금하다. 토리는 새이고, 빵은 빵이니까, 옳거니 새먹이용 빵이로구나. 사실 요것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알았다. 저자가 마트에 가서 식빵의 바깥부분을 저렴한 가격에 사와서 새 먹이에 섞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리빵!

여기에 나오는 새는 일반적인 관상조류는 아니다. 책 표지에 있는 녀석은 폰짱이란 이름을 가진 녹색 딱따구리로 산에 사는 새이지만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지면 작가의 집 정원에 있는 모이터에 온다. 다른 새들도 마찬가지로 흔하게 볼수 있는 참새같은 텃새부터 직박구리나 물까치, 박새 등도 이 모이터의 단골 손님이다. 또한 저자는 호숫가로 나가 오리나 백조에게도 먹이를 주기도 하는데 그러한 새와 함께 하는 이야기와 더불어 이웃의 고양이(거대한 덩치의 미짱)나 개와 관련한 이야기, 시골에서의 삶, 지역 요리, 방언, 어린 시절의 추억 등도 이야기의 소재이다.

그러고 보면 들새를 소재로 한 만화는 처음 접하는 듯 하다. 만화가들은 주로 고양이를 키우기 때문에 고양이 만화가 많고, 그 뒤를 이어 개가 등장하는 만화가 많지만 들새 이야기는 거의 없달까. 그래서 신선한 부분이 많았다. 또한 늘 새들을 관찰하고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장면도 많았다. 도시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나 계절의 변화에 둔감하지만 시골은 좀 다르달까. 물론 저자가 살고 있는 곳은 완전 시골은 아니지만 - 실제로는 인구 2만의 베드타운 - 도시보다 자연이 훨씬 더 잘 살아있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동식물과 곤충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이 작품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느꼈달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 역시 작은 도시로 시외곽으로 나가면 바로 시골 풍경을 접할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여름이면 다양한 새소리가 들려온다. 내 능력으로는 들어도 구별하는 것도 힘들고 새란 녀석들이 경계심이 강한 탓에 그 모습을 보기도 힘들지만 지지배배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참 좋다. 특히 여름에는 해가 뜨면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도 하다. 저자 역시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면 어느새 숲속에서 잠을 자고 있는 꿈을 꾼다는데 난 그 이야기가 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저자의 다양한 체험 중에는 나도 경험한 게 있어서 공감 대공감. 그중에서 고사리 뜯는 건 나도 종종하는 일이라서 한번 더 웃게 되었다. 고사리 레이더 가동~~ 봄에 비가 내리고 난 후 며칠이 지나면 고사리가 쑥쑥 크는데 그때를 놓치면 고사리는 포기해야 한다. 해를 많이 본 고사리는 질겨지기 때문이다. 고사리를 다듬는 방법은 우리와 좀 다르지만 먹는 건 비슷한 듯.

이외에도 이와테 현의 지역 음식이야기라든지,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 엄마의 어린 시절 추억 등에 관한 이야기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이 작품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 저자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따스하면서도 정답달까. 그러하기에『토리빵』은 도시에 살면서 자연을 잊고 살던 우리들에게 선사되는 휴식같은 만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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