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양이 탐정 이야기는 많았지만, 탐정견은 처음이다. (또 있나? 본인으로서는 모르겠다) 미미여사의 1997년 작품인『명탐견 마사의 사건일지』는 마사라는 탐정견이 등장한다. 탐정견이라고 해서 마사가 직접 사건을 해결하거나 인간의 말로 소통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마사는 인간의 말을 전부 이해한다. 물론 인간의 눈으로 보자면 하스미 탐정사무소에 소속되어 있는 경찰견을 은퇴한 노견이지만, 인간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작품집에는 촌 다섯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첫번째 작품인 <마음을 녹일 것처럼>은 사기꾼 가족에 대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인데, 경찰과는 다른 이들만의 대응방식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경찰같으면 수사방침에 따라 행동하겠지만 이들은 탐정가족이기에 좀 다른 방식을 쓴달까. 독에는 독으로!가 해결지침이 된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기꾼 가족의 딸, 이 아이는 커서 뭐가 되려는지... 참 씁쓸한 뒷맛이 남았달까. 그래도 마사와 하스미 일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마음을 녹일 듯한 이야기였달까. 특히 어린 시절 이토코가 마사에게 마음을 써주는 장면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손바닥 숲 아래>는 알리바이 트릭이 나오는 이야기인데, 1인 3역이 아닌 3인 1역이란 점이 흥미로웠던 작품. 딱히 큰 사건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마사가 위험에 처할 뻔 했던 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달까. <백기사는 노래한다>는 빗나간 부정이 초래한 비극적인 사건. 요즘은 자식을 적게 낳는 집이 많아서 그런지 자식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맹목적인 부모가 많다. 하지만 그런 부모일수록 남의 집 자식 귀한 줄은 모른다. 엇나간 부모의 사랑과 더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 문제도 함께 다룬 작품으로 백기사의 의미를 알고 마음이 짠해졌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백기사도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는데 말이지. 마지막 작품인 <마사의 변명>에는 작가와 이름이 동일한 소설가가 등장하는 작품인데, 읽는 사람을 잠시 멍하게 만드는 작품이랄까. 근데, 이거 진짜 픽션맞죠?

여기에 실린 작품 중 가장 큰 충격을 준 작품이랄까, 그게 바로 네번? 실린 <마사, 빈집을 지키다>이다. 제목으로 보자면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이게 전부 페이크다. 앞서 나온 사건들도 제목만 봐서는 그 내용을 알 수 없듯이 이 작품도 마찬가지. 동물학대와 가족의 붕괴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작품이다. 도대체 연결점이 없을 듯한 두 사건은 견고하게 맞물려 있는데, 이게 더 충격이었다. 보통 동물 학대를 하는 사람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사이코패스나 연쇄살인범들이 어린 시절 동물학대를 시작으로 차츰 인간에게까지 범위를 넓혀가는 일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졌지만, 여기에서는 좀 다른 동기의 동물살해가 존재했다. 일종의 전통적인 동기라고 할 수 있는데, 연쇄살인범의 싹이 되거나, 전통적인 동기거나 간에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쨌거나 여기에 나오는 사건은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은 생각이 없을 정도로 끔찍했고, 더불어 학대와 방치로 인해 죽어간 하라쇼의 이야기에 분노하고 슬퍼했다. 바보같은 하라쇼, 차라리 도망이라도 치면 좋았을 걸. 개의 충직함이란 건 때로 너무나도 바보같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결말은 참 싫다.

일본이란 나라는 많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펫산업이 잘 발달된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동물에 대한 보호법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잘 되어 있지 않다. 동물은 소유자의 소유물 혹은 기물로 취급되기 때문에 이런 학대와 방치에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세상을 바라보는 마사의 마음은 얼마나 씁쓸할까. 아마도 마사의 눈에 비친 인간세상은 요지경일 것이다. 그래도 하스미가 사람들처럼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있어 조금 위안을 받지 않았을까.

마사가 보는 인간세상은 참 이상할 것이다. 별 것 아닌 일에 사람을 속이고, 죽이기까지 하니까. 딱히 위협도 없는 작은 동물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괴롭히고 죽이기까지 하니까. 왜 사람들은 사이좋게 지내지 못할까, 왜 사람들은 자신보다 힘이 약한 존재를 지켜주지 못할까.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우리들은 이렇게 살고 있을까. 하지만 이런 인간세상을 보는 마사의 눈은 시니컬하지만은 않다. 그속에서도 다정함을 찾고 따스함을 찾고 있다. 

탐정견 마사와 콤비를 이루는 20대 여성 탐정이 등장하기 때문에 일종의 코지 미스터리이기도 하지만,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인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설정도 곳곳에 등장하는『명탐견 마사의 사건일지』.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후속 시리즈도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1997년 이후 더이상의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 한 권으로 끝난 모양이다. 참, 마사는 작가의『퍼펙트 블루』에 등장한 경찰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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