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리뷰 -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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會者定離(회자정리). 만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의 인생을 하나의 긴 여정으로 봤을 때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우리는 만남에 기뻐하고 헤어짐에 아쉬움을 표한다. 하지만 헤어짐에 있어 쉬움만 남긴다면 또다른 만남을 준비할 수 없다. 인생이란 큰 틀에서 봤을 때 만남과 헤어짐은 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수없이 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이별 리뷰』는 큰 틀안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이 아닌 좀더 작은 범위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이다. 즉 사랑과 이별이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랑,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단어인가. 하지만 모든 사랑이 완벽하게 지속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루어지는 사랑보다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더 많다. 나 역시 서른 몇 해를 살아오면서 사랑과 이별을 거듭한 후, 지금은 혼자다. 나란 사람을 두고 봤을 때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전부라고 할 수 있으니 세상 사람들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집계하면 이루어진 사랑보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더 많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할 때는 모든 것이 행복으로 넘쳐나는 듯 보인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여겨진달까. 사랑 이야기를 담은 유행가를 들으면 꼭 내 이야기인듯 싶고, 사랑하는 연인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내가 더 행복할 거라 느낀다. 그런데, 이별을 겪으면 꼭 이 반대가 된다. 세상은 불행으로 넘쳐나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사람이 된 것 같으며, 이별 이야기를 담은 유행가를 들으면 꼭 내 이야기인듯 싶고, 가슴 아픈 이별을 하는 연인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나도 저렇게 아픈 이별을 했다고 통곡을 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별은 몰래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다. 분명 어떤 전조가 있지만 무시하고 부정하다 막상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면 큰 망치로 머리를 맞은듯 어리둥절해 하다가 분노하다가 결국 수긍하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사람마다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이나 극복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다르겠지만, 꼭같은 것 하나는 너무나도 아프다는 것이다. 이 아픔이 너무나도 커서 다음엔 절대로 사랑하지 않을테다, 라고 결심하거나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해야지, 하면서 또다른 사람에 금세 빠져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서둘러서 좋을 것은 없다. 또한 지레 포기할 필요도 없다. 이별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이별이 새로운 희망에 대한 믿음이란 것으로 재생되는 시간이 올테니까.

『이별 리뷰』는 이별의 단계를 제시하고, 이별을 완성시키고 희망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시나 소설, 영화 등에 나오는 연인들, 부부들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이별의 과정을 제대로 거칠수 있도록,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일종의 비블리오테라피라고도 할 수 있다.

근데, 이별하고 정신없는 사람에게 무슨 독서야,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물론 나 역시 이별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면 이 책을 펼쳐들 용기가 생겼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가정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시간 전에 마지막 이별을 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래전에 이별한 나같은 사람에겐 무용지물일까. 그런 건 아니다. 내가 이별의 과정을 어떻게 보냈는지 차근차근 돌아보게 해주었으니까.

이별의 전조가 보이고 진짜 이별이 닥쳐온 후, 쓰디쓴 소주 한 잔에 마음을 풀어 보려 하기도 했고,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리기도 했으며, 오지도 않을 전화를 바라보며 혹시 배터리가 나간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자꾸만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기도 했고, 결국 이것이 소용없다고 생각되었을 때는 널 위해 설정해 두었던 컬러링이며 벨소리도 모두 삭제해버렸다. 그리고 전화번호, 이메일, 사진 삭제삭제삭제... 울며 화를 내며 사랑의 흔적을 지워갔다. 그리고 일에 정신을 쏟아 붓고 그걸로 잊으려고 하기도 했다. 어쩄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은 아련한 추억 정도로도 남아 있지 않은 그 오래전의 사랑은 이미 정리되었다. 아마도 그땐 시간이 약이었겠지.

보통 이별을 겪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과정을 반복해 오지 않았을까.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들의 말도 다 위선처럼 들리고, 모든 것이 다 귀찮아서 칩거해 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겠지. 하지만 자신의 껍질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상대를 원망하고 이별이란 것 자체를 원망만 해서는 절대로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이것이 이 세상의 마지막 사랑도 아니고 - 물론 하나의 사랑이 끝나버리면 절대 사랑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 그 사람이 마지막 사람도 아니니까. 인생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라 생각하고, 잘 내려놓고 잘 떠나보내고, 자신을 잘 추스리고, 잘 다독여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 비록 그 과정이 못내 쓰라리고 힘겨울지라도 잘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지나간 일에 대해 두고두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후회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를테니까. 

이야기 속의 사랑과 이별은 비록 픽션일지는 몰라도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극한의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단순히 이들의 이별과 새로운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이별을 겪은 나에 대한 순간적인 위로로 삼지 말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별을 잘 완성하는 계기로 만든다면 부쩍 성장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순간이 분명히 오게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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