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량의 상자 5 - 완결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시미즈 아키 그림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950년대 초반의 일본. 전후 복구상황의 어수선함 속에서 도저히 인간의 상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무사시노 토막 연쇄살인 사건을 비롯해 유명 여배우의 딸인 유즈키 가나코의 철도사고 및 유괴 미수사건과 유괴사건, 심비의 온바코님 사건, 그리고 스즈키 살해사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소설가 세키구치, 탐정 에노키즈, 형사 기바 등은 나름대로 수사에 나서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결과는 도대체 뭐가 뭔지, 하는 느낌 뿐이다. 하지만 거듭된 수사로 결국 무사시노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의 윤곽이 좁혀지고, 교고쿠도는 드디어 직접 행동에 나선다.

모든 사건에 조금씩 연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은 유즈키 가나코가 치료를 받다 사라진 미마사카 근대의학연구소. 이곳은 거대한 상자모양의 건물로 이곳에 모든 비밀이 집결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드러나는 진실에 경악하는 사람들. 그러나 때로는 모르는 게 더 나은 진실도 있는 법이었으니. 기바가 중간에 참견을 하지 않았더라면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도 될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테고, 깔끔한 사건 해결만이 남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망량의 상자는, 아니 교고쿠 나츠히코의 소설 내용은 간략하게 간추린 이야기로 정리되지 않는다. 영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가 심하게 복잡하기 때문이다. 망량의 상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들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건이 결국 미마사카 근대의학연구소란 곳으로 집결되기 때문이다. 이곳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고, 모든 일의 끝인 셈인데,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곳이란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5권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역시 미마사카의 최후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인간으로서는 결코 넘봐서는 안될 피안의 세계를 엿보게 했고, 그것에 홀려 피안의 세계로 넘어간 사람들. 어찌 보면 우리 인간들은 아슬아슬한 경계점에서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자신도 모르게 그 경계를 넘는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세계로 가버리게 되는 것이다. 쿠보 슌코나 미마사카 박사나 그런 면에서 보면 경계의 유혹에 넘어가 경계를 넘어버린 사람들이다. 교고쿠도는 망량에 경계라는 표현을 쓴다. 빛과 어둠 사이에 있는 엷은 선같은 경계. 이 경계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은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다.

『망량의 상자』만화 시리즈는 책 내용에 비교해 보면 간략화된 부분이 많지만, 주요 사건 전개와 미스터리의 해결, 그리고 교고쿠도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제대로 담겨 있다고 생각이 된다. 책 내용이 좀 복잡해서 다 읽고 나서도 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거나, 책을 다 읽은 후 다이제스트 판으로 다시 읽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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