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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1
권교정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권교정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만화의 출간이 무척 반갑지 않았을까? 나 역시 홈즈를 좋아하는 1人인지라 신간 만화를 검색하면서 이 작품을 봤을 때 앞뒤 재지 않고 바로 주문을 넣었을 정도이니까.
표지에 보이는 가늘고 긴 손가락 뒤에 보이는 깊은 눈매의 사나이, 홈즈. 홈즈가 키가 크고 깡마른 체격에 매부리코를 가졌다는 건 홈즈를 아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듯. 사실 그냥 책이 아니라 만화일 경우 캐릭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 여기에서는 외모 묘사 - 그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게 마련인데, 권교정님의 작화는 홈즈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이 홈즈는 현대적으로 약간 각색이 되었기 때문에 클래식한 면과 현대적인 면이 잘 조화되어 있다. 아, 그렇다고 배경을 완전히 현대로 만든 것은 아니고 사용하는 말이나 표정같은 것이 그렇달까.
이런 점은 책 첫장을 펼치자마자 등장해서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한다. 세상에 홈즈 입에서 '헐~'이란 말이 나올줄 누가 상상했으랴. 이런 깨알같은 반전의 재미가 작품 곳곳에 숨어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작품 본연의 이미지를 파괴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클래식한 의상과 배경에 이런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삽입함으로써 신선함을 더했으니까.
『셜록』1권의 에피소드는 <귀족 독신남>편이다. 한 귀족의 신부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사라진 사건으로 유력한 용의자는 이 귀족이 만나던 발레리나 아가씨이다. 이 귀족신랑과 신부는 작위와 재산의 결합이라는 일종의 정략결혼 형태를 취한다. 작위는 있지만 가난한 귀족, 벼락부자가 되었지만 작위가 욕심난 미국인의 결합이랄까. 이렇게 서로가 윈-윈하자는 취지의 결혼에서 신부가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사라져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수수께끼같은 사건이라면서 고개를 휘휘 내젓지만 홈즈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이 사건을 해결한다. 사실 나도 이 에피소드의 결말을 알고 있어서 어렵지 않은 수수께끼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만화로 만나니 무척 신선했달까.
근데 이 작품에서 에피소드보다 더욱 내 흥미를 끈 것은 홈즈와 왓슨의 관계였다. 왓슨이 모스턴양과 결혼하겠다는 선언을 하자 좀 삐친 듯한 홈즈의 모습과 사건해결후 왓슨의 무릎을 베고 편안하게 눕는 장면을 보고 내 머릿속은 BL적 상상으로 내달렸달까. 물론 두 사람이 깊은 우정을 나눈 사이란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BL팬인 나로서는 이런 상상도 즐겁기만 하다.
2권에서는 홈즈와 왓슨의 첫만남편이 나올듯. 그때는 콧수염이 있었던 왓슨의 모습을 만나겠네.
또 만나요, 홈즈씨, 왓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