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홍차에 열광하는가? - 전문가가 들려주는 정통 홍차 이야기
박정동 지음 / 티움 / 2011년 1월
품절


나는 홍차를 무척 좋아하지만 홍차의 종류와 제대로 마시는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기껏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찻잎을 발효시키느냐, 발효시킨다면 얼마나 발효시키느냐에 따른 녹차와 우롱차, 홍차로 나뉘는 차이점 정도랄까. 그리고 홍차의 종류도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모른다. 홍차를 처음 마시기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약 10년전쯤 되는데 그때는 커피에 입을 거의 대지 않아서 카페에 가거나 음료수를 마실 때도 홍차 음료를 마셨다. 지금도 잘 팔리는 실*티는 나올 때부터 좋아했고, 밀크티 캔인 데*와 역시 처음 나올 때부터 좋아했으니 그보다 더 오래된 것 같긴 하지만 진짜 홍차를 마시기 시작한 건 그후의 일이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홍차나 밀크티를 주문해서 마시는데 내가 특히 좋아한 것은 밀크티이다. 밀크티도 가게에 따라 기본 베이스로 만드는 홍차가 달랐는데, 내가 마셔본 최악의 밀크티는 얼그레이로 만든 밀크티였달까. 오히려 밍밍한 밀크티보다 이게 더 싫었다. 얼그레이는 향과 맛이 좀 강한 편인데 밀크티로 만드니 우유맛과 정말 안어울리더란 이야기. 여튼간에 지금도 카페에 갈 일이 있으면 맛이 있든 없든 홍차를 주문하지만, 이젠 정말 제대로 우려낸 홍차를 마시고 싶다란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

홍차를 제대로 마시기 위해서는 좋은 홍차잎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도구도 중요하다. 홍차는 어떻게 우려내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 되기 때문이다. 홍차잎의 양, 물의 온도, 우려내는 시간이 홍차맛을 크게 좌우한다. 나도 홍차 티웨어를 사려고 인터넷 쇼핑몰을 좀 둘러 봤는데, 이게 은근히 비싸더란 이야기. 하지만 한 번 구비해 두면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으니 홍차를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가끔 카페에서 홍차를 시키면 어이없는 티포트와 홍차잔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또한 홍차맛을 버리게 하는 요소. 또한 언제 홍차잎을 건져내야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아서 점점 갈수록 떫어지는 홍차를 마셔본 사람은 모두 공감할 듯 싶다.

홍차라고 하면 어떤 종류가 먼저 떠오르는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홍차는 바로 잉글리시 애프터눈, 아쌈, 얼그레이,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일 것이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잉글리시 애프터눈은 제대로 우리면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달콤한 맛이 나는데, 홍차 초보자에게 좋은 홍차이다. 물론 잘 우려내야 하는 건 기본, 잉글리시 애프터눈은 2-4-3의 법칙만 따르면 누구나 맛있게 우려낼 수 있다. 이 2-4-3의 법칙은 '2g의 홍차에 400cc의 물을 붓고 3분간 우린다'는 법칙인데, 모든 홍차에 적용될 수 없지만 많은 홍차 우리기에 적용되므로 기억해 두자. 아쌈은 만화『홍차왕자』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홍차다. 아쌈은 진한 갈색의 차로 몰트향이 특징이다. 밀크티보다는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아쌈의 향을 즐기기에 좋다. 얼그레이는 베르가못 향이 매력적인 홍차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향이나 맛이 꽤 강하게 느껴지지만 자꾸 마시면 그 향에 반할 수 밖에 없는 홍차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영국에서 아침을 깨우는 차로 영국에서는 밀크티로 마시지만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좋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밀크티를 만드는 차로 가장 많이 쓰인다.

이번에 알아볼 홍차는 세계 최초의 홍차라 할 수 있는 랍상소총과 세계 3대 홍차란 타이틀이 붙은 기문, 우바, 다질링이다. 랍상소총은 중국이 원산지로 소나무를 태워 만들기 때문에 강한 훈연향이 특징으로 기름지거나 짜고 자극적인 음식에 잘 어울리는 차이다. 그 향이 강해 처음 마시는 사람은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일단 입맛에 길들여지면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수 있다. 기문 역시 중국이 원산지인 차로 발효를 위해 열을 가해 스모키 향이 난다. 등소평 주석이 좋아한 차로도 유명하다. 우바는 스리랑카가 원산지로 생산량이 소량이라 꽤 비싼 홍차에 속한다. 향은 매운 향이 먼저 오고, 그후에 남국의 달콤한 과일향이 따라온다. 우바 역시 향이 강한 편이라 야채샐러드를 곁들이면 좋다. 다질링은 인도가 원산지로 퍼스트 플러쉬, 세컨드 플러쉬, 오텀 플러쉬의 등급으로 나뉘는데 세컨드 플러쉬가 가장 좋은 등급이다.

홍차는 따뜻하게 마셔도 좋고 시원하게 마셔도 좋다. 여름에는 뜨거운 홍차보다는 시원하고 달콤한 홍차가 제격이다. 피치로드는 복숭아를 이용한 아이스티. 보통 복숭아맛 아이스티라고 하면 분말로 된 것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손이 좀 더 가더라도 진짜 복숭아 과육을 이용해 만들어 보자. 복숭아 과육의 달콤함이 실론티와 잘 어우려져 달콤시원한 아이스티가 된다. 위에 올린 것은 우유거품. 이국의 바다빛깔을 떠올리게 하는 트린코말리 드림은 그린티를 베이스로 블루리큐르를 첨가한다. 빛깔도 예쁘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맛이 일품. 라스베리는 복분자라고도 하는데, 복분자 좋은 건 요즘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 라스베리차를 마시고 에너지를 충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바닐라티는 실론에 바닐라향을 첨가한 것으로 달콤하고 크리미한 맛이 좋다. 핫티, 밀크티, 아이스티 모두 잘 어울리지만 가장 맛있게 마시는 법은 역시 아이스티로 마시는 것. 캐러멜 아이스티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다. 티백을 넣고 우려낸 후 얼음을 넣고 차게 식히면 되는데, 설탕을 약간 첨가해야 한다. 얼그레이 아이스티는 실론슈프림과 얼그레이를 섞어 만든다. 햇빛을 이용해 찬물로 오래 우려야 특유의 향이 살아난다. 다이어트에도 좋은 차이다. 얼그레이 아이스티를 제외하고는 모든 아이스티 역시 일단 뜨거운 물로 우려내야 한다. 티포트를 예열해 두는 것도 절대 잊지 말것!

홍차는 스트레이트 티로 마셔도 좋지만 밀크티로 마셔도 좋다. 밀크티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홍차는 역시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이다. 몽골리안티는 '수태차'라고도 하는데, 몽골식 밀크티이다. 유목생활을 하는 몽골인들은 양젖이나 말젖을 넣어 밀크티를 만들지만, 여기에서는 우유를 넣어 만들었다. 우유에 소금을 약간 넣어주는 것이 포인트. 짜이는 인도식 밀크티로 향신료를 넣어 진하게 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로얄 밀크티는 일본에서 처음 만들었는데 우유의 부드러운 맛을 살린 것이 포인트. 진하게 우린 티와 우유를 함께 넣고 끓이는 것이 포인트이다. 나도 요걸 좋아해서 가끔 마트에 갈 때 분말 로얄 밀크티를 사와서 마시기도 하는데, 맛이 좀 약한데다가 내 입에는 좀 달지만 아쉬운 사람이 맞춰야지, 뭐.. 티베탄 버터티는 티벳식 밀크티로 버터가 들어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산병을 앓는 사람에게 마시도록 하는 티라고 한다. 밀크티 중에서도 진하다고 하는 짜이보다 더 농후하고 짭짤한 맛을 가진다.

이 책에는 무척 많은 종류의 티가 등장하지만 그중에서 특별한 날에 이용할 만한 티도 보였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저자의 지인이 프로포즈를 할 때 만든 웨딩티라고 한다. 다질링, 기문, 랍상소총 세가지 홍차를 이용해 차를 우리고, 우유거품과 휘핑크림을 이용해 장식하고 장미를 뿌려준다. 보기만 해도 정말 화려한 티인데, 그 맛도 기가 막힐 듯 하다. 홍차는 우려내는 시간과 마시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 웨딩티는 더한 정성이 더해진 듯 하다. 오른쪽의 트윙클 스타는 카페에서 홍차를 시키면 자주 띄워주는 레몬이 아니라 오렌지를 띄운 차이다. 중간에 까맣게 점처럼 보이는 것은 향신료인 정향. 왠지 싱그러우면서도 특별한 향기가 날것 같은 느낌이다.

홍차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그걸 왜 마셔? 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특히 밀크티를 좋아한다고 하면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우리 아버지도 홍차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과 별반 다름없는 분이신데, 오히려 더했으면 더했다. 홍차맛을 담배 우린 맛이라고 하시지를 않나, 심하게는 말오줌맛이라고... 실제로 담배를 우려서 마시거나 말오줌을 맛보신 건 아니겟지만, 진짜 싫어하는 맛에 이런 표현을 쓰신다.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신 이유를 곰곰해 생각해 보면 역시 아버지도 잘못 우려낸 정말 맛없는 홍차만 맛보셨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이젠 난 홍차에 대해 제대로 배웠고, 제대로 우리는 법도 배웠다. 홍차는 사람이 마실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아버지의 생각을 바꿔 놓을 수도 있을 듯 하다. 예전엔 녹차를 주로 드시다가 요즘은 커피를 주로 드시는데, 커피보다는 홍차가 카페인 수치도 더 낮다. 그러니, 이젠 아버지께 홍차를 권해 드리고 싶다. 아버지, 저랑 맛있는 홍차 한 잔 하지 않으실래요?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책 앞표지, 8~9p, 16+94+154+226p, 30+24+38+46p, 74+84+102+114+128+163p, 202+234+240+246p, 66+218p, 책 뒷표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