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라는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먼저 떠오른 것은 디즈니 동화인 아기 코끼리 덤보였다.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세세한 부분까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이건 기억한다. 귀가 다른 코끼리보다 훨씬 더 큰 덤보는 따돌림을 당하다가 자신의 큰 귀를 이용해서 날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덤보가 날 수 있었던 건 날개덕분이 아니라 큰 귀 덕분이었던 것인데, 나도 상상력 참 빈곤하다. 여기에서 생각이 딱 멈췄으니.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달까. 이외수 작가님의 책은 소설 외에는 읽어본 기억이 없다. 그것도 한참 전의 일이지만. 하지만 작가님의 책에서 따온 주옥같은 문장들이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자주 인용되는 걸 보면서 막연하게 언젠가는 에세이를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역시 막연하게만 생각하면 곧 잊고 만다. 이제서야 읽게 되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내 독서 취향을 이야기하라면 난 논리적이고 결말이 명확한 책들의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꽤 건조한 걸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성적인 책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연애 소설도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뿐이다. 그러니 에세이류는 당연히 좋아한다. 근데 요건 조금 다른 에세이랄까.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 서적의 느낌도 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라는 딱딱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우화나 일화, 사자성어와 관련된 이야기, 작가님의 생각등이 맛있게 버무려져 있어 읽으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달까. 그 과정을 통해 난 이 이야기에 이런 생각을 덧붙이고 싶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육지에 사는 포유류중에 가장 무거운 동물인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 자유를 선사해 주듯 내게도 나의 사고방식에 다른 사고를 덧붙일 수있는 날개가 달린 것이다. 목표점을 향해 끊이없이 걸어가기만 하는 인생은 쉽사리 지친다. 때로는 무언가를 충전해 주어야 더 오래 걸을 수 있다. 생각이나 사고방식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늘 똑같은 것만 보면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때로는 내가 생각지 못했던 것,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보면서 새로운 연료를 채워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연료는 바로 감성이란 것이다. 요즘 세상에 감성 따윈 필요 없어, 라고 생각하는 건 뭔가 하나를 잃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은 원래 균형과 조화를 맞추어 살아야 한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기만 해서도 안되고 감성적이며 감각적인 것에 치우쳐서도 안된다. 요즘 세상은 아무래도 논리적이면서 이성적인 면만 중시되다 보니 일부러라도 이렇게 감성을 충전해 줄 필요도 생기는 것이다. 자, 한 숨 돌리고 편안히 앉아서 나즉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아직은 작고 여리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하기 위해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가 들려 올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