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죽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죽음에 대해 가끔 생각하게 된다. 죽음이란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후에는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두렵기만 하다. 물론 죽으면 어떻게 어떻게 됩니다, 라는 이야기들은 있지만 실제로 그곳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다분히 상상이란 것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반대로 그게 완전한 상상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죽음 후의 세계를 다룬 영화나 책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서양의 죽음과 사후 세계에 관한 것이라 무척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러하기에 이 책이 더 반가웠다. 동양적 모티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죽으면 저승에 간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잘 안다. 그리고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는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불교는 윤회를 이야기한다. 나도 윤회를 믿는 사람인지라 내가 지난 생에서 어느 정도 공덕을 쌓았기 때문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믿는다. 한편으로는 전생에서 죄를 지었기 때문에 인간으로 태어났다고도 믿는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내가 너무 협소하게 알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달까. 물론 이 책이 인간의 사후에 대해 모든 것을 답해주지는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책의 목적을 말할 수 없다. 이 책은 사후세계가 어떤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현세의 삶을 얼마나 더 잘 가꾸고 바르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럼 책 내용에 대해 짚어 보자. 주인공 김자홍은 계속되는 접대로 인한 음주로 건강을 해쳐 마흔이 되기도 전에 사망했다. 사후 3일, 저승삼차사가 김자홍을 데리러 오게 되고, 그들과 함께 김자홍은 저승입구인 초군문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만난 진기한 변호사. 진기한 변호사는 김자홍이 저승에서 저승시왕을 앞에 두고 총 7번의 재판을 받을 동안 그를 변호할 인물이다. 초임인 진기한 변호사에 대해 걱정이 앞서는 김자홍이었지만, 저승시왕 7명을 차례차례 만나 변호를 받는 동안 진기한에 대해 무한 신뢰를 쏟게 된다. (역시 저승이나 이승이나 상대에 대한 신뢰가 최고다)

첫번째 시왕인 진광대왕은 도산지옥을 다스리는데 말 그대로 이곳은 칼산이다. 이곳에서 죄가 확정된 죄인은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칼날을 계속 걸어야만 한다. 이곳에서는 전생에 공덕을 얼마나 많이 쌓았는가가 관건이 된다. 두번째 시왕인 초강대왕은 화탕지옥을 다스리는데 이곳에서는 주기보다 받기만을 원하는 자를 처벌한다. 이곳에서 죄가 확정되면 똥물, 용암, 염산 등에서 튀겨지는 형벌을 받는다. 도산지옥에서 화탕지옥에 이르는 길에는 삼도천이 있다. 삼도천 강가에는 두 노인이 있는데 이 두노인이 피고들의 옷의 무게를 달아 죄의 무게를 재고 배를 내어준다. 세번째 시왕인 송제대왕은 한빙지옥을 다스리는데 이곳에서는 불효를 심사한다. 그런데 요즘 불효를 저지르는 자가 어찌나 많은지 한빙지옥은 증축을 거듭해도 죄인을 수용할 곳이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이는 이승의 세태가 어떤지를 콕 집어서 보여준달까. 이곳에서 심사하는 방법은 부모님 가슴에 못을 얼마나 많이 박았나를 본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울컥하기도 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달까. 난 도대체 우리 부모님께 얼마나 많은 못을 막으면서 살았을까. 나중에 그 보상을 한다 해도 일단 못이 박혔던 자리는 못을 뽑아도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네번째 시왕인 오관대왕은 검수지옥을 다스리는데 검수지옥은 칼날숲으로 죄가 확정된 죄인은 이 칼날숲을 영원히 헤매야한다. 검수지옥에 이르는 길에는 업강이 있다. 이 업강은 강철로 된 물고기가 서식하는 곳으로 물을 펄펄 끓는 물이다. 검수지옥에서는 총 다섯가지 죄를 다스린다. 여기에서는 업칭이라는 천칭을 이용해 다섯가지 죄의 무게를 재는 것이 특징이다. 다섯번째 시왕은 우리에게도 무척 익숙한 염라대왕이다.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지옥은 발설지옥으로 말로 지은 죄를 다스리는 곳이다. 염라대왕은 피고의 죄를 업경에 비춰본다. 만약 죄가 드러나면 혀를 뽑아 그것을 망치로 두드린후 소가 밭을 간다고 한다. 여섯번째 시왕은 유일한 여성시왕으로 변성대왕이다. 이곳에서는 죄를 감해주는 곳인데 여기를 지나지 못하면 독사지옥에 빠지게 된다. 이곳의 특징은 연좌제 심판이란 것인데, 내가 공덕을 많이 쌓으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요, 내가 업을 많이 쌓는다면 그들의 죄가 더 무거워지게 된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내가 저지르는 잘못이 내 사랑하는 가족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 일이구나 하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는 이승이나 저승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독사지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쇳덩어리가 굴러다니는 철환소를 지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곱번째 시왕은 태산대왕으로 거해지옥을 다스린다. 이곳에서는 죄가 확정되면 거대한 톱으로 몸이 반이 갈리는 형벌을 당한다. 하지만 이곳을 무사히 통과하면 환생의 문앞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죄의 무게에 따라 육도환생의 문이 결정된다. 우리에게 전생이 있었다면 이 인간문을 통해 환생한 것이다. 

이렇듯 총 일곱명의 저승시왕 앞에서 심판을 받은 김자홍과 그를 변호하는 진기한의 이야기는 코믹한 면도 많지만, 지옥에서의 죄의 심판과정과 그로 인해 받게 되는 끔찍한 형벌은 평소 이승에서 우리가 어떤 죄를 짓고 사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그러나 이 책은 저승에서 끔찍한 벌을 피하기 위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착하게 살며 공덕을 쌓는 일이 결과적으로 지옥에서의 끔찍한 형벌을 피하게 해주는 것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사후의 이야기를 통해 이승의 삶에 더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편 저승삼차사와 관련된 말년휴가를 앞두고 살해된 병장 유성연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가슴 아프다. 군대에서의 죽음은 개죽음이라 했던가. 억울하게 죽어 암매장 당한 뒤 구천을 떠돌게 된 유성연은 저승차사를 피해 도망다니게 된다. 혹시 원념이 깊어서 그런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게 모두 홀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었다는 것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휴가 나온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뚝 끊긴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군대에서는 의문사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나라가 모병제도 아닌 징병제를 실시하면서 개죽음 당하게 만드냐고! 소대장의 이마에 찍힌 낙인을 보니 속이 후련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죽은 이가 안타깝고 홀로 남겨진 어머니가 가슴 아프다.

이런 이야기 외에도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우리 고유의 문화에 대한 것이다. 저승차사는 검은 도포에 검은 갓을 쓴 이미지로 많이 알고 있지만 탱화에 남겨진 그들의 복색은 무척이나 화려하다. 또한 지옥도의 모습을 그린 탱화를 봐도 색감이 무척 화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곳에서 형벌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은 끔찍하다 해도 말이다. 또한 염라대왕밖에 몰랐던 저승시왕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공부하게 되었다. 그외에도 저승에 있는 삼도천, 의령수, 할락궁이 등을 비롯한 저승의 다양한 장소와 인물들도 등장하니 눈여겨 보자.

권선징악, 인과응보의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현세의 삶에 대해 충실하라 말하는『신과 함께 - 저승편』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무심코 저지르는 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내가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되는 건 아닌지. 살면서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다른 이에게 상처주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나쁜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금뱃지 달고 계신 그쪽 아자씨들, 저승에 가면 발설지옥의 형벌이 기다릴 것이요! 

우리는 공덕과 업을 함께 쌓아가는 불완전한 존재다. 그러하기에 이승에서는 더더욱 공덕을 많이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어떻게 살고 계십니까?
공덕을 쌓고 계십니까, 아니면 업을 쌓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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