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고 너는 손을 흔들었다 - 뉴 루비코믹스 954
코노하라 나리세 지음, 후카이 유키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코노하라 나리세의 작품은 읽기전 무지무지 고민을 하게 만든다. 뭐랄까 작품마다 성향이 많이, 아주 많이 달라서 호불호가 극심해지는 작가랄까. 대부분은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 읽었던 프래절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을 정도였달까. 그에 비하면 이 작품은 표지부터 예뻐서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일단 표지를 보면 뒤에 보이는 것이 히미 케이스케, 앞에 보이는 것이 아시야 세이치다. 두 사람은 고교 시절 이후 10년만에 재회한다. 10년전 여름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뜨린 세이치 입장에서는 케이스케를 다시 만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색하지만, 케이스케는 변함없는 얼굴과 미소로 세이치를 대한다. 약간의 안심을 하지만 촌스럽기 짝이 없는 케이스케와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도 싫은 세이치는 방을 구하는 것까지만 돌봐 주고 더이상 케이스케를 만나려 하지 않지만 다시금 10년전의 감정이 떠오르게 된다.

세이치는 뭐랄까. 나쁜 남자 보다 더 나쁜 남자, 내 기준으로는 쓰레기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케이스케를 이용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돈까지 요구하니까. 니가 그러니까 마리같은 여자한테 걸려 다 뜯기는 거라구. 정말이지. 세이치가 케이스케를 대하는 걸 보고서 - 특히 여장한 케이스케에게 한 행동이나 마리에게 거부당하고 호텔에서 케이스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 - 완전히 열받아서 5번 척추, 6번 되도록 패주고 싶었달까. 이기적인 놈. 쓰레기같은 놈. 너같은 건 케이스케의 사랑은 커녕 위로도 받으면 안돼! 라고 말하고 싶지만 평면에 사는 놈이라 속으로만 욕을 퍼부었다. 쳇.

근데 이해안되는 건 케이스케 쪽도 마찬가지. 이건 뭐 바보 멍텅구리도 아니고 세이치가 하는대로 놔누니... 넌 입이 없냐, 하고 싶은 말을 왜 못해! 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그게 사랑이라니 어쩌랴. 사실 처음엔 이해가 안되지만 나중에 세이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케이스케를 보면 한번에 이해가 된다. 아, 처음부터 끝을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했구나, 랄까.

사랑을 할 때 누구나 영원을 생각하며 사랑을 한다. 처음부터 끝을 생각하고 시작하는 사랑은 없다. 계약연애같은 것이라면 끝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겠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니 제외하자. 일반적으로 순수한 사랑을 할 때 사람들은 끝을 생각하기 싫어한다. 케이스케의 경우에는 좀 특별한 케이스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케이스케의 판단이 절대로 옳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보통 BL물의 경우 한 집안의 대가 끊기는 설정이 많지만, 이 작품은 전혀 다른 노선을 걸었다는 것. 그게 가장 크다. 쓰레기같은 캐릭터는 널리고 널렸고, 순정 캐릭터나 순애 캐릭터도 널리고 널렸으니까. 스토리 자체는 그다지 특이점이 없지만 결론부가 완전 마음에 들었다. 암 그래야지, 이게 맞지. 세이치하고는 절대로 안되는 거야. 사랑이 전부는 아니지. 사랑한다고 전부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한다고 늘 영원을 맹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케이스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중 가장 최선의 것을 선택했다. 즉, 세이치는 최선이 아니었단 것. 혼자 기차를 타고 가며 쓸쓸해하는 세이치를 보면서 난 좀 후련했달까.

결론을 말하자면.
케이스케는 사랑을 보내고, 추억을 남겼다.
세이치는 사랑이 떠나고, 후회만 남았다.
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