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의 역습 - 무일푼 하류인생의 통쾌한 반란!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최규석 삽화 / 이루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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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가 나왔을 때 나도 그 책을 읽으면서 열광했던 한 사람이다. 그후로 부자되기에 관한 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더니 요 몇년전부터는 가난을 주제로 한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에 몇 권을 읽어 봤는데, 그 느낌이란, "니들이 가난을 알아?"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난 이정도로 가난하게 살았어, 그래서 이젠 가난이 무섭지 않아, 라고 주장하는 그 책들을 보며 조금 심기가 불편해졌다. '난 이정도로 가난해 봤지만 넌 그런거 모르지', 라고 선을 긋는 느낌이었달까.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 사람이 그런 생활을 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넌 도저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해'라고 선을 긋는 것 같아서 마음이 미묘하게 불편해졌다. 또한 그걸 보면서 또하나 느낀 점은 난 이렇게는 안살아서 다행이야, 앞으로도 이렇게 살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하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을 때도 별반 기대는 없었다. 역시 "니들이 가난을 알아?"라고 선을 긋는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머리 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말하자면… 정사원으로 일하면서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집도 사고 해서 이제는 '우등반'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자네! 우쭐거릴 일이 아닐세! 안된 얘기지만, 자네도 이미 각 잡힌 가난뱅이란 말씀이야. 진짜 '우등반'이란 말이지, 잠깐 일을 쉬거나 몇 년쯤 아무짓도 안해도 저절로 돈이 굴러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놈이라구. […] 그런데 우리가 손가락 까딱 안 하고 빈둥빈둥 놀면 어떻게 되지? 백발백중 눈 깜짝할 새 돈이 떨어져서 찍소리도 못하게 될 거란 말이야.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져버리는 자전거 같은 우리 인생은 자타공인 가난뱅이란 말씀. (11p)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번쩍 하는 섬광을 본 기분이었달까. 그렇다. 진짜 '우등반'은 사회 몇 퍼센트 안에 드는 상위계급일 뿐, 뼈 빠지게 일하고도 이것저것 계산하면 몇 푼 남지 않는 우리는 모두 가난한 층에 속하는 것이다. 나도 일할 때는 월급을 받고 나면 카드값에 이런저런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얼마 없었다. 그래서 그당시에는 백수 한량으로 사는 것이 꿈이었달까. 뭐 지금은 자의적 백수로 생활하긴 하지만 돈이 넉넉해서 그런 건 아니란 말씀. 어쨌거나 하루라도 일을 안하면, 아니 일년 내내 열심히 일을 해도 갈 길이 먼 우리는 모두 여기에서 말하는 가난뱅이 층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의 가난이란 게 끼니 걱정할 수준을 보고 가난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와 같은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무리 벌어도 제자리 걸음 유지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36개월 할부로 차 사고, 몇 개월 할부로 전자제품 사놓고 다음달에 나온 카드 명세서를 보면서 한숨 푹푹 쉬는 게 우리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 하에서 가난뱅이로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 서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일단 개인의 삶에서 가난하지만 빈곤하게 살지 않는 법이 맨 첫째장에 나온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방법인데, 일단 제일 중요한 집문제를 시작으로 밥 먹는 것, 그리고 옷 해결하는 법 등에 대해 저자가 직접 시도해 본 방법들이 열거되고 있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좀 다른 면이 있기는 하지만 - 이를테면 사례금이나 전세는 없고 월세만 있는 것 -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문제 때문에 골치를 썩인다는 것은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없는 돈으로 생활할 수 있는 집 찾기라든지 여차할 때 필요한 노숙의 기술도 이곳에서 설명된다. 나같은 경우 여자인지라 노숙은 절대로 금물이겠지만, 남자들의 경우 여행지같은 데에서 피치못할 사정으로 노숙을 해야할 경우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식사 같은 경우를 보면 나처럼 혼자 사는 입장에서는 거하게 차려먹을 일이 없으면 때론 사먹는 게 더 저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식비를 아껴야 할 경우 일단 쌀이라도 집에 구비해놓으면 걱정이 하나 줄어든달까. 간장을 비벼먹든 고추장을 비벼먹든 - 본인이 대학다닐 때 돈떨어지면 자주 쓰던 방법임 - 쌀이 있으면 일단 배는 채울 수 있으니까. 

물론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이 우리나라 사정에 딱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돈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좀더 절약해서 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시한 점이 무척 흥미롭다. 이게 과연 될까, 싶은 것도 있지만 저자는 이미 실행에 옮겨본 것만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점에서는 신뢰해도 될 듯. 

하지만 저자는 가난한 삶이라고 해서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금하고 있다. '자기 힘으로 멋대로 살아가기'라는 이 책의 기본 원칙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한테 신세만 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37p) 라는 말처럼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자립을 원칙으로 한다. 나라가 갑자기 망할 일은 없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IMF사태를 겪으면서 국가 경제가 무너진 적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이런 삶의 기술을 익혀 놓는 것도 기본 생존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두번째로 나오는 이야기는 지역 공동체의 삶이다. 개인사업자들의 대부분은 대부분 영세하다. 그런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이 각개전투를 할 것이 아니라 서로 뭉쳐서 큰 기업의 횡포에 맞선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을 제시한다. 

우리 가난뱅이, 얼간이, 오합지졸은 이제까지 뿔뿔이 흩어져 있었고 결탁해서 무언가 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동네를 둘러보면 여기저기 가난뱅이 천지인데도 왠지 한 사람 한 사람 고독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시시껄렁하게 뼛골 빼먹는 직장에서 일만 죽도록 하거나 중류 계급인척 하면서 번화한 중심가로 놀러 가기도 한다. 하지만 가난뱅이 제군! 이제 그런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두자. 바가지 씌우려고 눈이 벌건 놈들이나 부자들이 덫을 쳐둔 장소에 갈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짱 좋은 것을 만들어 보자구. (95p)

지역 공동체 운동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재활용품 가게 내기와 공방 만들기, 인쇄물 제작하기 등 공동체 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창출해내어 연대감을 만드는 일이었다.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라는 느낌이랄까. 그러고 보면 부자들은 잘 뭉치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라면! 하지만 여유롭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하는 핑계를 대며 공동체 조직에 들어가기를 꺼린다. 그래놓고 혼자 투덜거린다. 그런 면에서 마쓰모토 하지메는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연대감을 이끌어내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말 기발한 방법으로!

세번째 이야기는 대학 시절 교내 운동과 사회 운동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마쓰모토 하지메, 대학시절부터 날리셨군요. 그러고 보면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 중반에는 우리나라 역시 학생운동이 살아있던 시기였다. 물론 끝물에 해당하긴 해도. 하지만 대부분 학생운동은 학내 문제보다 정치나 사회문제같은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 시기가 국내외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였긴 하지만. 게다가 좀 과격한 면이 없지 않았달까. 내가 다닌 학교 역시 사립대로 재단비리때문에 학교가 무척 시끄러워서 그 문제로는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였지만, 대부분의 운동권 학생들이 여는 집회는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와 관련된 부분이 많아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것을 회피했다. 물론 마당극이나 풍물놀이를 곁들여 사회나 정치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그건 한 순간의 일일 뿐, 지속적인 효과는 내지 못했달까. 그후엔 IMF 사태로 인해 대학이 공무원 양성소가 되어 버렸지만.

마쓰모토 하지메가 다닌 호세 대학에서는 학교 식당 분쇄 투쟁, 찌게 투쟁, 난로 투쟁, 술 투쟁 등 학생들 복지와 관련한 문제에 대한 투쟁이 많았달까. 학생 식당 앞에서 350인분의 카레를 팔았다는 것을 보면 이 사람 참 대단하다 싶다. 

사회에 나가서도 이런 투쟁방식은 바뀌지 않는다. 특히 '내 자전거 돌려줘' 데모는 방치 자건거 철거 문제와 관련한 것인데, 환승하기 위해 자전거를 역근처에 두었다고 모조리 실어가는 건 서민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정책이었다. 당연히 이에 대해 데모를 열 수 밖에.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외제차는 견인도 하지 않는 주제에 - 견인하다 긁히기라도 하면 돈 몇백 후두둑이 무서워서 - 서민들의 차인 중소형이나 경차는 잘도 싣고 간다. 쳇.

또하나 흥미로운 것은 구 가전제품을 폐기하도록 하는 악법인 반PES데모였다. 구 가전체품을 재활용할 수 없게 만들어 대기업의 배나 불리자는 수작인 PES법. 이 데모는 큰 파급력이 있었고, 결국 PES법 철폐라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이는 서민들의 생활과도 관련이 있기에 아주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같은 서민들이 완전 얼리어답터족이 되는 건 힘들잖아? 그쵸?

 사회운동의 정점은 역시 선거운동이 아닐까 싶다. 선거기간 동안만이라도 역 앞을 답답한 규제나 억압을 풀어버린 해방의 공간, 즉 '혁명 후의 세계'로 멋대로 만들자고 생각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의 선거운동은 당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기간동안 현재 일본 내의 정치를 비판하고 선거제도를 비판하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말로만 백날 떠들어 봤자 선거 운동 하는 패거리나 똑같으니 색다른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했달까. 정말 기발하달 수 밖에 없는 행동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든 지역 공동체 의식의 활성화와 연대감 창출, 그리고 사회운동이든 간에 신바람 나게 저지르는 마쓰모토 하지메의 행동력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그리고 그의 행동은 유쾌상쾌통쾌하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뭉쳐야 한다'라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을 것 같다. 가난뱅이란 말이 좀 귀에 거슬리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위 몇 퍼센트만이 부를 점하고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덫에 걸려 허덕이며 신음하며 살아간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부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을 예로 들어봤을 때 강남 3구의 투표율이 가장 높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재산과 기득권을 지켜줄 후보에게 절대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어떻지? 사회 비판, 정피 비판을 하면서 직접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누군가가 대신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런 것으로는 그들의 막강한 가드에 잇자국 하나 낼 수 없다. 

자, 우리도 똘똘 뭉쳐 걸판지고 신명나게 뒤집어 보세!!! 
유쾌하게 신나게 놀아 보세!!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도 이렇게 조금씩 바뀌어 가지 않을까?
부를 점한 것은 상위 몇 퍼센트일지라도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건 역시 우리 서민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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