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성장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성장은 몸이 성장하는 속도를 마음이 따라잡지 못해 힘겨워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물론 어른이 되었다고 완전한 성장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성장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장이란 것에는 여러가지 것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기쁨, 즐거움같은 긍정적 감정을 비롯해 슬픔, 아픔, 우울함등의 부정적 감정등. 어떤 성장을 이루느냐에 따라 긍정적 감정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고 부정적 감정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장에는 아픔이란 것이 따른다. 여기에 나오는 아이들은 어떤 일들을 겪으면서 성장해 나갈까.

난 외톨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 외톨이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시욱이는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년으로 샤프라는 별명이 생겼다. 시욱이 처음 사귄 친구는 키다리란 별명의 재민. 재민이는 여느 또래 아이보다 성숙한 발언을 많이 해서 그런지 추종자들이 여럿이었다. 처음엔 시욱과 잘지내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시욱을 따돌리는 재민. 그런 재민에게 시욱은 화가 나기 시작하고 결국 주먹을 휘두르고 만다. 시욱의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진 재민을 보면서 반 아이들은 재민을 놀리고, 재민에 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하며 재민을 따돌리기 시작하는데...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 사귄 친구에게 배신당하는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서로 잘 통한다고, 단짝친구라고 여겼던 친구가 자신을 왕따시키는 기분이 든다면 정말 참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폭력은 친구에 대한 의리나 우정을 저버리게 했다. 시욱과 재민을 둘러싼 아이들은 둘 사이의 싸움을 부추기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둘 사이에 싸움을 붙이기 위해 못된 짓까지 서슴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이 추켜세워주는 것에 즐거움을 느껴 단짝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시욱을 보면서, 시욱의 만화를 그렸던 손이 폭력을 휘두루는 손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뉴타운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부모의 직업과 가정환경에 따라 동급생에게 차별대우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넘어 집단 따돌림과 폭력까지 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의 비뚤어진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보게 된다. 시욱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바로잡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시욱은 모든 걸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주먹 뒤로 숨어 버리게 될까.

우리는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 캐모마일 차 마실래?

석이는 학교봉사 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장애우들이 있는 시설로 간다. 처음에는 봉사활동 시간만 채우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석이가 그곳에 있는 장애우들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따스했던 작품이다. 왕재수라는 별명을 가진 지연과 처음에는 사사건건 티격태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심으로 그곳 사람들을 대하는 석이의 모습에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다.

석이가 처음에 시설에 갔을 때 망설여졌던 이유를 나도 잘 알수 있을 것 같다. 난 이미 어른이지만 장애우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잘 모르는데, 아직 어린 석이에겐 그것이 더 어렵게 느껴졌을테니까 하지만 그들이 몸이 좀 불편할 뿐,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겉모습만으로 너무 많은 것을 판단하며 살아간다. 상대의 진정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을 누구나 알지만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음악이란 것으로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아이들. 그들의 합주는 세상 누구의 연주보다 더 아름다운 음색을 냈으리라.

우린 가족입니다 - 한파주의보

중학교 2학년인 진오의 아버지는 얼마전 재혼을 했다. 진오는 행복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이젠 돌아가신 엄마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는 듯 해서 속상하다. 설연휴를 시골에서 보내고 서울로 돌아온 진오와 새엄마. 아직은 어색하고 거리감이 있어 진오는 새엄마와 둘만 있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데다가 수도가 얼어서 물까지 나오지 않는데...

단 며칠이지만 새엄마와 함께 보내야하는 시간에 눈앞이 깜깜했을 진오는 처음엔 데면데면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통해 새엄마에게 도움을 받게 되고, 새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엄마를 달리 보게 된다. 진오의 가슴에 머물렀던 한파주의보가 해제된 순간이 온 것이다.

사춘기에 새엄마가 생긴다는 것은 힘겨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새로온 가족을 거부한다. 진오 역시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조금씩 드러나기도 했지만 새엄마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면서 마음을 열게 된 것이다.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서로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 마음이 통하는 것, 그것은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아직 완전히 새엄마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오 역시 새로운 가족으로 새엄마를 받아들이겠다는 한걸음을 내딛은 것은 커다란 한걸음이 아닐 수 없다.

집단 따돌림과 폭력, 장애우들 이야기, 재혼가정 이야기 등 여기에 실린 세편의 소설은 모두 남자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로 사춘기 남학생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작중 인물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 특히 <외톨이>에서 시욱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누군가가 해결해주기를 바라면서 장롱속으로 숨는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캐모마일 차 마실래?>에서는 사고로 가족을 잃고 마음을 꽁꽁닫아 버린 지연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좋았다. 그리고 <한파주의보>의 경우 국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는 두 사람의 변화를 보는 것이 좋았다. 첫번째 수록된 작품은 요즘 청소년의 어두운 모습을 묘사하고 있어 안타까운 면이 많았지만 나머지 두 작품은 따스함이 전해져 오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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