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 방실이 책공장더불어 동물만화 2
최동인 지음, 정혜진 그림 / 책공장더불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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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가 일어나고 벌써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언론보도를 통해 용산참사에 대해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뿐이었고, 그 참사에 관련된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용산개 방실이』는 용산참사 희생자 중 한명인 故 양회성 씨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용산참사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양회성 씨의 가족은 부인과 아들 둘, 그리고 요크셔 테리어종 강아지 방실이가 있다. 양회성 씨는 여느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처럼 개를 짐승인 주제에 집에서 산다고 생각할 정도로 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방실이 전에 키우던 뽀미란 개는 대소변도 잘 못가리고 도둑이 와도 짖을 줄도 몰라 집이 몽땅 털린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후 오랜 시간이 지나 양회성 씨의 부인은 방실이를 입양했다.

인간과 반려동물이 만나는 일이 다 그렇듯 방실이도 운명처럼 우리 가족이 됐다. 미리 정해져 있던 일처럼. (51p)

원래 입양할 개는 방실이의 형제견이었으나 그 강아지가 강한 거부반응을 보여 방실이를 데리고 오게 되었다. 아들 둘은 모두 개를 좋아하지만 양회성 씨는 방실이를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다. 애교 많고 사람에게 친근하게 구는 방실이였지만 양회성 씨의 마음을 열기엔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양회성 씨 가족이 운영하던 복집은 나름대로 장사가 잘 되었고, 부부는 일하는 보람을 느끼면서 살았다. 가게에 놀러간다는 말을 할 만큼 양회성 씨는 가게에 애착을 가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재개발 이야기가 또다시 터져나온 것이다.

근데 재개발하면 돈 번다는데 우리도 그런가? 새 가게도 주고 인테리어 비용도 주고 그러는 건가? (77p)

이런 생각은 재개발 소식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했던 생각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가게에 투자한 돈만큼은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재개발은 가진 자에게만 미소를 허락했다. 건물에 세를 들어 가게를 하던 양회성씨 가족에겐 재개발로 인한 이득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게를 차리면서 3억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평가 금액은 5,0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도대체 그 돈을 가지고 어디에서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변 상가들이 하나둘씩 비어가고 용역들이 여전히 이사하지 않은 철거민들을 위협하면서 돌아다녔다. 장사조차 할 수 없게 가게 집기를 모조리 부수었다. 땀 흘리며 삶의 보람을 찾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던 가게는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자본의 논리 아래에서 그들은 어떤 보장도 받을 수 없었다.

그동안 방실이와 조금씩 교감을 나누기 시작한 양회성 씨는 재개발이 현실화된 후 방실이에 대한 애정이 더욱더 깊어져갔다. 처음에는 옆에도 오지 못하게 했지만 어느새 방실이는 우리 딸내미가 되었고, 자신은 방실이의 아빠를 자처했다. 모임에 나가서도 방실이가 보고 싶어 얼른 집으로 돌아 갔을 정도다. 비오는 날 방실이 간식을 사러 나갔고, 간식을 씹어서 먹였을 정도로 방실이를 사랑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망루에 올라가는 걸 말리지 못했다. 다만 얼마라도 건져야지란 생각에. 아이들 아빠도 두려움을 애써 감추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리지 못했다. (247p)

거지처럼 한 푼 못 받고 쫓겨나도 그냥 우리 다섯 식구 함께 살 수 있으면 그거면 된 거였는데… 그땐 왜 그걸 몰랐을까…. 문을 열고 나가는 당신을… 망루에 오르는 당신을… 왜 말리지 못했을까…. (252p)

양회성 씨를 포함한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가 시위를 시작했고, 그것은 폭력진압으로 이어졌다. 화재로 다섯명의 철거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언론은 정부의 편을 들어 그들을 테러리스트라 불렀고, 철거민의 화염병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하는 등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더욱 몰아댔다. 그런 상황에서 방실이는 양회성씨의 사망 이후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고 이십여일을 버티다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보통 동물들은 죽음이란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방실이의 경우를 보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듯 하다. 사랑하던 아빠의 부재, 그리고 가족들의 슬픔. 그것은 방실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영안실에서 영정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유가족들을 한 가족씩 돌아보던 방실이. 방실이는 그렇게 떠나고야 말았다.

이 책은 용산참사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양회성씨 개인의 삶과 그가 사랑했던 방실이란 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부자가 야구를 보며 즐거워하던 일이며, 등산을 갔다 금낭화 사진을 찍어 부인에게 보낸 일이며, 새 양복을 입고서 아이처럼 즐거워하던 양회성씨의 모습은 우리 이웃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강아지 방실이를 막내딸이라 여기고 사랑하던 양회성씨의 모습은 그가 평범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단 것을 보여준다.
 
용산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일은 현재진행형이다. 진상규명은 제대로 되지도 않았고, 또다른 재개발 지역에서도 우리 이웃들이 고통받고 있다. 그저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그 아픔이 너무나도 크다. 어쩌면 내일은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고, 내 이웃이 겪을 수도 있는 일임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개발이란 번드르르한 명목하에 서민을 짓밟고 가진 자의 손을 들어주는 현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일을 너무 쉽게 잊고 너무 쉽게 용서한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될 일, 용서해서는 안될 일이 있게 마련이다. 용산참사는 바로 그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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