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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3 - 완결
고아라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으로 변하는 고양이 홍조와 대학생인 솔아, 알아, 고구마, 재선이 엮어가는 알콩달콩한 이야기 그 세번째.
재선을 짝사랑하는 솔아는 고구마와 재선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재선의 자퇴 소식을 듣게 된다. 아직 고백도 못해봤는데, 마음을 전할 기회 한 번 없었는데. 솔아는 마음이 아프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고구마와 송별회를 하던 솔아는 집에 잠시 들렀다가 쓰러져 있는 홍조를 발견하게 된다. 병원으로 달려간 솔아는 홍조의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얼마뒤. 재선의 이사를 도와주게 된 솔아. 홍조는 또다시 사람 모습으로 그 모습을 숨어서 지켜본다. 홍조는 얼마나 이렇게 솔아를 몰래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아니 그보다 왜 홍조가 사람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홍조가 나오는 부분마다 가슴이 아려왔다. 재선의 전화를 받고 후다닥 뛰어나가는 솔아를 보면서 홍조는 솔아가 두고간 핸드폰을 손으로 쾅쾅 내려친다. 그것만 없으면 솔아가 나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것일까. 게다가 홍조는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된 곰 이야기를 듣고 마늘을 먹는 일까지 하게 된다. 고양이에게 마늘이 좋을리 없다. 사람도 생마늘을 많이 먹으면 속이 타는 듯 아픈데, 홍조는 오죽할까.
어느날 홍조는 외출했다 돌아오는 솔아를 나무위에서 기다린다. 함께 바라다 본 풍경. 조금 높은 곳일뿐인데, 세상은 달라 보인다. 둘은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중에 왜 홍조가 솔아를 나무위로 올라오게 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가슴이 아파 왔다. 근데, 솔아는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구나. 아니 연결시켜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일지도.
그후 솔아는 고양이 홍조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픈 홍조가 많이 신경쓰였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솔아의 생일날 재선이 찾아오게 되는데...
재선의 자퇴와 유학. 솔아에게 이건 재선을 만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솔아는 홍조를 내버려두고 정신없이 뛰어나가는데, 그 순간 고양이 홍조는 사람 홍조로 바뀌어 솔아를 붙잡는다. 가슴이 울컥했다. 우리 강아지들도 우리 고양이들도 내가 외출하는 순간마다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내가 신발을 신는 동안 물끄러미 앉아서 나를 바라보는 눈들, 눈들. 그 눈들은 묘하게 슬프다.
홍조는 솔아가 나갈 때마다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겉으론 무심한 듯 보였어도. 그래서 사람으로 변신해 솔아 곁을 맴돌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강아지들도 우리 고양이들도 그런 마음일까. 그렇게라도 늘 함께 하고 싶어 할까. 집안에서도 늘 사람을 따라 다니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솔아는 꽃거지 홍조가 고양이 홍조란 사실을 이때에서야 눈치채게 된다. 그리고 정신없이 보낸 생일을 지나고 솔아는 꿈을 꾼다. 자신이 고양이가 되고, 홍조가 사람이 된 꿈을. 그러면서 자신이 홍조를 그동안 어떻게 대했는지 깨닫게 된다. 홍조는 늘 이런 마음으로 날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하는.
나도 우리 강아지들이나 고양이들에게 '이따가'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따가 놀아줄게, 이따가 안아줄게. 언니 지금 바빠. 조금만 기다려. 우리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림으로 보내고 있을까. 아마도 하루의 대부분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계단을 오르고
모퉁이를 돌면
'어서와'라고 맞아 준다.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아
고양이가 아니어도 괜찮아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이순간 웃을 수 있다면
조건은 필요하지 않다. (276~281p)
계속 널 기다리고 있었어. 어서와.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115p, 15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