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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봉을 찾아라!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작은도서관 32
김선정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평점 :
요즘 초등학교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당시와는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다니던 때에는 한 반에 50여명의 아동들이 함께 공부했다. 수업 외에는 그다지 기억나는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특별한 활동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쉬는 시간이면 와글와글 떠들고 수업시간에는 선생님 말을 들으면서 필기하고, 이런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도 없을 것 같긴 하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때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성함도 마찬가지. 이건 나의 큰 단점 중 하나인데 사람 얼굴과 이름을 잘 기억 못한다. 그래서 그런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다른 건 기억을 잘 하는 편인데 유독 얼굴과 이름을 기억 못하는 건 문제가 많다. 상대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할까.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난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누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니까. 여기에 나오는 최기봉 선생님처럼.
최기봉 선생님은 중년의 남자 교사이다. 초등학교에 근무한지 꽤 오래되었지만 학생들과는 좀 거리가 먼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때라곤 고작 야단을 칠 때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런 최기봉 선생님께 어느 날 선물이 도착했다. 15년전의 제자로부터의 선물이라는데, 당최 그 제자가 누군지 기억이 안난다. 어쨌거나 최기봉 선생님은 제자로 받은 도장 두 개를 아이들 잘잘못을 따지는데 이용하기 시작한다. 울보 도장을 많이 받은 아이는 벌로 교실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 울보 도장을 많이 받는 아이는 세명. 공포의 두식이들이라 불리는 현식이와 형식이, 그리고 인간세탁기라 불리는 공주리가 바로 그 아이들이다. 공포의 두식이들은 말썽쟁이들로 늘 말썽을 피운다. 그에 비해 공주리는 말도 없고 눈에 띄지도 않지만 수업에도 딱히 흥미가 없어 보이는 아이이다. 그러나 최기봉 선생님은 이 아이들에게 벌을 줄 뿐 다른 관심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최기봉 선생님의 두개의 도장 중 최고야 도장이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교내 곳곳에서 최고야 도장이 찍힌 흔적이 발견된다. 최기봉 선생님은 일단 의심이 가는 아이를 추궁하지만 아이들은 절대 자신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최기봉 선생님은 기초 조사표를 보면서 아이들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용의자인 아이들에게 도장특공대란 이름을 붙여주고 도장이 찍힌 곳을 신고하고, 도장을 훔친 범인을 찾으라고 하는데...
『최기봉을 찾아라!』는 도장을 훔쳐간 범인을 찾는 추리 형식의 동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최기봉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무관심은 이 사건을 통해 표면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지냈던 최기봉 선생님. 그것이 다른 사람에 대한 무관심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난, 따뜻한 정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보라야, 남에게 정을 주는 법도 몰랐어. 난 너희가 나에게 다가오는 게 무서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것도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사람이 되려고 했지. 있는 듯없는 듯한 사람, 좋지도 싫지도 않은 사람, 아무 영향도 안주는 사람, 기억에 남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 버리는 사람 말이야. 그렇게 사는 게 가장 편하고 좋았거든." (79p)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는 의외로 오래 간다. 맨날 화만 내고 야단만 치고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했던 이유는 또다시 상처받기 싫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생님을 좋아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런 무심한 선생님으로부터 또다른 상처를 입게 되었을 것이다.
도장에 얽힌 비밀과 최기봉 선생님의 사연, 그리고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조손 가정에서 자란 형식이, 그리고 도장을 훔쳐간 범인이 품고 있는 사연 등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이런 부분이 가슴에 확 와닿는 건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 가족 관계 등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열어야 통하게 되고 유지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닫고 살았던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나누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서로에 대한 교감과 상대에 대한 이해는 마음을 여는 순간 시작되는 마법이다.
책에 실린 삽화는 재미있게 그려져 있으면서도 글의 내용을 아주 잘 전달해주고 있다. 등장인물의 특징을 아주 잘 잡았다고 할까. 그래서 그림만으로도 등장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에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배경도 무척 섬세하다. 대포집 풍경이라든지, 도장을 훔쳐간 범인이 드러나는 상황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