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즉 인문학도였다. 내가 다니던 대학교는 단대가 총 15개였고 그중 인문과학대학에 개설된 학과는 총 15개, 인원은 2,500명에 달할 정도로 꽤 큰 단대였다. 하지만 내가 전공한 사학과를 비롯해 철학과, 윤리학과, 신학과는 남들이 기피하는 학과 중의 하나였다. 뭐 말할 것도 없이 취업이 잘 보장되지 않는 학과니까 그렇다. 어쨌거나 4년동안 역사를 공부하면서 난 왜 이걸 공부하고 있나, 라는 생각을 줄창 해왔다. 나름대로 흥미있고 재미있었지만 이게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던 생각이 컸던 것 같다.

내가 다닌 사학과는 고고학, 인류학을 비롯해 한국사, 중국사, 서양사, 서양철학사 등 역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것을 공부하는 학과였다. 그렇다 보니 고고학이나 인류학은 기초 전공 과목으로 분류되어 심도있는 공부는 힘들었다. 물론 답사를 가거나 발굴 현장 견학, 박물관 견학 등 실외 수업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공과목들을 공부하면서 슬슬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보통 역사같은 건 암기 과목 아냐,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당대의 사회, 정치, 문화, 사상 등 전반적인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암기도 잘 안된다. 말자체가 죄다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고 전공책은 반이상이 한자이기 때문이다. 한자의 뜻을 알면 뜻도 쉽게 파악이 되지만 한자를 모르면 아무리 외어도 머리에 안들어온다. 이런 것은 원전 강독을 통해 많이 해소되었다. 처음엔 정말 난감했지만. 영어, 한문으로 된 원전을 복사해서 달달 외워야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 안하면 해석이 안되는걸. 머리 쥐어뜯으며 원전을 읽었던 탓인지 지금도 한자는 내 또래 사람들에 비해 꽤 많이 아는 편이다. (남은 건 그런거 밖에 없는지도)

내가 본격적으로 지루해한 것은 서양사와 서양철학사였다. 매년 똑같은 커리큘럼과 똑같은 강의. 게다가 필기 내용은 어찌나 많은지 한 학기당 노트 필기 분량이 고교생들이 쓰는 일반 노트로 세 권 분량이 나왔다. 일단은 무조건 받아써야 시험 대비가 된다. 그 교수님 - 죄송하지만 실력이 좀 부족하신 분이었다 - 의 강의는 지루했고 흥미도 점점 잃어갔다. 한국사같은 경우에는 현대사 쪽에 관심이 많았지만 역시 고대사나 중세사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무슨 무슨 기관은 어떤 것을 담당했고 등등등... 왜 이렇게 자주 바꾸는 거야, 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이미 오래전에 그걸 만든 사람들은 이 세상에 없으니 누굴 탓하리요. 그나마 중국사가 재미있었는데, 중국은 땅덩어리가 큰 만큼 통일되기 전의 나라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춘추전국시대 같은 건 생각만 해도 지금도 골치가 아프다. 그래도 교수님의 강의가 정말 재미있어서 흥미롭게 들었던 수업이 바로 중국사 수업이었다. 그렇다 해도 지금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에휴)

이렇듯 난 인문학도고 당시에는 열심히 공부해 보려고도 했지만 지금은 기억나는 것이라곤, 공부를 했었다라는 것 밖에 없다. 아마도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제일 많이 든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인문학 서적에 대한 관심은 많다. 음, 관심은 많은데 잘 읽지는 못한다. 어렵기도 하고 이해가 잘 안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니까. 전공자인 나도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맞죠?)

서론이 좀 길었다. 각설하고.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인문고전 읽기를 통해 삶의 방향을 바꾸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인문학에 고전? 농담 작작 하슈, 라는 말이 들리는 듯 하다. 요즘 시대에 그런게 맞을리가 있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이란 원래 사람을 향하는 학문이며,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다. 사람을 모르고서는 정치도 경영도 할 수 없다.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능력도 사람을 안다는 것에서 나온다. 그러한 소양을 쌓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며 인문고전인 것이다.

각 시대의 리더들은 문학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을, 철학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생각을, 역사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배웠다. (146p)

위의 문장에 나오는 각 시대의 리더들은 우리가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인문고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또한 인문고전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물론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환경자체가 인문고전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인물도 있었지만, 극도의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인문고전 공부를 계속해온 사람도 있다. 이들은 원래 '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연히 그런게 겹쳐보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가르쳤던 문제아반에 대한 사례를 보면 그 생각을 고쳐 먹게 된다. 물론 모든 학생들에게서 좋은 성과가 나왔다거나 한 것은 아닐지는 몰라도 이런 사례는 상당히 가슴을 뒤흔든다.

그렇다면 인문고전 독서는 어떻게 해야 바람직 할까.

인문고전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간절함과 사랑이다. (199p)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인 '반복 독서 - 필사 - 사색'은 '깨달음'을 향해있다. 이는 곧 '깨달음'이 있는 독서란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요, 그의 정신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인문고전의 저자와 동일한 수준의 사고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275p)

인문고전은 어렵고 딱딱하고 이해하기 힘들고 지루하다. 이건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생각이다. 말은 어찌나 어려운지, 해설서를 봐도 어렵다고 느낄 때가 많다. 요즘처럼 머리 복잡한 시대에 이렇게 골치 아픈 책을 봐야 하나 생각도 든다. 게다가 독서법이 저렇게 어려워서야 따라나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렵다. 어느 정도에 도달하기까지가 어려운 것이다. 그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르기까지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책을 읽고 내 삶을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며, 책이 어렵더라도 내던지지 않고 그 의미를 깨닫고자 노력하는 '사랑'인 것이다.

난 천재가 되길 원하지도 않고, 인문고전의 저자와 동일한 수준이 될 사고능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안다. 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고전을 읽음으로써 사고의 폭이 깊어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면, 그리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삶의 근본적인 변화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있을 때 생겨난다. 다름 아닌 그 '지혜'를 찾는 것을 나는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변화'라 이야기하고 있다. (77p)

인문고전 책들이 수백년 수천년의 시간을 통해서도 여전히 읽히고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를 축적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변하고 풍경은 변해도 인간의 본질을 거의 변함이 없다. 바로 그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 인문고전이기에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멘토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뒤편에는 인문고전 독서방법과 단계별 독서목록 등이 나와 있다. 목록을 훑어보면서 내가 읽었던 책은 정말 거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예전엔 인문학도였는데... 그나마 작년부터 다시 인문학 서적에 관심이 생겨 조금씩 챙겨보고는 있지만 고전은 거의 없다. 아무래도 조금 가벼운 책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은 데다가 독서 편식이 심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목록에 있는 책을 죄다 읽는다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두권씩 읽다 보면 재미가 붙어서 조금씩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인간에게 중요하지만 지금은 소홀히 대접받고 있는 인문고전의 중요성과 인문고전 독서법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인물들과 그들이 읽은 인문고전 이야기등은 무척 흥미로웠지만 반복되는 이야기 내용과 너무 강요하는 듯한 어조가 좀 거슬렸다. 나 같은 경우 누가 강요하는 듯한 어조를 정말 싫어한다. 거부감이 든달까. 그런 점만 좀 없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이것은 인문고전 도서 플래너인데, 독서리스트를 비롯해 밑줄 긋기, 서평 등을 기록할 수 있는 소책자이다. 근데 한권당 할애된 페이지가 두페이지 밖에 없어서 간략한 정리용으로 밖에 쓸수 없을 것 같다. 뭐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싶으면 이것을 샘플로 해서 대학노트를 인문고전 플래너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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