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궁정악단 1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우와아, 표지 이쁘다!! 이런 단순한 이유로 구매한 유키 카오리의『인형궁정악단』제 1권. 딱히 이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읽어본 작품도 없다. 뭐, 순정쪽은 잘 읽지 않는 버릇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 만화계를 생각하건대 너무 많은 작가들이 있어 전부 접하는 일은 힘들기 때문이 더 우선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갈라테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인형(기뇰)이 되는 괴질이 만연한 절망적인 시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기뇰이 된 사람에게 물리거나 피만 튀어도 감염이 되지만 치료법이나 왜 발병하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궁정악단 '그림자'의 멤버들은 모두 남자로 구성되어 있다. 여자로 오인할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로 악단장이자 가수인 루틸, 인형의 존재를 느끼면 오른쪽 눈에 통증을 느끼는 바이올리니스트 코하쿠, 그리고 고슴도치를 키우는 첼리스트 귄델이 바로 그 멤버들이다.

이들이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투생이란 성이다. 그곳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곳이지만 사람들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흐른다. 영주와 그의 가족들을 적대시하는 듯한 마을 사람들. 도대체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잠들지 못하는 인형을 위한 서곡>은 죽은 이에 대한 애도가 집착이 되어 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가슴 아파하고, 그들을 늘 그리워한다. 특히 갑작스런 병으로 죽은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한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애도와 집착은 분명 다르다. 죽은 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불러온 비극에 가슴이 아프고, 어떻게든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노력과 희생은 가슴 찡해진다.
 
<사로잡힌 나이팅게일>은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한 집착이 만든 비극에 관한 이야기랄까. 어린아이가 이해하지 못한 어른들의 세상.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고자 한다. 자신을 내쳤던 어른 여자들에 대한 집착이랄까. 이런 것을 보면 사람이란 집착의 동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하다. 과거는 흘려 보내야 한다. 과거에만 매달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에 매달려 만들어 낸 그의 왕국은 카드로 만든 집에 불과했으니.

괴질에 걸려 죽은 사람들은 기뇰이 된다. 어찌 보면 살아있는 시체들이랄까. 좀비와 비슷하지만 인형으로 바뀐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래서 그들이 파괴될 때는 금이 가면서 부서진달까. 좀비가 죽는 모습을 보든 기뇰이 죽는 모습을 보든 끔찍한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궁정악단 '그림자'는 기뇰이 발생한 마을로 가 음악을 연주한다. 그들의 음악은 기뇰이 된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찾게 하기도 하고, 그들을 파괴하기도 한다. 아무리 괴질에 걸려 기뇰이 되었다곤 해도 살아생전 사람이었던 존재를 파괴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일종의 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또한 검은 찬송가라든지, 이런 것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신을 부정하는 일도 하는 셈이니 이래저래 이들의 존재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묘한 것이 루틸과 코하쿠, 귄델은 일종의 계약을 맺고 있는 관계라는데 그것이 아직 무엇인지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루틸의 후배라는 스피넬은 스스로를 '필로멜라'라고 하는데 그 정체도 아직 불분명하다. 이야기가 좀더 진행되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음, 그리고 책 제목에 대한 한가지 생각. 인형궁정악단이란 명칭에서의 인형은 기놀이 아니라 마리오네트가 아닐까 싶다. 여왕의 손에 의해 조종된다는 의미랄까. 여왕은 루틸에 대해서도 집착을 보이는 인물일 듯 한데, 그 속사정이 뭔지도 궁금하군. 어쩄거나, 1권만을 읽은 것으로는 수수께끼도 인물들의 관계도도 정확히 파악하긴 힘들다. 다만 이들의 음악이 치유도 되고, 파괴도 된다는 것을 파악했음. 이들이 다음에 도착할 마을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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