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과 신부 1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BL계에서 유명한 작가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순정 만화가 드디어 나왔다. 보통 한 장르만을 집중적으로 그리는 작가들은 다른 장르가 쥐약이나 마찬가지인데, 의외로 그림체가 순정에도 잘 어울린다. 여기서 그림체만 언급하는 이유는 스토리는 이쿠하라 쿠니히코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처음엔 스토리에 적응이 안되었다.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다른 작품들의 스토리 전개와는 너무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랄까.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작품 성향의 경우 어두운 작품이든 밝은 작품이든 차분한 면이 있는데,『이방인과 신부』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전개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별로? 그건 아니고, 생각했던 전개와 달라서 그렇지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는 말.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정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현대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시보레에서 나온 콜벳이 등장하는 걸 보면... (콜벳은 2007년 단종된 차종이다)  사랑의 도피 중인 세라 하츠지와 하구마즈카 이타루는 어른들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세상을 만드려는 아이들의 조직 <불타는 기린>과 경찰에 동시에 쫓기고 있다. 둘은 교회로 들어가 결혼식을 올리려 하지만 변태성향이 풍부한(?) 신부의 방해로 결혼식은 커녕 마취제를 맞고 쓰러진다. 신부가 히츠지를 안고 유유히 변태취미를 즐기러 가는 동안 <불타는 기린>에서 나온 세라 쇼고(히츠지의 아빠)와 늑대소년 이누모리 에이지가 교회에 나타난다. 히츠지는 자신의 힘으로 신부에게 벗어나 이타루에게 달려오지만 쇼고에게 잡히고, 이타루는 에이지의 칼을 맞고 쓰러진다. 그후 히츠지는 쇼고와 에이지에 끌려가고, 곧이어 도착한 경찰의 총격에 이타루는 쓰러지고 말지만, 마로니에와 미유땅이란 소녀 2인조에게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지게 된다.

아아, 첫권부터 정신없다. 등장인물의 수도 많거니와 그 캐릭터들이 너무 독특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게다가 잔혹한 아이들이 등장하고, 이 아이들이 세계를 야금야금 정복해가는 모습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특히 <불타는 기린>조직의 우두머리로 군림하는 토가와 긴은 아이답지않게 냉혹하기만 하다. 토끼탈을 쓰는 등 동물탈을 쓰고 있는 모습이나 달콤한 아이스크림, 캔디, 도넛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아이들인데, 부르는 노래며 하는 짓은 잔인한 어른들 저리 가라 수준이다. 왠지 이녀석들이 크면 지금 있는 어른들보다 더 무서운 어른이 될 듯한 예감이...

여튼간에 1권은 아직 도입부라 그런지 수수께끼만 잔뜩 안겨준다. 일단 이타루는 원래 <불타는 기린> 조직의 일원이었다는 것, 그리고 토가와 긴과 함께 찍은 사진 속의 인물이란 것은 알겠다. 또한 히츠지는 어떤 목적에 의해 탄생한 아이일 것이란 감도 어렴풋이 온다. 히츠지의 아빠 쇼고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같은 느낌이랄까. 겉과 속이 상당히 다른 인물로 보인다. 그것은 히츠지의 뒤를 쫓는 경찰의 증언(?)에서도 드러난다. 쇼고와 동창생이었던 도쿠다이지는 쇼고의 다른 모습을 알고 있지만 감질날 정도로 정보를 조금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제일 궁금한 것은 이타루의 정체이다. 이타루가 히츠지를 데리고 도망을 친 이유가 뭘까. 자신의 몸에 남겨진 흉터와 연관된 일이겠지? 이타루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해낸 이름없는 괴물을 닮았다. 그렇게 보자면 히츠지는 그 이름 없는 괴물의 신부? (프랑켄슈타인이라 알려진 괴물은 원래 이름이 없다. 그 괴물을 창조한 창조주가 프랑켄슈타인 박사) 이런 식으로도 생각이 되지만, 섣부른 추측은 금물.

『이방인과 신부』는 밝고 명랑해 보이는 분위기와는 달리 상당히 음울한 작품이다. 세라 히즈지가 가진 비밀.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어린이들의 조직 <불타는 기린>과 그에 맞서는 이타루의 활약. 아이들이 나오는 이야기인 만큼 너무 비극으로 치닫지 않으면 좋으련만..


이것은『이방인과 신부』 1권 부록인 책갈피와 일러스트 메모장. 이타루는 여전히 곰의 모습을 하고 있구나. 곰의 모습을 벗어나 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이타루를 꿈꿔 본다. 아이들은... 무조건 행복해야 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