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키벤 3 : 간사이편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3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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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타고 일본 일주여행을 하는 나카하라 다이스케. 그의 여행 목적은 일본 철도의 탄생과 더불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다양한 철도 도시락 에키벤을 맛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큐슈, 츄고쿠와 시코쿠 여행을 끝내고 이제 간사이 여행에 들어간 다이스케. 천년고도 교토를 비롯해 오사카, 고베, 나고야 등 일본의 옛모습을 간직한 간사이 여행에서는 어떤 에키벤을 맛보게 될까.


다이스케의 간사이편 여행루트를 살펴 보면 토요오카에서 시작해 카메야마에서 끝을 맺는다. 역시 섬나라 일본답게 해산물 요리가 많은 것도 특징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일본 토종소인 와규를 이용한 에키벤이 종종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럼 다이스케와 함께 고고씽~~

토요오카 역의 명물은 무려 만엔이나 하는 버들고리 도시락. 왜 이렇게 비싼가 했더니 이 버들고리도시락의 바구니가 비싸기 때문이란다. 전통공예품과 도시락을 결합한 아이디어. 역시 일본인들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도시락 내용물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지만, 전통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달까. 삐딱하게 보자면 장삿속이군, 이라고 하겠지만 전통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돈을 선뜻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듯.

와다야마 역으로 가는 길에는 후쿠치야마 성이 있다. 무려 400년이 된 고성. 오다 노부나가를 습격한 아케츠 미츠히데의 성이다. 와다야마역의 에키벤은 타지마 마을 와규 도시락이 유명하다. 이 타지마 마을 와규가 고베로 가면 고베 비프가 된다. 그다음에 도착한 히메지역은 히메지성으로 유명한 곳. 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손꼽히는 히메지성은 일본의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공주님'버스란 관광 버스도 있단다.

반슈아코는 자신의 주군의 복수를 위해 오오이시 쿠라노스케가 이끄는 47명의 사무라이가 상대 사무라이를 죽인 후 할복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오오이시 신사에는 이들 47명의 충신들의 동상이 있다. 일본 특유의 문화로 사무라이란 것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사실 일본인이 아닌 이상 이들의 충성심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해치는 사람이 득시글대는 현대 사회를 생각해 보면 일본인들이 사무라이의 충성심에 열광하는 이유가 납득이 가기도 한다. 반슈아코역의 명물 도시락은 거나한 충신장 도시락으로 이 도시락에는 일본 술이 딸려 있다. 또한 젓가락에는 충신장의 이야기가, 포장지에는 술마시는 법도에 대한 것이 적혀 있는데 도시락 포장 용기나 젓가락 포장지에도 일본의 역사를 담아내는 일본인들이 부럽기도 하다.

니시아카시의 잘나가는 문어밥. 이건 정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 도시락이다. 게다가 용기도 문어단지 모양! 정말 귀엽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내륙이지만 제사상이나 잔칫상에는 문어가 빠지지 않았다. (물론 상어도 빠지지 않지만) 그래서 문어를 어린 시절부터 즐겨 먹었는데 숙회가 아닌 양념된 문어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간사이 여행의 동반자인 케이트는 외국 사람답게 문어를 '악마의 해산물'이라 하며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맛을 보고는 금세 빠지게 되었다나? 또한 물고기선반 어시장에서 만드는 타코야키 비슷한 계란부침도 어찌나 먹고 싶던지. 타코야키의 원조이지만 몽실몽실한 느낌이라니! 아, 먹고 싶다!

요코하먀항과 더불어 일본의 미항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고베항. 이곳에는 고베 비프로 만든 도시락이 유명하다. 하지만 다이스케가 먹은 해선장 도시락도 침이 꿀꺽. 다이스케의 표현에 따르면 정통중식을 먹는 느낌이라는데, 어떻게 도시락으로 정통 중화요리를 먹는 느낌을 낼 수 있는 것이지? 고베에서 또다른 유명한 것은 고시엔! 다이스케도 지금은 이렇게 뚱뚱하지만 예전엔 야구를 했다나? (푸핫)

타코야키하면 오사카, 오사카하면 타코야키. 그리고 오코노미야키! 왜 이렇게 광분을 하느냐. 난 타코야키와 오코노미야키를 진짜진짜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라 일본 전통 타코야키나 오코노미야키와는 맛이 다르겠지만, 생각만 해도 침이 꾸울꺽! 특히 오사카역의 호랑이당 도시락에는 오코노미야키와 타코야키가 들어있단다. 식으면 맛이 없을 것 같은데, 맛이 있다는 것을 보면 도시락에 넣은 음식들은 따뜻할 때 먹는 음식들과 만드는 법이 좀 다른 것 같다. 참으로 신기한 것 중의 하나. 역시 도시락의 천국, 일본답달까.

교토는 천년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곳으로 옛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 내가 좋아하는 도시랄까.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교토라고 하니 간사이벤이 떠오른다. 내가 간사이벤을 전부 구별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이지만 말하는 걸 들어보면 간사이쪽 사투리란 것은 알 수 있는데 뭐랄까, 참 귀엽다. 특히 말끝에 ~や를 붙이는 게 귀엽게 들린다. 本当라는 말은 ほんまや로 一番은 一番や로, 그리고 누구 씨 할 때의 ~さん은 ~はん이란 표현도 참 정겹달까.

교토는 어딜 가도 문화재란 말이 있을 만큼 옛모습이 많이 남아 있지만, 여기에선 언급되는 건 간사이 사철 이야기가 주가 된다. 좀 아쉬운 부분. 하긴 이들은 관광을 목적으로 다니는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나? 하지만 다이스케는 경유하면서 이런저런 관광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잠시 들르기도 한다. 그중에서 요시노산의 10만그루 벚나무 이야기나 홍법대사가 도깨비의 도움을 받아 다리를 세우던 중에 완성을 하지 못한채 다리 기둥만 남았다는 하시쿠이이와 등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우지야마역의 이세신궁도 빠질 수 없지. 겐지모노가타리를 읽다 보면 이세 신궁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또한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화과자점 '아카후쿠' 본점도 여기 있단다. 세상에 300년 전통이라니.


그외 눈에 띄는 에키벤으로는 시라하마역의 키슈 색실공 도시락. 이 도시락 용기는 색칠을 해서 저금통으로도 쓸수 있다고. 색실공이라고 하니 요코미조 세이시의 <악마의 공놀이 노래>가 떠오르누만. 거기에 등장하는 공이 바로 색실공이다. 그리고 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츠사카소등심 소고기 도시락이나 움메타로 도시락에도 눈길이 간다. 마츠시카 소등심 도시락은 일본 에키벤중 가장 비싼 에키벤으로 무려 10,500엔. 그러나 난 그건 너무 비싸서 패스, 움메타로 도시락이 마음에 든다. 뚜껑을 열면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유일한 도시락이라나. 아이디어가 참 다양하다.  

이번에 다이스케와 함께 간사이 여행을 하는 사람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케이트란 아가씨이다. 유학생으로 방학동안 여행하는 중인데 우연히 다이스케와 만나 동행하게 된다. 이 아가씨도 상당히 먹보시더란 말씀. 어찌나 잘 드시는지. 원래 잘 드시는 다이스케 아저씨가 움찔하시더이다. 근데, 남자 동행과의 만남은 없는 건지. 시꺼먼 남자 둘이 여행을 다니는 건 보기에 그런가? 그래도 아내까지 있는 남자가 여성과 동행이 되다니. 앞으론 다른 색다른 동행을 기대하고 싶은데 과연 그 바람은 이루어질지...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에키벤 가이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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