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너스 탐정단의 우수
츠하라 야스미 지음, 고주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우수(憂愁)란 단어는 근심과 걱정이란 뜻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우수라는 단어를 보면 쓸쓸함과 적막함이란 것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우수에 찬 눈빛이란 단어에서도 연상되듯이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을 필시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만의 문제이기에 누구도 알아줄 수 없다, 그런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첫번째 작품인 <백합나무 그늘>은 루피너스 학원 동급생이었던 마야의 장례식장면으로 시작한다. 고작 스물 다섯의 나이에 난치병으로 생을 마감한 마야가 죽기 전에 만들었다는 기묘한 작은 길에 대한 수수께끼는 사이코가 몰랐던 마야의 과거와 그녀가 비밀로 감추어 두었던 옛날 일을 드러나게 한다. 그녀가 그토록 친한 사람들에게까지 비밀로 남겨 두고 싶었던 것, 그것은 그녀가 어린시절 겪어야만 했던 안타깝고도 아픈 사연이었으며 꼭 지켜야만 했던 약속을 의미한 것이기도 했다.

<개는 환영하지 않아>는 대학 시절 사이코와 시지마가 함께 강의를 들었던 교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교수의 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날 저녁 벌어진 사건. 피해자는 교수의 집 정원안에 있는 집에서 살던 인물이었다. 다행히 강도상해사건으로 끝나게 되었지만, 도대체 범인은 무엇을 노렸던 것일까. 도도새의 일화와 하치코의 이야기는 이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기묘한 이야기로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은 사람의 끝없는 욕심이었다. 사람은 왜 이리도 과거에 집착하는 것일까, 를 곰곰히 생각케 한 작품.  

<첫 밀실>은 사이코와 시지마, 키리에가 대학교 1학년이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네편의 작품중 처음으로 마야가 생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연히 옛날에 해결했던 사건의 관계자를 만나게 된 사이코. 그 옛날 사건이란 밀실안에서 살해당한 한 여학생에 관한 것으로 당시 범인이 어머니로 밝혀졌지만, 실은 그 속에 더 깊은 사연이 들어 있었다. 가족이란 도대체 어떤 식으로 허물어질 수도 있는지를, 그리고 가족이기에 절대로 끊어낼 수 없는 어떤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4년전의 사건, 그리고 지금에서야 밝혀지는 진실. 

<자비의 화원>은 고교 졸업식 전날 일어난 루피너스 학원 내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칼에 찔린 채로 발견된 이사장.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사장을 살해한 것일까. 루피너스 탐정단의 고교시절 마지막 활약상을 담은 작품이자 『우수』의 마지막 작품으로 수록된 이 작품은 루피너스 탐정단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란 것을 암시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 역시 쓸쓸한 마음이 들었달까.

츠하라 야스미의 루피너스 탐정단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인『우수』는 총 네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 중 <개는 환영하지 않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작품은 각 사건의 관계자들의 숨겨진 사연과 아픔을 담고 있다. 수수께끼가 품고 있는 것들은 아픔과 쓰라림, 그리고 환상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동반하고 있지만, 그것은 대개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드러나게 된다.

그러하기에 수록 작품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것은 사이코의 언니 후지코와 후지코의 상사인 코고가 등장할 때 최고점을 찍는다. 이들이 등장하면 분위기는 급반전된달까. 물론 네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도 웃음이 터지게 하지만 후지코와 코고는 그 이상을 보여준다. 푸흡, 하고 터지게 만드는 웃음 코드. 그러고 보니『아시야 가의 전설』도 이런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이런 게 츠하라 야스미의 작품 속에 녹아있는 작가 특유의 코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루피너스 탐정단의 우수』는 현재로부터 시작해 고교시절 졸업을 바로 앞에 둔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적 구성을 가지는데, 오히려 이런 구성이 더욱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더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마야의 죽음에서 시작되는 작품이 살아 생전 건강하고 발랄했던 마야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넘어가면서 아릿한 아픔과 그리움까지 느끼게 된다. 비록 그때 그 시절 친구들 중 한 사람의 불귀의 객이 되었고, 다른 친구들 역시 뿔뿔이 흩어져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의 추억은 그들의 마음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비록 과거와 관련된 사건들이란 것이 이 작품들의 공통된 점이긴 하지만 그 속에는 즐거움, 행복함, 하지만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날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함께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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